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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들의 잇단 반기…문재인 정부 레임덕 접어드나

국토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KDI·조세연구원, 정권 입맛에 맞추던 관례에 비춰 이례적 연구결과 내놔

2021.11.26(Fri) 14:15:55

[비즈한국] “부동산 가격은 현재 고점을 향해 나가는 중이다.” “탄소중립 과정에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 “국가채무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상속·증여세 공제한도를 늘려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주요 정책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야당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국책연구원들이 내놓은 것이다. 국책연구원이 대부분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여러 국책연구원들의 잇단 반대 목소리는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경제 논리를 간과한 정책을 밀어붙이며 시장에 혼란을 주자 국책연구원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국책연구원들의 반란(?)은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 순환국면과 가계자산 변동과의 관계 분석 연구’에서 국내 주택 시장이 2019년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2분기 현재 고점을 향해 나가는 중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향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전국 주택매매시장이 2003년 이후 3번의 순환국면을 거쳐 다시금 고점을 향해 가는 4번째 순환국면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1순환은 2004년 4분기(저점)→2008년 2분기(고점)→2010년 3분기(저점)이었으며, 2순환은 2010년 3분기(저점)를 시작으로 2011년 4분기(고점) →2014년 3분기(저점), 3순환은 2014년 3분기(저점)→ 2015년 4분기(고점)→ 2019년 4분기(저점)이었다. 

 

4순환은 2019년 4분기를 저점으로 시작됐다. 1~3순환 기간이 4~5년이었다는 점에서 아직 하향세가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국토연구원도 “현재 전국 부동산시장은 저점에서 고점을 향해 확장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 목표를 대폭 상향조정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목표치인 26.3%는 물론 국회가 법으로 정한 35%보다 높인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산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폐쇄와 맞물려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 시점에서 전기요금 변동폭 추산은 어렵다”고만 하며 전기료 문제에는 입을 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정연제 연구위원)은 2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탄소중립연구단 대국민토론회’에서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후환경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증가 필요액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채무를 대폭 늘린 점이나 상속세를 강화해온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매해 8%가 넘는 예산증가율과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를 급격히 늘렸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도 전년대비 8.3% 늘어난 604조 4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로 인해 내년도 국가채무(1068조 3000억 원)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확장 기조 강도는 약화했으나 여전히 확장적으로 편성됐다”며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세를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함을 강조했다. KDI는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는 안 된다”며 “재정 준칙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 건전성 기준을 계속 완화하며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에 대한 경고 목소리인 셈이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 개선방안 연구’에서 2000년 이후 변화가 없는 상속세 공제한도와 2015년 이래 고정된 증여세 공제한도를 늘릴 필요성을 제시했다. 물가 변동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상속세 강화를 내세워 상속·증여세 개편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것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공직사회에 대한 그립이 약해지면서 시장 원리가 아닌 진영 논리로 추진해오던 경제 정책 부작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논란이 큰 정책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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