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목 미용실과 상생하는 공유 미용실' 송정웅 라이브엑스 대표

[비즈한국]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처우, 창업률만큼 높은 폐업률 등 미용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공유 미용실 ‘위닛(WENEED)’을 운영하는 송정웅 라이브엑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위닛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은 근무시간이 자유롭고 매출의 70%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창업했다가 운영의 어려움을 깨닫고 폐업을 선택하는 디자이너들을 줄이고자 다수의 디자이너가 미용 도구와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미용실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용실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11만 개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약 28%가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만 명당 미용실이 2개지만 우리나라는 21.3개로 10배 이상 많다. ‘한 집 건너 편의점’이라고 말하는 편의점도 점포 수가 4만 5037개​(지난해 말 기준)인데, 미용실 수는 이보다 2배 이상 많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헤어 디자이너의 처우는 좋은 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0만 5020개의 미용실 중 연 매출이 5000만 원 미만인 곳이 7만 3196곳에 달한다. 대부분의 매출은 프랜차이즈 미용실이 가져간다. KB금융지주​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019년 기준 3895개로 전체 미용실의 약 3.7%를 차지한다. 연평균 매출은 약 3억 원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미용실도 점포당 직원 수가 많기에 운영이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업하는 미용실이 적지 않다. 최근 5년간 미용실의 폐업률은 평균적으로 5~6%대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5500곳 정도가 폐업하는 셈이다. 

#‘적은 보수→창업→운영 한계→폐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 해결법은 ‘공유 미용실’

송정웅 라이브엑스 대표는 이 통계 수치를 직접 체감한 인물이다. 그는 “아내가 프랜차이즈 미용실 원장이다. 그래서 미용 시장을 수년간 경험했다. 일단 우리나라 미용업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K-뷰티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미용업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시장 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이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앞의 통계 결과가 미용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왔다고 봤다. 그는 “미용실에 소속된 디자이너는 매출의 약 30% 정도만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 수치는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업계의 관습이다. 매출 대비 적은 수익을 가져가다 보니 디자이너들은 자연스럽게 창업을 꿈꾼다. 하지만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된 디자이너는 고객들의 머리만 신경 쓰면 되지만, 창업은 한마디로 사장님이 되는 것이기에 노무·세무적인 것부터 시작해 관리할 게 산더미”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아내가 쉬는 날이 없더라. 사장으로서 미용실 운영에 집중하면서도 디자이너로서 손님도 받아야 한다. 손님을 받지 않자니 시대에 뒤처지게 되고 디자이너로서 도태된다. 사장은 쉴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는 거다. 대부분의 미용실이 이런 단계를 거치다가 폐업 절차를 밟더라.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송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수익과 복지 개선이 우선 과제다. 그래야 수익만 보고 창업하는 디자이너를 줄일 수 있고 폐업하는 디자이너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공유 미용실’이다.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미용실을 공유하면 자기 매장을 차리기 위해 보증금, 권리금 등 큰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고, 대형 미용실에서 매출 대비 낮은 수익을 받으며 일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유 미용실 플랫폼 ‘위닛’은 그렇게 탄생했다. 매출 30%만 수익으로 받던 디자이너들은 위닛에서 매출의 70%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위닛은 디자이너에게 고유의 경대를 제공한다. 샴푸대, 열기구 등 각종 장비나 대기실, 다용도실 등의 공간은 공유한다. 예약 및 결제 시스템, 마케팅 등의 운영 전반도 지원한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송정웅 대표는 “디자이너 영입이 쉽지 않았다. 미용 시장은 특히나 폐쇄적이다. 형체도 없는 데다가 공유 미용실 자체가 생소하니 사기꾼 취급도 받았다. 그래서 30년 동안 미용업에 종사했던 디자이너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아이디어와 패기로는 이 시장을 뚫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시장에 빨리 녹아들 방법은 내가 전문가가 되거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영입으로 디자이너 섭외는 순탄했다. 그렇게 라이브엑스는 부산에 위닛 1호점을 차렸다. 현재 10여 명의 디자이너가 위닛 1호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 개인사업자다 보니 서비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송 대표는 “커트 비용만 1만 8000원부터 4만 4000원까지 다양하다. 사람마다 미용실을 찾는 이유가 다르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영입할 예정이다.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이너는 매출 면에서 도움이 되고,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이너는 충성심 높은 단골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장점이다. 즉 위닛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위닛 1호점이 월마다 평균 130%의 매출 성장을 하면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운영 중이던 소형 미용실을 폐업하고 일하던 디자이너들과 통째로 들어온 사례도 있다. 또 다수의 점포를 운영하던 대표 디자이너로부터 가맹 문의를 받기도 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 디자이너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브엑스는 미용전문 출판사 ‘가미쇼보코리아’와 함께 조인트벤처(JV) ‘BOB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송 대표는 “BOB 아카데미는 일반인을 디자이너로 육성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미 입문한 디자이너들을 위해 설립했다. 미용업계는 이미 시작한 디자이너들이 배울 아카데미가 드물다. 보통은 각 매장에서 원장이나 선배에게 노하우를 배운다”며 “BOB 아카데미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도 가르치지만 영업, 마케팅과 관련된 부분도 가르친다. 위닛을 단순히 미용 도구와 공간만 공유하는 곳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자기 매장을 창업하기 전에 미리 창업을 경험해보는 중간 다리로 만들고 싶어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소형 미용실과 상생하는 공유 미용실로 성장할 것”

라이브엑스는 연내 2·3호점 오픈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2년까지 20개로 점포를 확대하고, 2023년에는 수도권에 진출하는 게 송정웅 대표의 목표다. 특히 송 대표는 소형 미용실들이 즐비한 곳에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위닛을 만든 목적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11만 사업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소형 미용실일수록 위닛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2·3호점 역시 번화가가 아닌 소형 미용실이 모여 있는 곳에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디자이너들이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몰두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공간이 넓은 미용실을 차리는 게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 10~20평 이내 소형 미용실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샴푸실, 대기실, 카운터, 펌존 등 미용실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공간들이 있다. 그러면 10~20평도 사실상 좁다. 위닛 1호점 면적이 160평 정도 된다.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셈”이라며 “또 프리랜서로서 일하다 보니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디자이너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5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 기존 미용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과 경쟁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송 대표는 긍정적이다. “프랜차이즈 미용실들이 브랜드의 힘으로 성장했다면, 위닛과 라이브엑스는 소형 미용실들이 뭉쳐서 모인 힘으로 성장하려 한다. 할인 쿠폰과 홍보를 대가로 미용실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높여 소형 미용실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제는 브랜드 이름을 보고 미용실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시대다. 위닛과 라이브엑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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