[비즈한국] 이 글은 얼마 전 비즈한국이 주최한 브랜드 비즈 컨퍼런스 2021에서 ‘라운즈 리브랜딩 : 브랜드 핵심 경험의 정의’란 타이틀로 진행한 강연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며 지금껏 라운즈라는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리브랜딩을 진행하였으며 그것을 위해 어떤 고민이 있었고 또 그 결과는 어땠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우선 라운즈(ROUNZ)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겠다. 라운즈는 쉽게 얘기하면 100개의 브랜드와 4000여 종의 안경과 선글라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이웨어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오프라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안경과 선글라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 라운즈가 올 4월부터 앱 설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앱 사용 유저들 중 1835의 비중이 올 초 30%에서 현재 70%까지 늘어나기 시작했고 라운즈의 서비스를 극찬하는 유저들의 바이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라운즈는 이런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브랜딩이 필요해요
올 초 라운즈에 합류하기 전 대표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얘기를 들었다. “우리도 브랜딩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물었다. 왜 브랜딩이 필요하신지. 라운즈는 2016년 아이웨어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 안경 시장의 규모는 3.4조 정도로 추산되고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요즘 안경과 선글라스 역시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성장을 유지하던 라운즈는 예상 못한 국면을 만났다. 바로 전 세계에 코로나가 강타한 것이다. 이는 라운즈의 성장세에도 물론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성장은 예전만큼 급속도로 오르지 않았고 코로나의 영향은 언제 끝이 날지 몰랐다. 그렇기에 라운즈는 이 시기일수록 기존에 집중하지 못했던 브랜딩, 즉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를 생각해보면 지금 라운즈의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이 라운즈의 성장을 다시 견인하는 큰 역할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0
그렇게 브랜딩에 집중하기로 하고 나는 라운즈의 현재 브랜드 인지도를 점검해 보았다. 안타깝게도 나의 결론은 현재 인지도는 ‘0’이라는 과감한 결론을 내렸다. 주변에 라운즈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이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즉 리브랜딩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라운즈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데 그것은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무엇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핵심 경험’이다. 이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단 하나의 무엇이자 고객이 이 브랜드를 사용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단 하나의 경험이다. 이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우리만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이며 남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브랜드만의 강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라운즈만의 핵심 경험은 무엇일까? 안경 쇼핑몰일까? 이것은 업의 형태이지 핵심 경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4000개의 안경과 선글라스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라운즈 뿐 아니라 종합몰, 패션몰에도 수많은 안경과 선글라스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일까? 가격은 언제든지 경쟁자들이 낮출 수 있는 항목이다. 이 역시 핵심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핵심 경험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우선 스스로 해봤다. 이 브랜드는 어떤 탄생 배경을 거쳤는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부분은 무엇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 브랜드가 어떤 이유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과 같다. 즉 모든 브랜드는 분명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하고 그것은 이 브랜드가 어떤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갖는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이런 부분들은 희석되고 오히려 몸집 불리기나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그럴수록 이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를 보는 과정은 핵심 경험을 도출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reason to why)가 없다면 이 브랜드는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브랜드의 탄생
라운즈는 이스트소프트가 스타일팁이라는 안경 쇼핑몰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알집, 알약으로 유명한 회사이지만 AI(인공지능)에 많은 투자를 하고 또한 많은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이스트소프트가 안경 쇼핑몰을 인수하면서 이 기술을 이곳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이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학습하여 페이스 얼라이먼트(face alignment) 즉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과 눈 사이의 거리, 눈과 코 사이의 거리, 눈과 귀 사이의 거리 등을 정확히 추출해 낸다. 그 다음 다양한 안경의 이미지를 학습하여 안경의 앞면과 옆면의 이미지만으로 3D 모델링과 흡사한 안경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발휘한다.
이것이 애플의 증강현실 기술과 만나 구현된 ‘실시간 가상 피팅’이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라운즈에 입점된 4000여 가지 안경을 내 스마트폰을 통해서 자유롭게 미리 써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라운즈의 브랜드 탄생에는 이러한 과정과 결과가 있었다.
실시간 가상피팅 모습. 영상=라운즈 제공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요즘 우리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패션은 물론이고 식료품, 생활용품 심지어 뱅킹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이다. 안경 역시 이런 흐름에 있었다. 점점 더 온라인으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사는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안경 쇼핑에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하나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온라인에서는 직접 써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의류와 다르게 안경은 M, L, XL 같은 사이즈가 있는 것이 아닌 길이로 사이즈를 측정한다. 그렇기에 내 얼굴의 정확한 비율을 알지 못하는 이상 이 안경이 나에게 잘 맞는 안경인지를 구분하기 힘들고 사람마다 얼굴형이 모두 다르므로, 단지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안경 이미지와 모델 착용샷만 보고는 이 안경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원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라운즈의 ‘실시간 가상 피팅’ 기술은 이러한 페인 포인트를 말끔히 해결한다. 인공지능이 정확히 내 얼굴을 측정할 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실제 안경과 거의 차이가 없는 라운즈만의 기술로 모델링 된 안경을 착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라운즈의 이런 기술은 세계 최고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만큼 이스트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라운즈를 알아야 하는 이유
바로 이것이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이유이자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는 온라인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직접 써보고 또 찾아볼 수 없었다. 안경원에 간다고 이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안경원은 온라인만큼 다양한 안경과 선글라스(4000여 종)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이 바로 라운즈라는 브랜드의 핵심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정의라는 표현보다는 선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을 중심으로 라운즈는 리브랜딩을 시작하게 된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전우성 라운즈 이사의 ‘라운즈 리브랜딩 : 핵심 경험의 정의’ 강연은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1’ 다시보기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우성 라운즈 이사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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