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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큰 손’ 국민연금, ‘식물주주’된 까닭

압도적 주주일가 우호지분‥재벌 견제 어려워

2014.03.12(Wed) 14:42:12

   


국민연금공단이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며 투자기업 지분을 확대하고 있지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식물주주’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대주주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30대 그룹 183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87개사로 평균 지분율의 투자 지분 가치는 51조2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0%룰이 해제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0.53%p, 5.4% 높아진 수준으로 10%룰 해제 이후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한 기업도 17개에 달했다.

10%룰은 특정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기관이나 개인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단 한 주라도 더 사면 그 내역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이는 국민연금과 같은 정부기관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지난해 8월 해제됐다.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12.74%를 보유한 LG상사였으며 삼성물산(12.71%), CJ제일제당(12.69%), SKC(12.53%), 제일모직(11.63%), LS(11.39%), LG하우시스(11.34%), 롯데푸드(11.32%), LG이노텍(11.22%), 현대건설(11.17%)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유니드(10.43%), 한섬(10.37%), 제일기획(10.34%), CJ CGV(10.24%), 롯데칠성(10.14%), 신세계인터내셔날(10.08%),신세계 I&C(10.06%)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대주주일가 및 우호지분은 국민연금 지분의 4.6배에 달하는 37.01%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9.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대주주일가 및 계열사 우호지분이 7배나 많은 65.3%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1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대주주 우호지분이 68.2%로 6.8배나 높았다.

국민연금 지분이 9.2%인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주주 지분이 60.3%에 달해 6.5배 많았고, 유니드 역시 국민연금 지분 10.4%인 반면 대주주 우호지분 55.7%로 5.3배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처럼 대주주 일가가 순환출자로 인한 계열사 지분과 특수관계인 등에 의한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을 대거확보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일부 투자기업에서 총수에 버금가거나 뛰어넘는 지분을 확보하는 등 투자지분을 크게 늘리며 의결권 행사 실행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표 대결로 갈 경우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이어 “이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 등 비리 경영진의 퇴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주주의 전횡조차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연기금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십조원의 막대한 국민 자본을 투자해 재벌 대주주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독특한 순환출자 구조와 기업 우호지분에 밀려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지킬만한 창과 방패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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