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속옷 제조업체 남영비비안(현 비비안)을 인수한 쌍방울그룹이 비비안 최대주주였던 남석우 전 회장의 산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비비안 물류센터와 맞닿은 이곳은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개발 행위가 제한된 보전관리지역인데, 쌍방울그룹이 이 땅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쌍방울그룹 계열사, 남석우 전 남영비비안 회장 소유 화성 산지 매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계열사 미래산업은 5일 경기도 화성시 비비안 물류센터에 접한 4만 6862㎡(1만 4176평) 규모 임야를 같은 계열사 나노스에 팔았다. 매매 가격은 110억 원으로 매수가보다 26억 3000만 원 높다. 앞서 미래산업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 남석우 전 남영비비안 회장으로부터 이 땅을 83억 7000만 원에 샀다. 남 전 회장은 1997년과 1998년 각각 이 임야와 지금의 비비안 물류센터 부지를 증여받아 22년여간 보유했다. 임야는 나무나 수풀이 우거진 산지를 말한다.
두 회사는 이 임야를 매입한 목적을 사업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미래산업은 임야 매입 당시 “장기적 사업확장 및 성장에 따른 생산 및 업무시설을 확보”하고자 자산을 양수했다며 향후 “안정적인 시설 확충 및 생산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이 기대”된다고 공시했다. 나노스도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난 3일 “바이오 관련 보관시설 및 업무시설 확보”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며 “바이오 관련 신규 사업의 안정적인 시설 확충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는 개발 제한된 보전관리지역 산지, ‘사업 목적’으로 쓰겠다며 농업용창고 부지 조성
하지만 이 임야 일대는 개발이 제한된 보전관리지역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농업 진흥이나 △자연환경 보호 △도시 인구와 산업의 체계적 수용이 필요한 준도시·준농업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난개발을 막는다. 이곳에서 토지 형질을 바꾸거나 건물을 지을 때는 그 종류와 규모를 제한한다. 관리지역은 앞선 지정 목적에 따라 각각 계획관리, 생산관리, 보전관리로 나뉘는 데 보전관리지역은 셋 중 규제 강도가 가장 높다.
예컨대 화성시 보전관리지역인 이 임야에서는 1만㎡ 이상으로 토지 형질을 바꿀 수 없다. 산지를 깎아 사업용지로 만들 수 있는 땅이 이 임야 면적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건물 규모는 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80% 이하, 층수 4층 이하여야 하고, 건물 종류는 단독주택, 초등학교, 교정 및 군사시설, 도시계획조례로 정한 1·2종 근린생활시설, 의료시설, 노유자시설, 농·축·수산업용 창고, 위험물저장·처리시설, 동식물 관련 시설 등으로 한정된다.
이 임야 인근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보전관리지역은 말 그대로 보전과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형질을 바꿀 수 있는 토지 면적이나 지을 수 있는 건물 종류, 용적률이나 건폐율 등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업체에서도 쉽게 손을 못 대는 곳이다. 일반 기업이 창고나 업무시설을 지으려고 시도해도 허가 여부가 불투명할뿐더러 허가가 나더라도 사업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서류상 이 임야에는 농업용창고 부지가 조성되고 있다. 화성시청 허가민원과에 따르면 미래산업 측은 부동산 양도 직전인 올해 8월 이 임야 일부(9990㎡, 3022평)를 농업용창고 부지로 조성하는 내용의 개발 행위 허가를 받았다. 농업용창고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을 건조·보관하는 시설이다. 두 회사가 공시한 “생산 및 업무시설”이나 “바이오 관련 보관시설 및 업무시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비즈한국이 23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대는 실제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성시 민원허가과 관계자는 “해당 임야는 지난 8월 농업용 창고 부지 조성으로 개발 행위 허가가 났다. 농업회사법인이 보전관리지역에서 지을 수 있는 농업용 창고를 짓겠다고 신청해 허가가 난 사항”이라며 “농업용 창고 이외에 다른 용도로 부지를 사용하려면 보전관리지역과 주변 여건에 맞는 내용으로 개발 행위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물을 짓고 난 이후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하면 관계부서에서 불법 사항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방울-비비안 인수 조건?’ 쌍방울그룹은 비비안 왜 전 최대주주의 산지를 샀을까
쌍방울그룹이 남석우 전 남영비비안 회장 땅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남 전 회장은 임야 매각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이 임야와 맞닿은 2만 4316㎡(7356평) 규모 화성 비비안 물류센터 부지를 비비안에 팔았다. 매매가는 101억 7000만 원. 화성 비비안 물류센터는 1998년 11월 비비안 땅(469㎡)과 남 전 회장 땅에 걸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남 전 회장과 부지를 나눠 갖던 비비안은 22년만에 온전히 소유권을 찾았다.
한편 이 임야를 사들인 두 회사는 쌍방울그룹이 비비안을 인수한 이후 계열사가 됐다. 쌍방울과 나노스의 최대주주인 광림은 지난해 1월 남석우 전 회장 외 8인이 보유하던 주식을 사들이며 비비안 최대주주가 됐다. 주인이 바뀐 비비안은 한 달 뒤인 지난해 2월 미래산업 최대주주인 포비스티앤씨(지금 인피니티엔티)를 인수했다. 광림은 같은 해 4월 쌍방울에 비비안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면서 지금의 ‘광림(12.04%)→쌍방울(13.46%)→비비안(30.64%)→인피니티엔티(8.08%)→미래산업’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쌍방울그룹이 남석우 전 남영비비안 회장 땅을 매입한 것은 비비안 인수 조건일 가능성이 있다. 남 전 부회장이 비비안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도 물류창고 부지 소유권을 유지하면 상호가 자산 매각이나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인수 협상이 진행되던 2019년 당시 쌍방울그룹은 남 전 회장 측과 비비안 지분 및 화성 비비안 물류센터 토지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이 비비안 물류센터에 접한 보전관리지역 임야를 매입한 이유는 공시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부지는 기존 공시 내용과 같이 ‘바이오 관련 보관시설 및 업무시설 확보’를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당 부분에 관련된 문제가 없음을 사전에 확인했고 공시도 된 상황”이라고만 말했다. 개발 행위 허가 신청을 농업용창고 부지 조성으로 한 이유와 쌍방울그룹의 비비안 인수 조건에 남 전 회장 임야 매입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쌍방울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칼라스홀딩스가 있다. 칼라스홀딩스는 광림 지분 19.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칼라스홀딩스 주주는 양선길 쌍방울 회장(30%)과 김흥수 나노스 사내이사(10%), 이인우 전 광림 이사(30%), 정은희 씨(30%) 등 4인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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