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에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기업 활동에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업 브랜드 활동의 중요성이 서서히 부각된 2000년대 이후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소비자에게 기업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가 하는 방법론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펼쳐졌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집단지성의 여정 속에서 한 가지는 모두 동의하며 확실해졌다. 이제 브랜딩은 글로벌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동네 정육점이든 그 누구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것. 그 근원적인 명제에 질문을 던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 수많은 이름 중에 단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한 방법
전우성 지음, 책읽는수요일
199쪽, 1만 4000원
왜 브랜딩에는 정답이 없을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똑같은 결과가 도출되는 과학 이론이 아니라서 그렇다. 저자 역시 삼성전자 마케터를 시작으로 네이버, 29CM, 스타일쉐어, 라운즈 등 다수의 기업을 거치며 현재 ‘브랜딩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일을 하지만 여전히 그 답을 찾는 중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결국 이 책은 그가 겪은 브랜딩 경험에서 틈틈히 쓸 만했거나 알아두면 좋을 만한 기록을 모아 엮어낸 여행기에 가깝다.
“브랜딩이 왜 필요하세요?”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브랜딩에 집중해야 하는 단계가 있는가 하면, 그것보다 우선한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상 성장 중인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이란 단어를 놓고 고민하는 시기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13쪽
서두가 흥미롭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우리 회사도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왜 브랜딩이 필요하세요?”라고 반문한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부족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브랜딩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브랜딩은 만능이 아니지만, 그들이 브랜딩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책은 아주 친절하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게다가 솔직 담백하다. 어디선가 본듯한 식상한 해외 유명 사례는 최소화하고, 대부분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 쉬운 말로 풀어낸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표에게는 소위 말해 ‘까방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떠올린 아이디어가 실패할까봐 걱정하는 대신 일단 한번 해보자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중략) 예산에도 덜 민감하다. 이렇게 생각에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실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내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자유롭게, 다양한 브랜딩의 방식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을 진행할지 말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걱정할 부분이니까. -176쪽
이 책에는 기존 이론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개념이나, 혹은 평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절묘한 반전 같은 이론은 별로 없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혹은 물개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시할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평소 브랜딩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실무자라면 술술 읽으며 길을 찾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 꼭 빌리고 싶었던 친구의 필기 노트 같은 느낌이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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