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1년 11월 22일 종합부동산세 고지가 시작됐다. 고지 전 몇 개월간 크게 상승될 것으로 예상됐었고, 실제 전례 없이 상승된 금액이 종부세로 부과됐다. 11월 22일 하루에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종부세 과세를 기사로 보도했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내용으로 칼럼, 방송을 쏟아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변명식 기자회견과 추가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정부 입장
정부의 추가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은 22일 보도된 내용의 추가 설명일 뿐이었다. 종부세 논란 관련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 보았다.
①다주택자 및 법인이 늘어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합니다.
2021년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5.7조 원 중 다주택자(48.5만 명, 2.7조 원) 및 법인(6.2만 명, 2.3조 원)이 88.9%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결국 2020년 대비 늘어난 주택분 종부세액(3.9조 원)도 다주택자(1.8조 원) 및 법인(1.8조 원)이 91.8%를 부담했다는 것이다.
②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1세대 1주택자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5.7조 원 중 3.5%(13.2만 명, 0.2조 원)를 부담한다. 시가 약 16억 원(공시가격 11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과세 제외했다. 시가 약 16억 원(공시가격 11억 원) 초과하는 주택 수(비중)은 34.6만 호(1.9%)다. 시가 16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공제금액 인상, 고령자 공제,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특례 도입)로 세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③세부담 상한 적용으로 과도한 세부담 상승을 방지합니다.
종부세에 대한 세부담 상한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총 보유세액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일반 2주택자까지는 1.5배 세부담 상한을 적용하고, 3주택 이상자(조정지역 2주택 포함)는 3배가 적용됐다. 재산세 대비 종부세액이 적은 경우는 1.5배(또는 3배) 이상으로 증가도 가능하나, 이 경우에는 종부세액 자체가 적어 절대 증가액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④종부세수는 전액 지방으로 배분돼 지자체에서 사용됩니다. 종부세는 지방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종부세로 들어오는 세수는 부동산교부세를 통해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액 지방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또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했다는 것은 오해라며 중앙정부의 사업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지방에 비해 수도권·서울권의 다양한 인프라 구축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높게 형성돼 주택 보유에 과세하는 종부세의 경우 수도권, 서울권에 납세자와 세액이 많은 것은 결과적인 측면이다. 종부세의 목적 중 하나가 이러한 수도권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재산세만 징수하게 되는 경우 과세대상이 많고 부동산 가액이 높은 지역의 세수만 증가하게 되는 문제 발생함으로 종부세는 재산세와 달리 국세로 징수해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전액 교부세 형태로 이전되어 지역 간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⑤종부세는 재산세와 이중과세 되지 않습니다.
재산세와 종부세가 이중으로 과세되지 않도록 종부세 과표에 부과된 재산세 상당액은 종부세액에서 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⑥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입니다.
임대료 수준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며 계약기간 중 임대인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어 일방적인 부담 전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과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어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임대차 시장 안정 및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제한(5%) 등 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약 170만 호), 민간등록임대주택(약 110만 호) 등도 있어 세부담 전가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⑦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가액 대비 부동산 관련 세수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OECD 주요국의 보유세 부담률(보유세/부동산가액, 2018년)을 비교했다(단위: %).
※자료=조세재정연구원(2021년 4월)
#반론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대해 짧게 반론을 제기해 보자.
①다주택자와 법인이 종부세의 91.8%를 부담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이들이 전체 임대 시장의 약 90%에 해당하는 임차 주택을 공급하는 대상이라는 것은 어떤 보도자료에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마치 개인이 여러 채를 혼자 쓰는 것처럼 보이는 프레임으로, 임대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팩트는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②1세대 1주택의 세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은 다주택자와 법인의 세부담음 크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국민과 법인의 세부담이 커야 할 근거가 도대체 무엇일까? 다주택 소유나 법인 소유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임대 시장에 임대 주택을 공공이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③‘세부담 상한 적용으로 과도한 세부담 상승을 방지했다’고 하는 금액이 1.8조 원에서 5.7억 원으로 늘었다. 초등학교 학생에게 질문해 보면 좋겠다. 3배가 넘게 오른 종부세 수치를 보면서 과도한 세부담 상승을 방지했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기획재정부 설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④종부세수를 전액 지방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이미 주택 매수 비용와 교통 체증 등으로 인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종부세 상위 지역에 혜택을 주는 것은 없고, 평균적으로 저렴한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임승차를 시키는 것이 대놓고 자랑할 내용인가. 또한 2021년 종부세 부과 지역을 보면 지방도 크게 상승했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⑤종부세와 재산세는 이중과세 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통계로 보여주는 자료는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산세도 크게 증가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산해 세대당 얼마나 부담을 하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보유세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
⑥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2005년 종부세가 처음 시행된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걸쳐, 문재인 정부에도 전가되고 있다. 물론 종부세만의 원인은 아니나 일정 부분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이미 10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이번만은 아니라고 변명하면 그 말을 신뢰할 있을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⑦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보유세 부담은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건 다주택자 중과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그렇지만, 다주택자끼리 비교하는 조사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다주택자 보유세를 비교하면 전세계 톱 클래스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2021년 종부세 논란에 대한 기획재정부 및 정부 여당의 변명을 보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 국민의 98%가 혜택을 보는 제도라면 2%는 어느 나라 국민일까? 가혹한 세금 중과를 받아야 할 정도로 범죄자일까? 그렇다면 모두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자본주의 국가 중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부동산 규제 정국 속에서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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