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진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김 총리는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 부총리가 여당 대선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느라 악화된 재정 상황을 그대로 놔둘 경우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향후 재정지출 수준을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중기재정지출 계획(2021~2025년) 수준으로 낮추더라도 2029년에는 국가부채가 2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 요구대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국가부채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 추진해주시길 당부 드린다”며 “적정 규모의 가계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올해 1인당 재난지원금이 100만 원은 돼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최하 30만~50만 원의 추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 후보의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에 난색을 표시 중이다. 정부는 올해 재난지원금의 경우 여당의 불만 표시에도 재정건전성을 들어 소득 상위 12%를 제외한 이들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월 25일 국회에서 가진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는 지금까지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 여력을 활용하면서도 재정건전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했다”며 “추가 확보된 세수 일부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정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임기 말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나선 건 우리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예산 편성 첫 해인 2018년에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 7.1%를 기록한 이후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 2022년(8.3%) 등 임기 내내 매년 8%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1068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2%로 역시 사상 첫 50%대를 넘어서게 된다.
문제는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중기재정지출 계획(2021~2025년)’대로 지출의 끈을 조이더라도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중기재정지출 계획대로 총 지출 증가율을 문재인 정부의 절반 수준인 3.9%로 2030년까지 유지한다고 해도 재정은 빠르게 나빠진다. 국가채무는 2026년 1575조 4000억 원으로 1500조 원을 돌파하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29년에는 2029조 5000억 원으로 2000조 원마저 넘어선다. 2030년에는 국가채무가 2198조 8000억 원으로 220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러한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연 평균 총 지출 증가율을 중기재정지출계획(3.9%)보다 1%포인트 줄인 2.9%로 낮출 경우 2030년에 국가채무는 2016조 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총 지출 증가율을 계획대로 유지하더라고 세입을 더 늘릴 경우(3.9%→4.8%) 국가채무는 2030년에 1871조 4000억 원에 머무른다.
지출만 줄여도 약 200조 원이, 세입만 늘려도 약 300조 원의 채무가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 지출을 줄이면서 세입을 늘리는 정책을 동시에 쓸 경우에 2030년 국가채무는 1689조 3000억 원을 기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매년 지출을 대폭 늘려온 문재인 정부라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내년도 아닌, 올해 지출을 더욱 늘리자는 이 후보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제계 관계자는 “11월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에 닥칠 위기 대비용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4개월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가 주장하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할 경우 선거개입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토스에 넘어간 타다, 통합 멤버십 '패스포트'의 운명은?
·
[현장] '천하의 명동이…' 위드 코로나에도 회복 기미 안 보인다
·
코로나 백신 부작용 줄여준다는 면역 주사, 맞아도 될까
·
쌍용차 인수 속도내는 에디슨, 인수 자금 동원력 여전히 물음표
·
우리도 카뱅처럼…'흑자 전환' 1년 앞당긴 케이뱅크, 내년 상장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