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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로 '대리 채팅' 했더니 경찰 출동…당근마켓서 벌어진 신종 사기의 정체

원거리 거래 도와줬더니 본인이 사기꾼으로 몰려…당근마켓 "사기 피해 대부분 택배거래, 직거래 적극 권장"

2021.11.23(Tue) 13:38:57

[비즈한국] ‘당근마켓 대리 채팅해 주실 분 구해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이용자 사이에서 대리 채팅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래를 위해서는 ‘지역인증’이 필수적인 당근마켓의 특성을 악용한 이들이 대리 채팅을 부탁하거나 수락한 뒤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대리 채팅을 부탁하는 게시물이 크게 늘었다.

 

#중고거래 활발해지니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대리 채팅해 주실 분’

 

지역 기반 서비스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GPS 인증 위치에서 2~6km 반경 내 이용자끼리 거래가 가능한 당근마켓의 특성상 중고거래를 위해서는 ‘지역인증’이 필수다.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이용자가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 중인 판매자의 물건이 마음에 들어도 채팅 등의 거래 연락을 할 수 없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는 해당 지역의 상품만 확인할 수 있지만 웹페이지에서는 다른 지역의 물건 등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품 판매자와 채팅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내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최근에는 원하는 상품 구매를 위해 대리 채팅을 부탁하는 사례가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당근마켓 대리 채팅을 부탁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보통 대리 채팅으로는 ‘상품 판매자에게 물건 구매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연락처도 함께 전달하면 판매자에게 연락이 오고 택배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대리 채팅이 빈번해지면서 이를 사기 등에 악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11월 14일 A 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명품 지갑을 구매하고자 했다. 원하는 상품을 찾았지만 판매자와 지역이 달라 직거래가 불가했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리 채팅을 원한다는 글을 남겼고, 곧 B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A 씨는 B 씨에게 원하는 상품의 링크를 보내고, 상품 판매자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잠시 뒤 명품 지갑의 판매자라며 C 씨가 연락을 해왔다. A 씨는 의심 없이 20여만 원을 송금했으나 이후 판매자는 자취를 감췄다. 알고 보니 대리 채팅을 해준다고 연락이 왔던 B 씨가 상품의 판매자인 척 다시 A 씨에게 연락했고,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어버린 것이다. 

 

당근마켓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국의 중고거래 판매 물건. 원하는 물건을 찾더라도 거래 지역이 다르면 채팅 등의 연락을 할 수 없다. 사진=당근마켓 홈페이지

 

#상품 판매자인 척 돈만 꿀꺽, 3자 사기 연루…대리 채팅의 위험성  

 

선의로 대리 채팅 요청을 들어줬다가 사기에 연루된 일도 있다. D 씨는 얼마 전 대리 채팅 부탁을 들어준 뒤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D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리 채팅해 주실 분을 찾는다’는 글을 보게 됐다. 마침 대리 채팅을 희망하는 지역이 제가 사는 지역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대리 채팅을 해주겠다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대리 채팅을 부탁한 E 씨는 “판매자에게 ‘지인이 지역인증이 안 돼 대신 연락한다. 직접 만나서 거래하고 싶다고 하니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을 달라’고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D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해당 메시지를 판매자에게 전달했고, 그렇게 대화는 종료됐다. 

 

그런데 이틀 뒤 황당한 일을 겪었다. D 씨가 당근마켓에서 판매 중이던 상품의 구매 희망자가 나타나 직거래를 위해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상대방이 대뜸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D 씨는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해서 만난 사람은 이틀 전 대리 채팅을 해줬던 E 씨로부터 4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사기당한 피해자였다. 그분은 제가 사기꾼인 줄 알고 저를 잡으러 나왔던 것”이라며 “당시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했고, 굉장히 놀랐다. 좋은 마음으로 해줬던 대리 채팅이 잘못하면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D 씨는 전형적인 ‘3자 사기’에 연루됐다. 3자 사기는 사기꾼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동시에 연락하는 중고거래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판매자에게는 물건을 살 것처럼 접근해 사진 등의 상품 정보를 얻어내고,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판매자인 척해 돈을 가로챈다.

 

E 씨는 40만 원 상당의 재킷을 자신이 판매하는 것처럼 당근마켓에 올렸고, 원 판매자를 통해 상품의 추가 사진 등을 받아냈다. 그리고 추가 사진을 구매 희망자에게 전달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다른 지역의 원 판매자에게 접근할 때는 D 씨를 통한 대리 채팅을 이용했다. 

 

D 씨는 “대리 채팅을 해본 게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무섭다.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대리 채팅을 했는데, 절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중 발생하는 사기 피해의 대부분은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당근마켓 페이스북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분석시스템을 통해 3년간 중고거래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총 1만 4356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는 중고거래 판매자가 물건값을 받은 후 연락이 끊기거나 사기행위 등에 이용돼 피해를 본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대리 채팅 건으로 직접 신고된 사안은 없으나 외부 커뮤니티 등에서 3자 사기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3자 사기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수사기관과 협조해 대응하고 있다. 사기 또는 어뷰징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이용자 가이드와 신고 시스템은 물론, 강도 높은 제재와 수사기관과의 공조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측은 대리 채팅, 대리 인증 등의 방식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앞선 관계자는 “대리 채팅, 대리 인증 등은 거래 당사자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선의로 한 행동이라도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운영 정책에 위배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사기 피해가 비대면 택배거래에서 발생하는 만큼 거주 지역 GPS 인증을 기반으로 동네 이웃 간 직거래를 강력히 권장한다. 모든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 한다면 3자 사기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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