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열린 ADEX 2021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생존성’(Survivability)이다. 생존성은 무기가 임무 수행 중 적의 공격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승무원의 생존을 보장하고 임무를 성공시키는 능력이다. 최근 미사일, 드론 등 정밀유도무기(PGM, Precision Guided Munition)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그 중요성이 무척 커졌다.
물론, 생존성은 전쟁과 무기가 존재했던 고대부터 중요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과거의 무기들이 생존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 크게, 더 무겁게, 더 두껍게 장갑을 갖추는 것과 달리, 최신 무기들은 능동 방어 장비(APS, Active Protection System)같이 적 공격을 직접 요격하거나, 미사일 경보기(MAWS, Missile Approach Warning System)같이 적 공격을 인지하여 회피하는 방법으로, 소극적 방어가 아닌 적극적 방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자면, ADEX 2021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무기체계를 꼽자면 단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상륙공격헬기(MAH, Marine Attack Helicopter)의 유무인 복합 개념이다.
MUM-T(Manned - Unmanned Teaming)와 ALE(Air Launched Effects)라는 최신 개념을 도입하여 무기체계의 생존성을 크게 높이는 혁신적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UM-T와 ALE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MUM-T는 무인 드론과 사람이 타는 무기가 팀처럼 움직여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개념이고, ALE는 비행기나 헬기에 실어 놓았다가 필요할 때 발사하는 미사일 같은 드론이다. 즉, 헬기가 ALE 드론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드론과 헬리콥터가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이 MUM-T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MUM-T작전에 왜 ALE 드론이 필요한 걸까? 그 이유는 현재 드론의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드론의 경우 그 크기가 작고 느리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배치하기 어렵고, 크기가 작은 드론은 폭탄 탑재량도 작아 미사일보다 파괴력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 헬기에서 발진할 수 있는 ALE드론은 이런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헬기가 작전구역으로 가면 위험하게 적을 혼자서 찾는 것이 아니라, ALE 드론을 발사하여 위험 구역을 헬기 대신 찾고, 적 대공포나 미사일을 찾으면 레이더 안테나를 드론을 충돌시켜 폭파하거나 방해전파를 발사한다. 그러면 헬기는 안전하게 작전구역에 들어와서 임무를 수행하고 마무리 공격을 실시하면, 드론의 단점과 유인 헬기의 단점이 보완되는 이상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MUM-T와 ALE 드론은 미국도 이제 막 도입한 최신 작전개념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KAI의 발표에 따르면 MUM-T를 위해서 헬기와 무인기를 연동하는 연구 개발 작업을 지금부터 꾸준히 진행하면 약 10년 뒤인 2030년대에는 MAH와 소형무장헬기(LAH, Light Attack Helicopter) 두 기종이 MUM-T와 ALE로 무장할 수 있다고 하니,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또한, 현재 KAI는 MAH와 LAH에 탑재되어 MUM-T 임무를 수행할 ALE 드론을 자체 개발을 준비 중인데, 수소연료전지 등 신기술을 사용하여 2시간 내외의 작전시간을 확보하고 3kg 내외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제대로 개발된다면 미국의 차세대 ALE 드론인 ALTIUS-600에 비교할 만한 우수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MAH와 LAH용 신형 드론(ALE)을 국내 연구 개발하되, 신형 드론을 단순한 헬기 탑재형이 아닌 다목적, 다 플랫폼 대응 형태로 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ALE 드론을 보병 대대, 전차, 전투기, 해상초계기에서 운용하도록 만들어 전력 증강 효과를 높이고,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드론봇 전투단’을 목표로 다양한 드론을 운용할 예정인 육군 입장에서 헬기 장착용 드론을 야전 보병 부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면 여러 장점이 많다. 헬기용 드론은 사람이 손으로 던지는 것이 아닌 발사기 튜브를 사용하므로 긴급 상황에서 신속발사가 되며, 밀폐된 튜브에 보관하기 때문에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그래서, KAI가 개발 중인 ALE 드론을 활용해 육군의 특수전부대나 기갑수색부의 소형 전술차량에 탑재하여 정찰과 타격임무를 동시에 맡기면 큰 전투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헬기용 드론을 전투기나 해상초계기용으로 개조 개발하는 것도 상당히 유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ALTIUS-600 드론을 블랙호크 헬기와 XQ-58A 발키리 무인공격기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헬기용 ALE 드론을 새로 개발하면서, 이를 KF-21 보라매 전투기나 FA-50 전투기용으로 장착할 수 있다면 헬기처럼 위험지역에 대한 저고도 탐색을 드론에게 맡기고 전투기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해상초계기나 해상작전헬기도 ALE 드론을 사용하면 탐색 범위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ALE 드론이 매우 가벼운 만큼 “미사일 속의 미사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KF-21용으로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장공지-II)의 경우 순항미사일에 ALE 드론을 붙여놓으면, 미사일의 발사 영상을 중계하는 역할을 맡기거나 미사일의 명중 후 표적의 파괴 여부를 ALE 드론이 영상으로 찍어서 신속하게 공격성과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ALE 드론을 다목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성이다. ALE 드론은 미사일처럼 포드(Pod) 혹은 캐니스터(Canister)에 담겨 보관과 관리가 쉽지만 1회용이라는 점이 최대 단점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서 대당 단가를 낮추는 것이 ALE 드론의 필수 성공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ALE 드론과 연계된 소형무장헬기와 상륙공격헬기가 MUM-T 능력을 갖추게 되면, 헬기의 임무 성공률과 생존율이 크게 높아질 것은 분명하므로, 군과 방위사업청은 우리 군이 MUM-T 능력을 반드시 갖추도록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다만, ALE와 연계된 헬기 전력은 우리가 참고로 할 만한 사례가 드문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 실패의 위험성도 크고, 개발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날로 강해지는 북한과 주변국의 신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ALE와 MUM-T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중요한 도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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