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교보생명이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2대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니티) 간의 분쟁 와중에 상장(IPO·기업공개)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의 상장 이슈는 무려 10년 이상 끌어 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대주주간 풋옵션(주식을 되팔 권리) 분쟁에서 파생된 각종 공방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어피니티의 신창재 회장 소유 일부 지분에 대한 가압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 추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교보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명보험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은 지난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에 관심을 보인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그러면서 어피니티는 신창재 회장과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을 완료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시점까지 상장은 불발됐고 교보생명은 다시 2018년 하반기 상장을 재추진했다. 여기에 어피니티가 같은 해 10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에 나서면서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피니티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 9000원을 제시했고, 신 회장 측은 터무니없는 고가라며 주당 20만원이 적당하다고 맞섰다.
양측 간 가격 총액 차이가 무려 8000억 원에 달하며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9년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법 제 35조에 따라 중재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올 9월 ICC는 사실상 신 회장이나 어피니티 양측 어느 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 않는 중재 결과를 내놓았다. ICC는 어피니티 측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만 풋옵션 행사 가격은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 측은 “ICC가 풋옵션은 계약서에 근거해 합리적이고 정당하고 적절한 권리 행사라고 판정했다. 계약상의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신창재 회장 측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게 ICC의 결론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ICC가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가 제출한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정했다.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대금 청구였는데 전부 기각됐다”고 맞섰다.
양측 간 다른 분쟁도 한창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어피니티가 딜로이트안진과 공모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부풀렸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올해 1월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 관계자 2명을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와 관련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의 배당금, 자택, 급여, 보유 주식 중 일부 등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 놨다. 무엇보다 신 회장 주식 가압류는 일부라 해도 교보생명이 상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에서 주요 항목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의 지분 매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주식 의무 보호예수와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ICC의 중재 판정 결과가 나오자 신 회장 측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어피니티의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신청했다. 어피니티는 깉은 법원에 신 회장의 풋옵션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어피니티 측은 “그간 일련의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분쟁 당사자가 아님에도 대주주간 분쟁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주주인 신 회장이 아니라 전체 주주들과 임직원, 보험가입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라며 “교보생명이 대주주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상장 추진을 먼저 공개하고 법원에 참고자료를 제출한 것을 보면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변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의) 가압류 해제와 관련해 이달 11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마지막 심문기일이 열렸다. 앞으로 일부 서면 심의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르면 오는 12월 중 법원이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거래소에 상장 심사 청구를 한 기업은 상장심사 기간 내에 장애요인을 해소하면 된다. 내년 상반기 중 상장 완료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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