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소설에서 처음 개념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메타버스는 최근 코로나19 영향과 기술의 발전 등으로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세계 각 기업과 도서, 게임 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메타버스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메타버스로의 도약을 발표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메타버스 관련 도서 출간도 이어졌다. 올해 국내에서만 메타버스 관련 도서는 약 100여 권이 출시됐다.
기업의 투자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열풍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는 제페토에 더해 아크버스(가상‧현실 융합 생태계)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으며, 엔씨소프트는 유니버스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가상현실 아이돌 만든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공개하며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임팩트 투자사는 메타버스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고 밝혔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AI·빅데이터 전문업체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 1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또한, 삼성은 20조 원을 투자해 메타버스 등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미국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넵튠은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사 퍼피레드를 인수하고, SK텔레콤은 넵튠에 지분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타버스는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산업에서 두각을 보였다. 코로나로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자, 게임의 영역이 확장돼 개인적인 만남의 통로로 이용함은 물론, 축제, 포럼 등 각종 행사에도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우리는 가상세계를 처음 접한 것일까? 사실 우리 일상에서 메타버스, 즉 가상공간을 이용한 플랫폼은 상당히 많았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있었다. 메이플스토리, 싸이월드, 퍼피레드, 스타크래프트, 야후꾸러기 마법학교 시리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 게임들 역시 가상공간을 이용해 운영한다. 특히, 싸이월드와 퍼피레드 등은 현재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하는 플랫폼과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상화폐 사용, 20년 전에도?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고, 선물을 주는 ‘가상화폐’를 사용했다. 이는 현재 비트코인과 같은 기능이기에, 싸이월드를 가상화폐를 이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니홈피를 이용해 쌍방향 소통과 연결, 더하여 미니홈피 ‘꾸미기’기능까지, 지금의 메타버스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콘텐츠가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최고의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던 싸이월드는 2010년대에 점차 이용자 수가 줄었고, 2020년 운영을 종료했다. 올해 일부 이용을 재개하고, 메타버스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을지는 의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생들에게 인기 있던 가상공간 게임 퍼피레드는 본인의 캐릭터를 꾸미는 것에서 나아가 미니파크 꾸미기, 아기 키우기, 각종 동물 키우기, 스타 키우기, 다른 유저 파크에 놀러가기, 파티 열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가상화폐 ‘콩’을 이용해 각종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직접 수확한 작물 등을 통해 콩을 벌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제페토와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비주얼이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메타버스의 대중 열풍은 제페토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미 이와 유사한 게임이 존재했고, 흥행했다는 것이다.
퍼피레드 역시 2016년 종료된 서비스이다. 메타버스 열풍이 불자, 퍼피레드는 퍼피레드M 베타버젼을 올해 12월 재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퍼피레드 역시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지는 의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년여 간 퍼피레드 게임을 즐겨 했다는 김유미 씨(26·가명)는 “가상의 캐릭터를 키우며 마치 실제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즐겼다”고 회상했지만, 퍼피레드M 이용 예정에 관해 묻자, “어릴 때는 재미있게 했지만, 실제 생활도 바빠서 굳이 다시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퍼피레드 커뮤니티카페’에도 현재 퍼피레드M 출시를 기다리는 연령대는 10대와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게임이 1970년대생 이상 연령대까지 상용화되기는 어렵다. 이지연 씨(53·가명)는 메타버스란 단어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며, 키오스크도 익숙하지 않아 사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결국, 메타버스 게임이 현재 흥행한다 하더라도 어린 시절 이용한 게임플랫폼은 유행과 시간에 따라 이용률이 낮아지고, 새로 유입되는 유저 역시 또 다른 플랫폼을 찾을 것이다. 싸이월드와 퍼피레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가상 세계(virtual worlds) 메타버스의 미래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찾을까? 넥슨의 CED 오웬 마호니(Owen Mahoney)는 이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는 칼럼을 통해 현재의 메타버스 열풍을 ‘가상 광기(Virtual Insanity)’라고 표현한다. 현재의 메타버스 논의는 실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왜 사용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 역시 모두 가상세계였음을 꼬집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메타버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플랫폼을 이용해서 어떻게 재미있게, 매력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자체가 아닌 창조적인 도전과 콘텐츠가 게임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게임 열풍은 언젠가는 잦아들 것이고 결국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메타버스라는 ‘허상’에 갇히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종합하면, ‘플랫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 안에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메타버스 ‘잘’ 이용하려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우운택 교수는 “기존 게임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이 쉽게 저작할 수 있게 된 것이 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현실과의 융합을 통해 누구나 활용 가능하도록 사회간접자본으로 접근하고, 공익적 플랫폼은 정부 주도로 선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성균 교수 역시 “메타버스를 포괄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메타버스로 생긴 디지털 공간으로 인해 모든 관점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가상공간이 원래부터 계속 있었던 것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그 쓰임새를 찾았고, 코로나 종식 후에도 발전을 이어나갈 것”이라 예측한다. 그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에서 머물지 않고, 키오스크, 배달 앱 주문 등 아주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는 앞으로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나, 플랫폼 자체에 얽매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세분화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메타버스 역시 개념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자체에 열광하는 것보다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다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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