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가의 명품도 클릭 한 번으로 택배로 받아보는 세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커머스 시장 확대 기류를 타고 명품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캐치패션 등 대표 기업들은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자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의 특성상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인해 하늘길이 열린 이후의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대면, MZ세대, 서비스 고도화’ 흐름 타고 꾸준히 성장 중
과거 명품 시장은 오프라인의 전문 MD와 구매자 관계 중심의 구매 형태를 띄며 디지털 전환에 더딘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 면세점 중심의 판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같은 업계 기존 강자들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캐치패션, 구하다 같은 신규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이들 중 거래액이 가장 큰 기업은 2011년 등장한 머스트잇이다. 지난해 2500억 원을 돌파했으며 그 뒤를 트렌비(1080억 원), 캐치패션(560억 원). 발란(512억 원)이 따라 붙었다. 투자금 유치도 활발하다. 발란은 지난 10월 말 325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485억 원을 조달했다. 머스트잇은 올해 5월 130억 원을 투자받으며 28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트렌비는 올해 3월 220억 원을 투자받으며 40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업계에선 시장 확대의 이유로 비대면, 세대를 꼽는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작년 국내 명품 시장 규모의 약 10%를 온라인 명품 커머스가 차지했다. 올해 머스트잇을 포함한 타 경쟁사들의 급격한 거래액 증가 추이를 고려했을 때, 작년 이상의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비대면 소비가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했다면, 이젠 모든 세대에게 온라인 명품 구매 행태가 익숙해졌다고 본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나를 위한 가치 소비 등의 구매 트렌드와 함께 여러 기업이(백화점 등 대기업, 무신사 같은 패션 기업, 기술성을 강조한 스타트업 등) 온라인으로 빠르게 진출한 것 역시 온라인 명품 시장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고도화도 시장이 커지는 데 한몫을 했다. 플랫폼이 명품을 파는 방식은 다양하다. 직접 상품을 구매대행해 판매하거나 1차 도매상인 해외 부티크와 계약을 맺고 판매를 중개한다. 오픈마켓 방식으로 병행수입, 구매대행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방식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가품이 판매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정품 인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플랫폼들은 자체 보증 서비스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지 않는 다양한 제품군과 빠른 배송, 백화점 수준의 A/S는 기본이다.
발란 관계자는 “올해 10월에만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600% 증가한 46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의 90% 정도가 한 달 만에 거래된 셈이다. 내부에선 광고모델의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도도 같이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세대’다. 기존에는 MZ세대가 온라인 명품 구매의 핵심이었다면 이젠 30~50대, 백화점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던 세대도 온라인으로 유입돼 주력 소비층이 됐다. 올해 10월 세대별 구매 비중도 3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에 해당하는 고객이 60% 가까이 됐다”고 전했다.
#‘하늘길’ 열리면 면세 업계와 격돌 불가피
시장은 커졌지만 변수는 많다. 고가의 명품일수록 소비자는 확실한 보증을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지난 10월 27일 발표된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플랫폼 성장에 따라 관련 소비자 상담 또한 증가했다. 2019년 3분기 44건에 불과하던 상담 수는 꾸준히 늘어 올해 3분기 103건을 기록했다. 주요 불만 유형은 제품 불량이 34.1%, 배송 관련 불만이 22%이며 이 외에도 교환 및 환급 지연, 거부, A/S 및 서비스 불만, 가품 관련 불만이 뒤를 이었다.
판매처가 결국 플랫폼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국 소비자원은 ‘액세서리, 선글라스, 수영복, 속옷 등 일부 제품을 교환 및 반품 불가 상품으로 지정하거나, 해외 판매자 및 사이트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판매하고 있어 주문 진행 단계에 따라 반품 가능 여부, 왕복 배송비 금액 등이 달라지기도 한다. 플랫폼은 배송, 청약철회, 반품 등 거래 진행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이 존재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자료에 담았다.
큰 트래픽을 보유한 업계 강자들이 계속해서 진입하는 것도 주요 변수다. 카카오, 네이버, 무신사가 대표 사례다. 특히 무신사는 올해 6월 ‘무신사 부티크’를 론칭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신사 앱 내에 위치한 앱인앱 형태로 접근이 쉽고, 직매입을 통해 정품을 보증한다는 장점이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6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취급 중이고 올해 안에 8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패션 브랜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인 무신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혀 있던 하늘길이 열리게 되면 명품 플랫폼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 온라인 구매 수요가 오프라인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여전히 초고가 명품은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오프라인이 활성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온라인 명품 구매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 파이가 커져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명품 시장은 한 번도 역성장을 한 적이 없다. 꾸준히 커 온 시장에 ‘온라인’으로 가속화가 붙은 것. 온라인은 이제 20~30대를 넘어 일상적으로 고가의 명품을 소비하는 일명 ‘큰 손’을 잡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앞으론 최저가 경쟁보단 희소성 있는 메인 스트림의 명품을 누가 먼저 발 빠르게 공수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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