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카카오페이의 상장이 임박했다. 일단 공모는 성공적이라는 평가. 공모가 고평가 지적과 정부 규제 등 각종 논란으로 IPO를 두 차례 연기했음에도 기관과 일반 투자자는 카카오페이를 높게 평가했다. 상장 자금 전액을 외연 확장과 신규 서비스 출시 등 투자에 사용하고, 코스피200 특례 편입으로 인한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 등 긍정적인 면으로 인해 상장 후 주가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금감원 수정 요구에 IPO 연기…공모가 할인율 높여 재제출
카카오페이는 7월 2일 IPO를 위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주 후인 7월 16일 금융감독원은 16일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명확한 사유는 밝혀진 바 없으나,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공모가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카카오페이는 이제 공모가 산정방식으로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를 사용했다. 이 배수는 매출액(Sales)이 기업가치(EV)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인 기업이거나,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해 주가수익비율(PER) 측정이 어려울 때 사용한다. 한마디로 해마다 매출액 성장률은 높지만 순손실을 기록 중인 적자기업이 주로 활용한다.
이 배수는 매출액 성장률과 성장률 조정 계수를 곱해 계산한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1분기 매출을 연 매출로 환산했을 때 2018년보다 83.4% 높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성장률 조정 계수였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계산할 비교기업으로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으로 미국의 페이팔 홀딩스, 스퀘어 브라질의 파그세구로를 선정했다.
하지만 비교 기업의 성장률 조정 계수의 편차가 심했다. 페이팔은 81.6배, 스퀘어는 6.1배, 파그세구로는 46.5배였다. 카카오페이는 세 기업의 평균 성장률 조정 계수인 44.7배를 적용해 성장률 조정 EV/Salse 배수가 37.3배로 나왔다. 이를 카카오페이의 2021년 예상 매출액인 약 4285억 원과 곱하고, 순차입금까지 반영한 적정 시가총액은 16조 6192억 원이 나왔다. 이는 27일 기준 시가총액 25위인 LG(14조 8964억 원)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비교대상인 세 기업은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가 넘는다. 1분기 매출은 각각 페이팔 약 60억 3300만 달러(약 7조 604억 원), 스퀘어 약 50억 5700만 달러(약 5조 9183억 원), 파그세구로 약 3억 7800만 달러(약 4424억 원)로 카카오페이의 1071억 원보다 훨씬 높다.
카카오페이는 결국 페이팔과 스퀘어를 대신해 브라질의 스톤코와 미국의 업스타트홀딩스로 비교기업을 교체했다. 비교기업과 카카오페이의 반기 매출에 따라 적정 시가총액(17조 7968억 원)과 주당 평가가액은 12만 2307원에서 13만 976원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할인율을 21.51~48.49%에서 31.28~54.19%로 높여 공모가 밴드를 기존 6만 3000~9만 6000원에서 6만~9만 원으로 하향 조정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정부 규제로 막힌 카카오페이 서비스…매출 비중 적다 VS 다른 서비스도 규제 우려
금감원 문턱을 넘은 카카오페이는 상장일을 10월 14일로 예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의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페이는 8월 25일 P2P(온라인연계투자상품 관련) 상품 판매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페이는 P2P 업체의 투자 상품을 이용자에게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카카오페이는 이 방식을 ‘단순 광고’로 규정했지만 금융당국은 ‘중개 행위’로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주 활동 영역인 핀테크 산업은 정부의 규제 여부 및 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페이도 투자설명서에 “핀테크 산업은 포괄적으로 금융업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당사의 사업에 대한 정치·사회적 관심이 높기 때문에 법규 준수 여부,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에 대한 여론 형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법률 혹은 규제가 신설되거나 기존 법규에 대한 해석이 당사에 불리하게 적용, 변경될 경우 당사의 재무 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카카오페이가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영위하는 사업과 관련한 주요 정부 규제 및 법률만 13가지에 달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외국환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개인정보 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보험업법 등이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이번에 중단한 서비스가 매출액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주장했다. 2019년부터 매출 비중이 1%대에 불과한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또 “금융서비스를 영위하면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향후에도 금융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필요한 라이센스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모가 고평가, 정부 규제 기우였나…기관·일반 투자자 수요예측 흥행
결국 카카오페이는 다시 IPO 일정을 수정해 11월 3일 상장을 확정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경쟁률은 1714.47 대 1을 기록했다. 이 경쟁률은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1732.83 대 1)에는 못 미치지만, 27일 기준 올해 수요예측 결과가 나온 기업 77곳 중 10위에 해당한다.
이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총 1545곳이었다. 이 중 4곳만 제외하고 모두 공모가 최상단인 9만 원 이상을 신청했다. 공모가는 9만 원에 확정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의무보유확약 비율이었다. 무려 70.44%가 상장일에 매도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의 미래를 높게 산 것. 확약을 한 976건 중 23%를 차지하는 224건은 최장기간인 6개월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정부의 규제보다 핀테크 산업과 카카오페이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으로 보인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시장 성장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보호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카카오페이는 증권·보험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어 중장기 규제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카카오페이의 가입자는 3660만 명이다. 이용자들의 충성도도 높다. 또 카카오톡 플랫폼에 근거한 네트워크 및 빅데이터가 경쟁력이다. 이번 공모로 투자를 강화한다면 국내 대표 핀테크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 약 1조 5000억 원 중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인프라 확충과 신규 서비스 출시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과 후불교통, 후불결제 서비스 등 소액 여신 사업 추진에 6662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증권 사업 확장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이커머스 파트너십 및 지분 투자, 유망한 핀테크 기업들과의 M&A에도 2023년까지 85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결과는 일반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일반 청약자에게 할당한 공모주 물량 100%를 균등 배정하기로 해 관심이 높았다. 카카오페이에 청약한 참가자는 182만 4365명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일반 투자자 청약 당시 186만 건이 접수됐다.
한 일반 청약자는 “카카오가 최근 문어발식 확장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잘못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서 따질 사안이다. 카카오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시정하면 된다. 카카오페이가 정부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고, 주변에서 카카오페이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어 매력적이라고 판단해 이번 청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상장 후 주가 흐름에 쏠리는 관심 ‘따상’ 가능성은?
182만 명의 일반 청약 참가자들이 평균 두 주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관심은 상장일 주가 흐름으로 향한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은 기존 주주와 공모 주주 모두 포함해 38.91% 정도다. 그러나 기존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는 수익만을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s)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페이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상장 직후 지분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기주 카카오페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출범 때부터 전략적 투자자이자 장기적 사업파트너”라며 ”단기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 주주를 제외한 유통가능 물량은 10% 이하로 떨어진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직후 코스피200 특례 편입 가능성도 높다. 코스피200 특례 편입은 상장 후 15거래일 동안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권을 유지하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1조 원으로 여유 있게 50위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간접투자(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마다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를 14조 4000억 원으로 책정하고, 적정주가를 11만 원으로 제시했다. 카카오페이의 높은 이용자 충성도와 카카오톡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및 빅데이터 경쟁력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KTB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카카오페이도 적정 기업가치를 기존 12조 6000억 원에서 7조 4000억 원으로 낮췄다. 적정 주가는 5만 7000원 수준이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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