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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선 입자를 통해 화산 폭발을 예측한다?!

화산을 관통한 우주선 뮤온 입자 통해 화산 내부의 마그마 분출을 예측하는 연구 성공

2021.11.29(Mon) 17:26:14

[비즈한국] 지난 9월 스페인 라팔마섬에서 50년 만에 분화가 시작되었다. 화산 폭발로 섬 전역은 화산재와 마그마로 덮여버렸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화산 폭발은 예측할 수 없는 재해로 여겨져왔다. 태풍과 폭우 등 기상 재해는 구름의 움직임을 추적해 단기적인 예측이 가능한 반면, 땅 속에서 벌어지는 화산과 지진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 화산 폭발을 미리 예측하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땅이 아닌 하늘을 관측해서 화산의 폭발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인류는 아직 정복하지 못한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재해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최근 우주선 입자를 활용해 화산 내부를 꿰뚫어보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과연 이 방법을 활용해 화산으로 인한 재난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는 뼈가 부러지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는다. 에너지가 강해서 살을 뚫고 투과할 수 있는 엑스레이 덕분에 살을 직접 가르지 않아도 그 안에 있는 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접 화산을 갈라보지 않아도 화산을 꿰뚫고 관통하는 강한 빛을 활용할 수 있다면 화산 내부의 마그마의 분포와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말 그대로 화산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강렬한 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지금도 수시로 우주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는 강한 ‘우주선(Cosmic ray)’에 주목했다. 우주선은 땅을 관통해 날아가는 아주 강력한 관통력을 갖고 있다. 

 

사진=Super-Kamiokande

 

이 사진은 바로 태양의 모습이다. 더욱이 낮이 아닌 밤 시간에 촬영한 태양의 모습이다. 어떻게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숨어 있는 밤 시간에 태양을 찍을 수 있었을까? 태양에서도 뉴트리노와 같은 우주선 입자들이 사방으로 쏟아진다. 그리고 이 우주선 입자들은 지구의 암석을 관통할 수 있다. 심지어 지구도 통째로 뚫고 지나간다. 그래서 태양이 땅 밑으로 숨은 밤에도 지구를 관통해 지나가는 태양의 뉴트리노를 포착해서 땅 밑의 태양을 느낄 수 있다. 

 

앞의 사진은 1998년 7월 일본에 위치한 지하 1km 깊이의 슈퍼-카미오칸데 뉴트리노 검출기를 동원해 503일간 태양에서 날아온 뉴트리노 입자를 모아서 완성한 사진이다. 이처럼 지구를 통째로 관통해서 반대편 하늘의 태양을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우주선 입자를 활용해 지구 내부의 엑스레이 사진도 완성할 수 있다. 

 

우주 곳곳에서 폭발하는 초신성과 블랙홀, 중성자별 등 다양한 폭발적인 현상을 통해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우주선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 중 일부가 지구 대기권에 도착하면서 대기 분자와 부딪히면 더 작은 우주선 입자들로 붕괴하게 된다. 이때 나오는 입자들 중에는 뮤온(muon)이 있다. 뮤온은 상대적으로 질량이 무겁고 에너지가 강한 덕분에 두꺼운 물질도 쉽게 관통할 수 있다. 심지어 두꺼운 암석까지! 

 

지구 대기권에 도달한 우주선 입자는 파이온, 뉴트리노, 뮤온 등 다양한 입자선으로 붕괴한다. 사진=NASA

 

화산 속에 마그마가 가득 채워져 있다면 마그마는 뮤온의 관통력을 떨어트린다. 화산을 관통하는 뮤온의 수가 아주 많다면 이는 화산 내부에 뮤온의 관통을 저해하는 마그마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화산을 관통하는 뮤온의 수가 훨씬 적어진다면 이는 곧 분출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는 마그마가 화산 내부에 가득 채워져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산 근처에서 화산을 관통한 뮤온을 검출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해 화산 내부에 마그마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폭발을 얼마나 앞두고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산을 관통하는 뮤온을 통해 산 내부 물질의 지도를 파악하는 기법을 뮤오그래피(muograpy)라고 한다. 

 

화산 주변을 맴돌면서 화산을 관통한 뮤온을 검출하는 헬리콥터.

 

과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에 있는 화산섬 사쿠리지마로 향했다. 이곳은 최근 10년 사이에 무려 7000번에 달하는 크고 작은 분화가 있었던 아주 활발한 화산 지역이다. 연구진은 이 화산 주변에 뮤온을 검출하는 검출기가 실린 헬리콥터를 띄웠다. 그리고 헬리콥터가 화산 주변을 비행하며 사방에서 화산을 뚫고 지나가는 뮤온의 지도를 작성했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화산 분화구 바로 아래 뉴트리노 분포 지도의 예.

 

연구진은 화산 주변 여러 곳에도 뮤온을 검출하는 수 미터 크기의 뮤온 검출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6년간 화산을 관통해 날아가는 뮤온을 검출했다. 이들은 이 화산섬에 위치한 거대한 분화구 세 곳에 집중했다. 이 화산 분화구 바로 아래쪽의 암석을 뚫고 관통해서 날아오는 뮤온을 관측했다. 

 

검출되는 뮤온의 분포와 양상은 화산 내부에 있는 마그마의 움직임과 분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6년에 걸친 방대한 관측을 통해 과학자들은 시간에 따라 화산 내부의 마그마가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방법을 통해 화산이 언제 얼마나 강한 위력으로 폭발하게 될지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놀랍게도 실제 화산이 폭발하기 수 시간 전에 분출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짧게는 1시간 전에서 최대 15시간 전까지 화산 폭발을 예측한 것이다! 수 시간 전이라면 화산이 터지기 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최근 분화한 스페인 라팔마섬의 화산 마그마가 바다까지 흘러가는 모습을 우주정거장에서 찍었다. 사진=NASA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6년간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적용해 딥러닝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바로바로 화산을 관통한 뮤온의 분포를 검출만 하면 그 뮤온의 분포 지도를 보고 향후 며칠 안에 화산이 폭발하게 될지를 예측하고 경보를 울리는 인공지능 화산 예보 시스템을 제작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뮤오그래피 방법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매번 직접 땅을 파서 화산 내부를 모니터링해야 했던 기존 방법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화산 분출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땅 속에서 찾아오는 재해를 예측하기 위해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 입자를 활용한다는 점은 아주 흥미롭다. 

 

재해가 더욱 두려운 것은 정확히 언제 어디에 찾아올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 재해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재해 자체를 컨트롤할 수는 없겠지만 미리 예측하고 끔찍한 피해로부터 도망은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g6297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a.2021.032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0-62342-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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