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체육은 과거 채식주의자를 위한 특수 식품으로 여겨졌지만, 환경과 건강 등을 이유로 대중화 바람이 불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대체육은 전통적인 축산업 방식과 달리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나 동물 세포를 배양해 얻은 고기를 뜻한다. 대체 식품 시장 형성 초기, 스타트업과 푸드 업체가 개발과 유통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식품과 거리가 먼 기업들도 대체육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생산에 고도의 가공 기술이 필요하고, 기후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대체육과 같은 푸드테크가 주요 기술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 미국 대체식품 스타트업에 1200억 원 투자…한화도 대체육 스타트업에 잇따라 참여
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 SK(주)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체식품 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대체육 시장이 한국보다 발달한 해외에 주목했다. SK는 지난해 대체 단백질 선도기업인 미국 퍼펙트데이에 약 54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약 650억 원(55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퍼펙트데이는 발효 유단백질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와 사업성을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를 가지고 발효 유단백질을 생산해냈고 이후 상업화에 성공했다. 발효 유단백질은 동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결합해 이를 발효·증식해 만든 단백질이다. 아이스크림, 치즈, 빵, 단백질보충제 등 다양한 제품의 원재료로 활용돼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언급된다.
퍼펙트데이는 지난해부터 자체 아이스크림 브랜드와 유제품을 취급하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미국의 주요 F&B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SK는 퍼펙트데이에 추가 투자와 함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체식품 사업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SPC삼립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는 글로벌 선도 기업에 대한 투자와 국내 기술 도입을 주도하고, 식품기업인 SPC삼립은 식품 생산, 유통, R&D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양 사는 첫 협력 사례로 SK가 투자한 퍼펙트데이와 영국 대체육 기업 미트리스팜의 기술력을 도입해 한국 시장에 맞는 대체식품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김무환 SK 그린투자 센터장은 “SK만의 강점인 글로벌 투자 역량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기회 확대는 물론 ESG 대체식품 투자자로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며 한국 SPC삼립, 중국 조이비오그룹 등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대체식품 기업의 아시아 시장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비건 수산물, 배양육 등 해외 기업의 앞선 선진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대체식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싱가포르 비건 수산물 스타트업 투자에 이어 미국 배양육 업체 뉴에이지미트의 A 시리즈 펀딩에 참여했다. 뉴에이지미트는 동물세포에서 자란 배양육을 개발하는 업체다. 세포 배양 기술을 토대로 돼지고기 배양육을 개발 중이며 내년 상용화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
시리즈 A 자금은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 2만 평방피트 규모의 시범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배양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시지 제품의 맛을 구현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2022년 미국 내 제품 배송과 같은 상업적 기능을 갖추는 내용도 계획에 포함됐다. 대체육 시장 확대에 따라 저렴한 육류 대안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2030년 대체육 시장 116조 원 규모 성장…전 세계 육류시장의 30% 차지
대체육은 푸드테크의 대표 분야 중 하나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생산, 개발, 조리, 유통 등의 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산업분야다. 식품 사업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들이 대체육을 통해 푸드테크에 발을 들이는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대체육 시장이 있다. 건강, 환경, 동물 복지 등 사회·환경 부문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특히 주목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 식품 시장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5년 4조 24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2023년 6조 7000억 원, 2030년에는 11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체육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국내에서도 환경·동물 보호라는 가치 아래 ‘느슨한 비건식’을 즐기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대체육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육 사업이 ESG 경영에 기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SK는 퍼펙트데이 투자로 친환경 ESG 포트폴리오가 강화됐다는 점을 내세운다. 대체식품 기업에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주력 사업 이외의 분야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으로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ESG 경영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아직은 투자 단계지만 식물성 단백질과 배양육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통 식품 기업이 아닌 업계에서도 장기적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자체 경쟁력과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다. 우리나라 인구 5200만 명 중 채식 인구는 1~3% 수준인 약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체육 시장도 2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해외의 선진 기술을 빠르게 국내 시장에 맞게 접목하고 국내외 시장 경쟁을 위해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김보경 KITA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대체 단백질 식품 시장 활성화는 식품산업뿐 아니라 유관 산업의 변화를 촉진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B2B 네트워크 중심의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대체 단백질 식품 기업 대상 제조기술, 식품 원료 및 첨가제 등의 시장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세계 최대 육류 소비국인 중국에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빨라지는 만큼, 기술 개발 및 유통망 확보를 통해 중국 시장의 변화에 따르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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