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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애증의 주식 '삼성전자', 지독한 사랑의 끝은 어디?

1등 기업에 대한 무비판적 믿음이 주는 초조함…호실적은 기본, 모멘텀 있어야 주가 상승

2021.11.08(Mon) 15:31:48

[비즈한국] 30대 주부 A씨는 매일 아침 휴대전화로 국내 증시를 들여다본다. 국내 주식을 주로 투자하던 A씨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가 쉬워지면서 공모주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A씨는 “공모주는 균등 배정이라서 소소한 이익에 불과하다”며 “믿을만한 건 결국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은 삼성전자가 시발점이 됐다. ‘동학개미운동’은 조선 후기 반외세·반봉건의 기치를 내건 동학농민운동이 마치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외국인 투자자에 맞선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구매 패턴과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지난 10월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12월 3일 이후 10개월 만에 7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지치지 않는 코로나19의 기세와 함께 동학개미운동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동학개미운동은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올해 3분기 매출이 73조 원, 영업이익은 15조 8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02%, 27.94% 늘어난 수치다. 특히, 분기 매출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과연 주가가 상승했을까. 

 

정답은 ‘노(No)’​다. 3분기 실적 발표 당일 0.14% 하락한 것에 이어 연휴를 지나 열린 지난달 12일 증시에서도 3.5% 급락했다. 특히, 12일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7만 원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100만 1484주, 2조 1512억 원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난 8월 13일 이후로 많았다. 

 

이날 수정 거래회전율은 -0.52까지 떨어졌다. 수정 거래회전율은 하루 동안의 회전율에 해당 거래일의 주가가 상승하면 플러스를, 하락하면 마이너스를 곱해 구한다. 수정 거래회전율이 플러스로 올라갈수록 투자심리가 긍정적인 것으로, 마이너스로 내려갈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8420억 원을 순매수했다. 7620억 원을 팔아치운 외국인, 980억 원을 내다 판 기관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긍정의 믿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이후로도 주가는 여전히 6만 원 후반에서 7만 원 초반에 머물러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부터 지난 5일까지 1조 3720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2조 54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삼성전자를 사랑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이다. 설마 1등 기업이 망할 리가 있겠냐는 단단한 믿음이다.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리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을 때 믿는다고 말한다. 정확한 상황분석이 따라야 게임이든 경영이든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맹목적 믿음 대신 상황분석을 하며 삼성전자를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주부 A씨도 마찬가지다. A씨는 “뉴스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뭐라고들 하지만, 어차피 망하지 않을 기업이고, 실적도 좋으니 그냥 묻어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대 이상의 실적은 삼성전자에 있어서는 일종의 기본 옵션”이라며 “실적이 좋다는 것이 주가 상승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전략적 변화와 M&A 행보가 뒷받침되거나, D램 현물가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수와 매도의 줄다리기 게임에서 단순히 호실적만을 기대해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걷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가는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바닥’​이 언제일지 확신할 수 없다. 미국 경제학자 버턴 말킬은 술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랜덤워크이론’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우발성을 갖고 있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다. 결국 투자자들이 가장 건전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것은 시장 분석을 토대로 여러 종목에 분산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다. 모두의 1등 신부감이 꼭 나에게 최고의 신부감은 아니다. 일방적인 짝사랑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나에게 1등을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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