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가 게임과 블록체인을 연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8월 전 세계 11개 서버로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4 글로벌’은 출시 2개월 만에 167개 서버로 확장하고,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단순한 방식의 게임이 주를 이루던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 정통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의 매력을 갖춘 게임을 선보임으로써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가능성을 엿본 위메이드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하던 자회사 위메이트리를 흡수 합병하고, 타사 게임도 ‘플레이투언(P2E·Play to earn)’으로 변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P2E는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게임 모델을 뜻한다. 미르4의 성공을 지켜본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가 불가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게임하며 돈 버는 P2E…남미·동남아 등 해외 이용자 호응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미르4는 글로벌 버전으로 현재 미국, 인도,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뿐만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 170개국에서 12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위메이드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통해 토큰 경제 시스템에서 운영된다. 게임 아이템을 토큰으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고, 게임 캐릭터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Non-Fungible Tokens)’으로 발행해 마켓에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의 핵심 재화인 ‘흑철’을 모아 돈을 벌 수 있다. 흑철로 불리는 광물 10만 개를 모아 토큰 ‘드레이코’를 발행하고, 이를 위믹스의 자체 암호화폐 ‘위믹스’로 교환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거나 투자할 수 있다. 위믹스는 빗썸 등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전 세계 게임 유저들과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거래를 지원한다. 드레이코 토큰을 위믹스 월렛(암호화폐 지갑) 내 거래소에서 다른 게임 토큰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에 가장 주력하는 기업이다. 2018년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읽고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시도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외에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 게임 시장의 경우 블록체인 게임의 접근성이 높고 안정적으로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르4의 성공은 일찍부터 블록체인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외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하는 등 기본 바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다양한 게임의 토큰이 거래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이용자가 돈을 버는 P2E 모델을 확장해 타사 게임까지도 자체 플랫폼에 연결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마다 각각의 고유 토큰이 존재하는데, 위메이드의 자체 토큰인 위믹스를 일종의 기축통화로 기능하게끔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와 비덴트의 사내이사로 오르면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은 더욱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는 올 11월 미르4에 NFT 거래소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믹스 토큰 전체 거래량의 약 90%가 빗썸에서 발생하는 만큼, 위메이드가 설립할 NFT 거래소에서도 빗썸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P2E, 게임사의 뉴노멀 될까
P2E 모델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국내 게임 특유의 과금 체계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리니지를 필두로 게임 내에서 돈을 많이 쓸수록 유리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방식이 고착됐다. 과도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수익 모델, 도박성을 내포한 ‘확률형 아이템’ 등의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업계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의 입지는 위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P2E의 잠재력을 확인한 국내 게임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 등에 대한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유저가 게임 속 세상을 넘어 현실에서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견 게임사들부터 변화에 나섰다. 모바일 게임사 111퍼센트는 올해 안에 블록체인 게임 개발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2분기까지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빌은 지난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944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NFT 거래소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업계 안팎으로 블록체인과 게임 산업의 접목을 통해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시장 전망도 밝다. SK증권은 NFT를 활용한 서비스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지난해 3억 4000만 달러(약 4035억 원)에서 올해 20억 달러(약 2조 374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P2E가 글로벌 시장에서만 운영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게임 등급 분류와 심의를 주관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유통을 막고 있다. 정부 정책 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해석과 규제 방향이 전환돼야 국내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의 우수성 및 기술력, 잠재력이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뒷받침해준다면 제2의 게임 한류붐이 일어날 수도 있는 분야”라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서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과 국내 업체들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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