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제품구매법에 따라 소모성자재(MRO) 물품을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직원 편의와 감사 회피 등을 목적으로 제한경쟁이나 협상을 통해 일정 규모를 갖춘 MRO 구매대행업체들과 계약을 하면서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RO는 기업에서 원자재를 제외한 필요 품목들인 사무용품, 청소용품, 공구 등을 상시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자재를 말한다.
비즈한국이 MRO 구대대행업체를 선정하는 복수의 공공기관 제안요청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중소상공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업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구매대행업체에게 공공기관과 연동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자재만 아니면 된다는 특성상 MRO 품목을 무려 수천개로 확장해 전국에 산재한 기관 조직들에게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마다 연간 납품금액은 한 업체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으로 기관 규모에 따라 다르고 어떤 기관은 수백억 원대에 달하기도 한다”며 “문제는 기관 직원들이 편리를 위해 무한정으로 MRO 대상 품목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MRO 구매대행업체들은 공공기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하청업체에 요구해 물품을 받아 일종의 통행세인 수수료를 붙여 기관에게 제공하면 된다”며 “구매대행업체로서는 하청업체의 단가가 낮을수록 이득이 되는 만큼 단가 후려치기 횡포도 현장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MRO 구매대행업체와 계약하려는 이유가 감사를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에서 공공기관들은 MRO 품목을 개별 단가 100만 원 이하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관 감사에서 주로 보는 구매 관련 항목은 고가 장비, 공사, 수의계약 등으로 정해져 있다. MRO의 경우 발생 건수와 전체 금액으로 볼 때 막대한 양이어도 개별적으로 볼 때 금액이 적으면 얼마를 구매했는지 감사 예외 대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MRO는 기관 담당부서에서 직접 계약하거나 조달청을 통해 입찰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혈세로 MRO 구매대행업체의 배만 불려 주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입찰보다 MRO 구매대행업체를 통하면 신속하고 편리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대상 품목을 늘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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