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알뜰폰 업계가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맞이했다. 이동통신 3사와의 경쟁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요를 이끌어낸 덕분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사용하는 ‘효도폰’ 이미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2030세대 이용자도 늘었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면서 중소 통신사업자를 육성하고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이통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 제한을 검토하고 알뜰폰 종량제 도매대가를 인하해 알뜰폰의 경쟁력을 강화겠다는 방침이다.
알뜰폰은 도입 11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기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11월 21일까지 알뜰폰 가입자는 1007만 명으로 집계됐다. 900만 명을 돌파한 2020년 12월 이후 1년 간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알뜰폰의 다른 이름은 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다. 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에서 설비를 임차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를 뜻한다. 정부가 2011년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했다.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쓰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서비스 품질은 동일하지만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30~50%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해 ‘가성비’ 요금제로 통한다. 통신사 약정에 맞춰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던 방식과 달리 원하는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SKT·KT·LG유플러스 ‘5:3:2’ 과점 탈피, 어디까지 왔나
알뜰폰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이동통신 대기업 3사의 통신 시장 독과점 구조에 있다. 한정된 주파수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서비스는 시장 진입이 어렵다. 이동통신 사업은 초기 시설 투자비만 최소 1조 5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사업의 손익분기점 매출은 4조~5조 원에 달한다.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 ‘제4의 이동통신사’를 통해 3강 구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등이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통통신 시장의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 체제는 지속됐다. 기존 통신 시장을 흔들기 위해 중소 통신사업자를 육성하고 경쟁을 활성화하는 알뜰폰 제도가 도입된 이유다.
알뜰폰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동통신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지만 또다시 과점 논란에 섰다.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달성의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1000만 명을 웃도는 가입자 중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며 비싼 요금제를 쓰던 고객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로 옮겨간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사물 간 통신(M2M·Machine to Machine)에 사용되는 회선 409만 개까지 고려하면 ‘가입자 1000만’을 온전한 실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2012년 진출한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에 이어 2014년 KT와 LG유플러스도 KT엠모바일, LG헬로비전 등으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뻗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알뜰폰 후불 요금제 가입자는 약 34만 2000회선 증가했다. 이 중 82%인 약 28만 1000회선이 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LG헬로비전 등 이동통신 3사 자회사 가입자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후불 가입자 순증 실적의 18%에 그쳤다. 2019년 12월 약 105만 9000회선에서 올해 3월 112만 회선으로 6만 1000회선이 늘어난 수준이다.
후불 가입자 증가는 알뜰폰의 성장지표로 꼽힌다. 장기 사용 고객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가입자 당 평균 매출이 높은 LTE 요금제 이상 가입자 비중이 높아서다.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신규 후불 가입자 수를 압도하고 있는 만큼 중소 업체의 비중은 약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3사는 최근 자회사를 통한 이용자 확보를 넘어, 직접 온라인 전용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점유율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도매제공의무 일몰제 등 장애물 여전…정부 “대기업 자회사 점유율 제한 검토”
11월 24일 과기정통부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알뜰폰스퀘어에서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먼저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가 언급됐다. 알뜰폰 종량제는 알뜰폰 사업자가 데이터, 음성 등 사용량에 따라 도매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종량제 도매대가를 데이터 1MB당 기존 2.28원에서 1.61원으로 29.4% 줄이고, 음성 1분당 10.61원에서 8.03원으로 24.3%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LTE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SK텔레콤의 LTE 요금제 ‘T플랜’의 수익배분대가율을 2%포인트씩 낮춰 이용자에게 더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 중심의 견고한 통신 시장에서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며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에 더해 이동통신 3사에서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양적 성장에 안주하기보다는 알뜰폰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 방향성을 꾸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3년 단위인 도매대가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는 이동통신 3사의 도매의무제공을 확대하고 3년마다 돌아오는 의무제공사업자 일몰제를 폐지해 알뜰폰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자회사와 중소업체들은 자금력부터 큰 차이가 난다. 보조금과 사은품을 이용한 마케팅 경쟁도 따라가기 버겁다”며 “중소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도매대가 인하를 넘어선 대책이 필요하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후불 시장에서 이동통신 자회사가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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