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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월 주문수 1억에도 웃지 못하는 배달 플랫폼들

코로나19로 수혜 봤다지만 단건배달 경쟁 심화로 '치킨게임' 형국

2021.11.01(Mon) 09:41:59

[비즈한국] “배달플랫폼이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을 보면 오히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달플랫폼 관계자)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 거래액 15조 원,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 밖에 요기요와 쿠팡이츠까지 등장하면서 배달플랫폼 경쟁 속에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거래액 15조 원,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배달플랫폼들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져 치킨게임 국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당장 배민이 영업이익이 112억 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이츠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한 탓에 실적은 배민보다 좋지 못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구조마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마이너스’인 영업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단건배달을 앞세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플랫폼 기업과 음식점 업주가 더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양보 없이 극한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국면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배민, 2년 연속 적자…쿠팡, 실적 공개 안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배민 등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호재’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실제 배민을 인수한 독일의 DH(딜리버리히어로)는 올해 8월 배민의 월 주문수가 1억 건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지난 2020년 실적 역시 코로나19 덕을 봤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민은 매출 1조 995억 원을 기록, 전년의 5654억 원에 비해 95%나 증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1년 내내 계속된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일 뿐 전년 364억 원에 이어 올해도 112억 원 손실을 기록하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이츠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 시장 안착을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한 탓에 배민보다 훨씬 적자 폭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대표 배달앱 중 하나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강신봉 위대한상상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 물론 2019년까지 영업 손실을 본 요기요는 지난해 매출 3500억 원, 상각전영업이익 470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마케팅 등을 줄인 덕에 가능했다. 

#올해는 더 악화 불가피? 산업 구조가 더 문제 

문제는 올해 실적이다. 쿠팡이츠가 2019년부터 시장에 뛰어들면서 배민, 요기요 양강 구도에서 쿠팡이츠까지 세 곳의 경쟁이 심화됐다. 특히 ‘단건배달’이 새로운 마케팅 화두가 됐다. 음식 주문 한 건에 한 집만 배달하겠다는 쿠팡이츠의 전략이었는데 이는 시장에 제대로 어필했다. 문제는 이를 배민이 ‘배민원 서비스’로 따라 하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배달비·수수료 부문에서 쿠팡이츠와 배민 모두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주문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한다. 국내 단건배달 선두주자 쿠팡이츠는 15%, 배민은 이보다 적은 12%다. 

문제는 배달비다. 배달비는 업주와 소비자가 함께 분담하는데, 배민과 쿠팡이츠는 대략 5000~6000원 정도로 산정했다. 보통 업주가 3000원, 소비자가 2000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에 불과하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치열한 경쟁 속에 프로모션 명목으로 지금까지 업주들에게 주문 1건당 1000원의 수수료만 받았다. 더구나 비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라이더 수급이 어려울 때는 주문 1건에 9000원~10000원을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없기 때문에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자체적으로 부담했다. 

단건배달이 자리 잡으면서 쿠팡이츠와 배민 모두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한 구조다. 사진=임준선 기자


업계가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발생하는 단건배달 비용은 1건당 6000~7000원 정도. 1000원의 업주 지불 수수료와 소비자가 지불하는 2000원 안팎의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500~1000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단건배달 경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연한 흐름’처럼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현재 프로모션을 종료하기가 어려워졌다.

하루 아침에 상황이 바뀌지 않을 점이라는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세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의 경우 기존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각종 밀키트 등을 1시간 내에 배달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도 뛰어들었다. 배달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라이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배달 수수료 급증이 불가피해지고, 기업 역시 손해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배민만 해도 안정적인 단건배달을 위해 라이더 이탈 방지에 공을 들이고 있지 않냐”며 “최고경품으로 전기차, 순금 100돈, 캠핑카 등 수천만 원이 넘는 경품을 걸 정도로 라이더 대상 이벤트를 벌였다. 주문이 급증할 때 라이더 수가 부족해 배달을 못하게 되거나 배달비 급증을 막으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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