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하반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인기 TV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m.net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스우파’의 결승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TV 방송국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스우파’ 댄서들 섭외에 혈안이 된 듯하다. TV 예능 채널을 돌리는 족족 ‘스우파’ 댄서들이 등장해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부터 시작해서 ‘놀라운 토요일’, SBS ‘런닝맨’, ‘집사부일체’,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JTBC ‘아는 형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이 ‘스우파’ 댄서들로 북적인다.
‘스우파’ 프로그램 자체를 워낙 열광하며 봤던 지라 그녀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을 자연스레 찾아보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들의 매력 넘치는 맹활약보다 눈에 더 쏙 들어오는 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됐다. 다름 아닌 SBS 주말 예능 ‘집사부일체’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립제이, ‘YGX’의 리정, 여진, ‘훅’의 아이키, 뤠이젼, ‘라치카’의 가비, 리안이 출연한 이 방송에서는 ‘스우파’ 댄서들을 더 알아갈 수 있는 투표 토크쇼가 진행됐다. 토크쇼 뒤로 이어지는 방송 하이라이트에서는 ‘스우파’ 댄서들과 ‘집사부일체’ 멤버인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유수빈을 신입 댄서로 참여시키는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펼쳐졌다. 이승기와 ‘훅’이 한 팀, 김동현과는 ‘YGX’, 유수빈과는 ‘프라우드먼’이 연결됐고, 양세형과는 ‘라치카’가 합을 이뤄 무대를 선보였다. 모두 반전의 멋진 무대를 보여준 공연이었는데, 이날 최고의 발견은 양세형과 ‘라치카’의 무대였다.
‘집사부일체’ 내 양세형은 가장 춤을 좋아하고 잘 추는 멤버로 알려져 있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인물이다. 전문 댄서가 아니다 보니 참여하는 멤버의 몸 수준에 맞춰 안무를 각색한 다른 팀들과 달리 양세형의 춤꾼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 ‘라치카’는 안무를 고치지 않고 이전 ‘스우파’ 무대의 안무를 거의 재현해 냈다. 이날 이어지는 촬영의 반전은 연습시간 동안 전문 댄서처럼 ‘라치카’의 안무를 잘 익혔던 양세형이 정작 리허설 때는 안무를 헷갈려하며 페이스를 잃은 것이었다. 당황한 양세형은 다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고도의 집중력으로 연습에 연습을 더했고, 결국 본 무대에서는 ‘라치카’가 수정 없이 선보였던 안무 전부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눈이 즐거웠던 양세형과 ‘라치카’의 콜라보 무대 보다 더 멋졌던 건 이날 무대 퍼포먼스를 다 마친 후 소감을 이야기하는 양세형의 코멘트였다. “방송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안무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고 재밌었다. 그냥 이런 분위기가 좋았고, 기분이 참 좋았다. 갑자기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순간 울컥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는 촉촉해진 눈으로 “그래서 오늘은 잠을 잘 못잘 것 같다”며, “내 인생에 있어서 오늘의 이 무대가 최고의 1분 같았다”는 말로 무대가 주는 감동의 여운을 전했다.
양세형이 느꼈을 뜨거운 감동의 여운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했다. ‘인생 최고의 1분의 느낌’이라니, 그가 오롯이 느꼈을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복의 1분은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무언가 무섭게 집중해서 성취해낸 심장이 뛰는 결과,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감정의 희열. 그는 그것을 행복이라 칭하지 않았나 싶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는 양세형의 얼굴을 보면서 과연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그의 말을 들어보면 ‘살아있다’고 느끼는 건 자존감이라는 감정과 연계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해진다는 것.
그렇다면 자존감을 높이려면 대체 어찌 살아야 할까? 자존감이라니, 너무 거창하고 쉽지 않은 미션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자존감을 유지하는 건 그렇게 거창한 미션이 아니다. 내가 후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주는 작은 성취감이 쌓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각박한 일상 속에서 우리의 자존감을 사수하는 방법의 전부다. 양세형이 ‘살아있다’고 느낄 1분은 당신이 한강을 달리다가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도 충분히 발견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 행복은 빈도다. 찾기 어려운 네잎 클로버의 의미가 ‘행운’이고, 길가에서 지천으로 찾기 쉬운 세잎 클로버의 의미가 ‘행복’인 건, 다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그러니 잊지 말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 찾기보다 우선인 건, 지금 당신에게 작은 성취감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는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라떼부장에 고함]
'백스피릿'의 막걸리처럼, 사람이 익어간다는 것
· [라떼부장에 고함]
배우 오영수가 말하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
· [라떼 부장에 고함]
'골 때리는 그녀들'에게 배우는 후회 없는 열정, 그리고 행복
· [라떼부장에 고함]
'스우파'에서 배우는 상대를 마주 보는 관계의 지혜
· [라떼부장에 고함]
'쫄보' 같은 심정의 당신에게 하고픈 말, "의심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