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넥스(KONEX) 대장주 ‘툴젠’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툴젠의 유전자교정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툴젠은 지분구조, 특허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당 취득 문제로 3번이나 코스닥 이전 상장에 실패했다. 그간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상장에 나서는 만큼 툴젠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비율이 64%에 달해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툴젠은 유전자교정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유전자교정 기술은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편집·삽입해 치료를 돕는 기술이다. 암, 감염증, 대사이상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의 치료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유전자원 한계를 극복한 고부가가치 동식물 품종개량 등의 개발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유전자교정 기술은 4세대에 걸쳐 발전하고 있다. 툴젠은 1~3세대 유전자교정과 관련한 기술들을 개발했다. 특히 3세대 유전자교정 기술은 진핵세포에서 작동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으며 특허까지 출원했다. 3세대 유전자교정 기술로 원천 특허를 받은 기업은 아시아에서는 툴젠이 유일하다.
툴젠은 이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 식물, 동물, 화장품 등 화학제품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특허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이를 통해 사용료 등 각종 수익을 만드는 게 툴젠의 사업모델 중 하나다.
툴젠은 현재 국내외 17개 기업과 유전자교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해마다 2~3개 기업과 계약하던 것과 달리 올해에만 6개 기업과 계약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은 약 13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 약 7억 원보다 두 배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2019년 매출 약 11억 원도 이미 뛰어넘었다.
#불안한 지분구조, 특허 관련 문제로 예비 심사에서만 3번 탈락
툴젠은 2014년 코넥스에 상장했다. 1년 뒤인 2015년 12월 코스닥 이전 상장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한국거래소가 툴젠의 최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고, 툴젠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교정 기술의 특허권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툴젠은 2대 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2016년 3월 상장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허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툴젠은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대해 이의까지 제기하며 상장 이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끝내 승인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
툴젠은 2018년 8월 다시 한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툴젠이 유전자교정 원천기술 특허권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2012~2014년 각종 내부규정을 위반해가며 유전자교정 기술 특허 3건을 툴젠에 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결국 툴젠은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해야 했다. 해당 논란은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 단장이 1년 6개월 재판 끝에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실상 종결됐다.
#4번째 도전 툴젠…코넥스 이전 상장 부진 씻어낼까
툴젠은 1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4번째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그동안 겪었던 위험 요소를 모두 해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3세대 유전자교정의 원천기술 특허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됐고,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툴젠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지분율 16.6%) 자리에 오르며 지분율도 조정했다. 창업자인 김진수 전 단장은 10.17%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올해 코스닥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2곳을 제외하면 7곳이다. 이들 중 4개 기업은 기관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올해 평균 경쟁률 약 1200 대 1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도 두 곳이나 됐다. 좋지 못한 수요예측 결과는 대부분 상장일 주가 흐름에도 부정적으로 반영됐다. 결국 3곳은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됐다.
코넥스 이전 상장 기업들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수급 문제가 꼽힌다. 코넥스 시장에서 이미 주식을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코스닥 이전 상장 후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한 7곳 중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이 40%를 넘었다. 에이비온의 경우 유통 가능 물량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툴젠 역시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비율이 64%로 높다. 이는 올해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개월 후에는 이 비율이 72.89%로 늘어난다. 이 중 차익 실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벤처금융과 소액주주의 비율이 전체 주식 수의 55%나 된다. 반면 툴젠 총 공모 주식 수는 100만 주로 전체의 12.75%에 불과하다.
그러나 툴젠은 코넥스 상장 이후 꾸준히 대장주로 평가받았다. 수년간 거래대금 선두권을 유지했고, 시가총액도 24일 기준 약 9680억 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코스닥에서도 100위권 안에 들 수 있는 규모다. 3전 4기 끝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툴젠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툴젠은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0만~12만 원으로 책정했다. 23일 종가 기준 14만 2800원 보다 낮게 공모가 범위를 잡은 것. 툴젠은 25~26일 양일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30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12월 2일과 3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12월 초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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