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경그룹의 화학계열사 3사가 합병한 애경케미칼이 공식 출범했다. 제주항공, 애경산업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하자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각 사가 대표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만큼 인프라 공유를 통한 시너지가 예상되지만, ‘2030년 매출 4조 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11월 1일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이 통합법인 애경케미칼로 새출발했다. 애경그룹은 지난 8월 5일 이사회를 열고 3개사의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애경유화로, 3사의 연매출 합은 총 1조 7000억 원 규모다.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이 49.44%에서 62.23%로 늘었고 최대주주 변경은 없다. 애경케미칼의 새 수장으로는 애경유화 경영전략부문장과 애경화학 대표이사를 거친 표경원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애경케미칼은 기존 3사가 가진 화학 사업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리딩 케미컬 컴퍼니’가 되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4조 원, 영업이익 3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애경유화의 기초 화학소재 개발 및 생산역량과 중국 현지 인프라 △AK켐텍의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역량과 베트남 등 글로벌 영업망 △애경화학의 고부가가치 제품군 및 다품종 소량 생산역량 등 3사의 역량과 자원을 통합해 합병 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AK켐텍, 애경화학의 자본 대비 이익 창출력이 높아 주가수익비율은 낮아지고, 시가총액은 6000억 원까지 상승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꾸라진 제주항공·애경산업…화학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애경그룹이 화학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나선 배경에는 주력 사업의 부진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 항공 사업은 여전히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애경산업의 매출은 2019년 7013억 원에서 2020년 5881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뚜렷한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97억 원, 당기순이익은 15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62.6%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4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수요 위축이 지속돼 올 3분기에도 4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LCC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화물 노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나 대형항공사처럼 빠르게 화물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 대응력이 떨어졌다.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여객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애경그룹은 화학 사업을 위기의 돌파구로 삼는 모양새다. 화학 사업은 애경그룹의 역사와 함께한 주요 기반 사업이다. 애경그룹은 비누, 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을 중점으로 다루던 초창기를 지나 1970년 애경유화 창립을 통해 기초화학산업에 발을 들였다. 2005년 제주에어(현 제주항공) 설립으로 항공운송사업에 진출한 이후 항공운송, 유통사업에 주력하는 동안에도 화학 사업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돼주었다.
애경유화와 AK켐텍, 애경화학은 각각 무수프탈산(PA), 음이온계면활성제, 경화제 등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애경유화는 가소제의 주원료인 무수프탈산의 공급 능력 기준 국내 1위, 세계 4위를 차지한다. 애경그룹의 대표 화학사로 지난해 기준 자산 5321억 원에 매출 9089억 원, 영업이익 574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등을 생산하고 있어 바이오 분야에서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AK켐텍은 주방·세탁 세제용 음이온 계면활성제, 콘크리트용 첨가제(PCE), 무기 소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982년 설립된 애경쉘이 전신이며 2009년 애경정밀화학·애경피앤씨·애경소재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지난해 기준 매출 2349억 원, 영업이익 228억 원을 기록했다. 음이온 계면활성제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이며 최근에는 친환경 제품과 유화제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라텍스 장갑에 유화제가 활용되고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유화제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경화제(폴리이소시아네이트)를 생산하는 애경화학은 욕조·단추·인조대리석 소재로 쓰이는 불포화 폴리에스터 수지(UPR), 코팅 레진, 경화제(도로·건설용)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1956억 원, 영업이익은 162억 원을 기록했다.
이석주 AK홀딩스 사장은 “애경그룹은 이번 합병 결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화학 사업을 그룹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로 규정했다”며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 경쟁 속에서 힘을 합쳐 신영역을 개척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의 책임 실천을 위해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기반을 마련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경케미칼이 내세운 목표는 ‘2030년 매출 4조 원·영업이익 3000억 원’ 달성이다. 지난해 기준 3사 합계 매출은 1조 4000억 원 규모이며 영업이익은 1039억 원이다. 10년 만에 2.5배가 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통합만으로는 부족하다. 신규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애경케미칼은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닝보에 위치한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에서는 가소제와 폴리올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설비 증설을 통해 2023년부터는 그동안 국내에서만 생산해온 무수프탈산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AK켐텍의 해외 법인인 베트남 호찌민 공장 증축 후 베트남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해 종합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중국·베트남·인도로의 해외 진출로 시너지를 예상한다”며 “바이오디젤 의무함유량 증가 등 바이오연료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바이오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고 고부가가치 친환경 계면활성제 시장에 진출해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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