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0대 직장인 A 씨는 해외주식 예찬론자다. 올해 자신 있게 투자했던 테슬라 주가가 계속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역시 국내 주식보다는 미국 주식이 훨씬 올라가는 힘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방정으로 테슬라 주가는 이틀간 17% 폭락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주식 10%를 매각할지 말지를 온라인 투표에 부쳤는데, 팔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주식 매각 여부를 투표에 부친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테슬라 주식을 잇달아 매도하면서 주가는 ‘천슬라(주가 1000달러+테슬라)’가 위태롭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A 씨의 판단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A 씨는 “다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테슬라가 올해 46%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신뢰가 생겨버린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이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서 불고 있는 바람이라면 서학개미들은 신문에서 늘 보던 것처럼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18억 달러 수준이었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72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897억 달러 수준까지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3분기 해외주식 보관액은 666억 9000만 달러로 2분기보다 1.2% 늘어났다. 반면 3분기 해외 채권 규모는 230억 3000만 달러로, 0.04% 소폭 줄어들었다. 시장별로는 미국이 전체 보관액의 63.3%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30대 직장인 A 씨처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연령층도 젊은 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올해 상반기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가운데 40만 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 투자자 가운데 해외주식에 돈을 넣은 비율은 20%가 넘었다. 20대 투자자 10명 중 2명꼴로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30대도 18%가 해외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나 토스 등의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젊은 투자자들을 잡는 데 한몫했다. 이들은 환전 수수료나 환율 변동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A 씨는 “앱 이용자 화면(UI)과 앱 속도가 빠른 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적고 수익률이 높아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애플, 테슬라, 넷플릭스 등 당연히 들어봤을 법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동학개미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종목을 꼼꼼히 따져가며 투자하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흔히 미국 증시가 오르면 한국 증시도 덩달아 오르는 흐름을 보여왔지만, 올해는 이런 상반된 흐름에 해외주식에 눈을 돌린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보일수록 오히려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의 현재 상승 흐름을 과도하게 추종하는 투자전략은 다소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국내 저평가 종목을 찾는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오르는 흐름이 지속될 수 없다고 봤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형이 물가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마저 물가에 무관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고, 실질임금 하락은 실질소비 하락에 이어 실질GDP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 씨는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를 이용해 시장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주린이에서 벗어나겠다는 굳건한 의지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투자란 쉽지 않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때로는 주식 투자에 실패한다. 빚내서 하는 투자, 묻지마 투자를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이유다.
한 전문가가 필자에게 미국 주식 한 종목을 추천했다. 역시 삼성전자와 관련 있는 종목이다. 올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래도 덜 올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과 ‘삼성전자’는 시장에 지지 않을 법한 키워드인가 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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