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이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노조가 단체협약 체결을 회피하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정의선 부회장 등에 대한 과다배당을 상장 결격 사유로 내세우면서다. 사측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는 8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현대ENG 상장예비심사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앞서 10월 21일 회사가 상장 결격 사유가 있다며 한국거래소에 심의 부결을 요청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현대ENG 상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집회를 예고했다.
노조가 회사 상장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단체협약 때문이다. 회사가 노조와 교섭을 거쳐 맺는 집단 근로계약을 현대ENG가 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회사는 단체협약 체결이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강대진 현대ENG 노조위원장은 “노조 설립 5년이 됐지만, 사측은 조합원 가입범위를 대리급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단체협약 체결을 부당하게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기말배당도 상장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대ENG는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포함한 주주에게 순이익 63.25% 수준인 1087억 500만 원을 기말 배당했다. 지난해 현대ENG 순이익은 17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2억(63.53%) 감소했지만, 배당은 동결됐다. 노조 측은 기말배당이 기업 계속성에 문제를 유발했다며 주주로부터 배당금을 돌려받은 뒤 상장심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대진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한국거래소는 상장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과도하게 집행된 배당을 회사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환수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측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사원들에게 우선 배정할 의무가 있는데, 사측은 노조에 우리사주조합 결성 등 회사 상장과 관련한 일체의 협의와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ENG 사측은 이에 대해 “현재 회사는 단체협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으로 노조와 협의를 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회사 배당금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며 “상장 절차 진행 자체는 노조와 협의해 진행할 사항은 아니다. 우리사주조합 주주 배정 등은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ENG는 우리나라 시공능력 6위 건설사다.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공사 수행 능력을 8조 477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1974년 설립돼 화학공업 및 전력 생산시설을 짓는 플랜트부문과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인프라부문을 특화했다.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하면서 주택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매출 비중은 플랜트·인프라 부문이 45.5%, 건축·주택 부문이 43.5%를 차지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ENG 주요주주는 현대건설(38.62%),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1.7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자동차(9.35%), 현대모비스(9.35%),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68%) 등이다. 현대ENG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는 현대차(20.95%)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따르면 현대ENG는 9월 30일 거래소에 주권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현대ENG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코스피 입성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패스트트랙은 우량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최대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한 달가량 단축하는 제도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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