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공개(IPO) 흥행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흥행 실패는 상장일 주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심지어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이런 현상이 도드라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전체 주가 흐름이나 업종별 주가 흐름이 좋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느낄 수 있어, 청약에 참여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16일 기준 올해 상장한 기업은 총 81곳이다. 이들의 평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1226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1100 대 1을 넘은 기업 61곳은 대부분 상장일 주가 흐름이 긍정적이었고, 모두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반대로 이 기준을 넘지 못한 20개 기업 중 종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기업은 2곳뿐이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면 상장 기업들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상반기 1310.60:1, 하반기 1147.53:1). 그러나 경쟁률 표준편차에서 차이를 보였다. 상반기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고르게 분포했다. 평균치 주변인 1100 이상 1600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은 29곳이었다. 하반기에는 평균치에 근접한 900 이상 1400 미만 경쟁률은 기록한 기업은 7곳뿐이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개 기업 중 8개 기업이 하반기에 상장했다. 8개 기업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1892.92 대 1이었다. 아스플로, 지아이텍, 디어유가 2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 종목은 반도체, 2차 전지, 메타버스와 엮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하위 10개 기업 중 9곳도 하반기에 나왔다. 이들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117.26 대 1이었다. 특히 경쟁률이 500 대 1 이하 기업이 11곳이나 됐다. 경쟁률 100 대 1도 기록하지 못한 기업이 올해 5곳이나 되는데, 모두 하반기에 상장했다.
하반기에는 기업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좋지 않았다. 하반기 의무보유확약 비율 5% 미만 기업은 총 11곳이었다. 상반기 5곳보다 크게 늘었다. 상반기에는 없던 0%대 비율도 4곳이나 됐다. 이 중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0%였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하자 기업들은 희망 가격에서 가장 낮은 금액으로 공모가를 확정하거나, 그보다 더 낮게 공모가를 책정하며 상장을 마쳤다. 반면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생겼다. 10월에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 11월에는 SM상선이 상장을 철회했다. 원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 짓지 못할 바엔 아예 상장하지 않는 것이 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가는 비슷한 업종에서 먼저 상장한 기업들의 가치를 반영해 책정된다.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가 좋지 않거나 비슷한 업종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다면 상대적으로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느낄 수 있다. 가격 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지기에 청약을 꺼리는 기업들이 늘 수밖에 없다. 현 시점이 그런 상황이며, IPO 흥행에 실패하는 기업 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의 경우 주가 흐름이 좋았다. IPO를 향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도 평균적으로 높았다. 즉 IPO도 때가 있다는 의미다. 원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책정해야 한다면, 기업은이 서둘러 IPO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더 좋은 가격으로 IPO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같은 IPO 시장 활황기는 지났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이제는 기업 선별 작업을 통해 청약에 참여한다. 가령 해마다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인기 있는 업종들이 달라지는데, 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 기업이라면 실적이 좋더라도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성장성이나 기술성이 우수하면 실적 관계없이 수요예측 결과가 좋을 수 있다. 또 상장일이 겹치면 기업마다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따라서 다시 좋은 시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업마다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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