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좋은 상품,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전, 의류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에서도 고가 상품의 인기가 높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흔쾌히 지갑을 여는 분위기다. 하지만 라면 시장에서만큼은 프리미엄에 대한 반응이 싸늘하다.
#비싸도 좋은 것 먹는다, 디저트·과일·신선식품 프리미엄 열풍
최근 한 백화점에 입점한 디저트 전문점. 이곳에서 판매하는 파이를 구매하기 위해 평일에도 매장 앞에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선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파이 한 조각 가격은 8500원.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가격이지만 판매 시작 후 15분 내로 품절된다.
매장을 찾은 A 씨는 “처음에는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비주얼도 좋고 맛있어 찾게 된다”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가격보다는 맛과 영양 등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 디저트, 베이커리 시장에서는 고급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상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과일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급 과일의 대표주자인 샤인머스캣은 올해 가장 인기가 높은 과일 중 하나로 꼽혔으며, ‘사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감홍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재배면적이 3.3%가량 늘었다. 백화점, 마트 등도 프리미엄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및 과자류 등도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앞다퉈 선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한 끼 때운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식사를 통해 미식과 생활 만족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끼 때우는 ‘라면’이 2000원? 프리미엄 전략 안 통하는 라면 시장
프리미엄 상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유독 ‘라면’ 업계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림은 지난달 프리미엄 라면 ‘The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했다. 닭고기 전문기업으로 익숙한 하림에서 출시한 첫 라면 제품에 이목이 쏠렸다.
하림은 The미식 장인라면 연구에 5년을 투자했다고 밝히며 내년 라면 목표 매출액을 700억 원으로 잡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 나와 직접 라면을 끓이고 시식하는 열의를 보였다.
The미식 장인라면이 더욱 화제가 된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The미식 장인라면은 봉지라면 가격이 2200원, 컵라면은 2800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봉지라면의 가격이 600~900원, 컵라면이 700원~11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2~3배 비싸다. 하림 측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 만큼 원가가 높은 것이라 설명했다. 자연재료를 20시간 우려내는 방식으로 액상수프를 만들고 나트륨 함량도 줄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거부감을 먼저 표시했다. 출시 직후 온라인 등에서는 ‘라면치고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호기심에 제품을 구매했다는 박 아무개 씨(23)는 “다른 라면과 비교해 건더기도 큼직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라면치고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야심 차게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리자 하림 측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The미식 장인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다른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 마케팅에 대한 것은 그룹과 논의 중이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면 업계의 프리미엄 마케팅의 실패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농심이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을 때도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 가격이 1600원으로 다른 라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당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 출시 당시 가격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다른 라면과 비교했을 때 고가 제품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는 2000원 이상의 라면들도 출시되면서 신라면 블랙에 대한 가격 논란 등은 사라졌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때문에 일반 라면을 더 선호한다기보다는 취향의 차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희 교수는 “라면이라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문제”라며 “소비자는 라면을 쉽고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식품으로 여긴다. 머릿속에 라면의 이미지가 이렇게 각인돼 있다 보니 높은 가격을 수용하지 못하고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등을 바탕으로 음식을 이미지화하는데 라면을 건강식, 영양식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며 “프리미엄 라면이 영양 측면을 강조해도 소비자에게 통하지 않는 이유다.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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