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 전문기업 ‘램테크놀러지’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허위 보도자료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회사는 하루 뒤 주가가 더 오르고 나서야 해명자료를 냈다. 회사의 늑장 대응에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가운데 회사의 임원들이 주식을 파는 행위까지 공시를 통해 밝혀져 파문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데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은 22일 시작됐다. 각 매체 기자들에게 램테크놀러지가 초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 램테크놀러지가 세계 최고 초순도 기체·액체 불화수소 동시 생산기술 개발했고, 순도가 99.999999999999999(15N)에 달해 일본의 기술력보다 앞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가 쏟아지자 램테크놀러지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22일 7000원에 시작한 주가는 8890원에 마감했다. 23일에도 주가는 치솟았다. 23일 주가는 장중 1만 155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램테크놀러지는 23일 배포된 보도자료가 당사는 물론 IPR 대행사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업이 발송한 보도자료를 언론이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 써주는 관행을 교묘히 이용한 것. 심지어 발송인 이름도 램테크놀러지가 아닌 ‘램테크놀로지’로 표기된 것이 확인돼 모두를 허탈케 했다.
램테크놀러지는 해명자료를 통해 “2021년 10월 1일에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정제방법 및 장치’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한 것은 사실이나, 당사는 11월 22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 현재 배포 경위를 확인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당사를 사칭해 해당 내용을 배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해명자료와 함께 주가는 폭락했다. 23일 종가는 741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허위 보도자료의 출처에 대한 사측의 추가 보도는 없었다. 비즈한국은 자체적으로 허위 보도자료의 출처를 찾아 나섰다. 허위 보도자료 발신인의 메일 주소를 근거로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발신인의 흔적을 뒤졌다. 그 결과 그의 네이버 블로그를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2015년 5월 올렸던 게시글을 공유한 또 다른 블로거를 통해 발신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에는 특정 기업의 호재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먼저 램테크놀러지의 하루 늦은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2일 허위 보도자료는 포털 사이트에는 이른 오후부터 노출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사실을 램테크놀러지 측이 인지했다면 늦은 오후라도 해명했어야 한다는 게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램테크놀러지는 주가가 여전히 치솟고 있음에도 하루 뒤에 허위 보도자료에 대해 해명했다.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들은 램테크놀러지가 먼저 특허 등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램테크놀러지의 해명자료에 따르면 특허 등록은 실제로 이뤄졌다. 6월 3일 출원돼 10월 1일 등록됐다. 특허 등록은 특허권이 인정되는 것이기에 기업에 호재다. 기업 가치를 높일 기회다. 24일에도 특허 등록은 사실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램테크놀러지 주가는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램테크놀러지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같은 소식을 한 달 반이 다 되도록 알리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김홍달 램테크놀러지 부사장이 22~23일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7만 1255주를 전량 매도한 사실이 25일 공시를 통해 드러나며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김 부사장은 이를 통해 약 7억 4319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 부사장의 매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가 주가 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비즈한국은 램테크놀러지의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번 사례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 밝혀내기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다. 게다가 형량이 정해지기까지 약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공정 거래 의심 사례가 발생할 경우 거치는 기관만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세 곳이다. 한국거래소에서 먼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례에 대해 심리한 후,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면 금감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의 심층 조사를 통해 혐의가 인정되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되며 검찰에 고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종목이다 보니 모니터링 대상이며,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맞다. 심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혐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알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전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발의돼 올해 초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제안설명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이후 큰 진전 없이 계류 중이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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