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알라딘은 올해 8월 지정 택배사를 통한 전국 배송 거래가 가능한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 ‘알라딘마켓’을 선보였다. 중고도서 거래의 노하우를 살려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기존 업계 강자들과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알라딘은 1999년 시작한 22년 차 온라인 서점이다. 2008년 온라인에서 중고도서 매입 및 회원 간 거래가 가능한 중고숍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1년에는 오프라인 중고도서 전용 매장을 열었다. 현재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46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 ‘알라딘마켓’은 13년간 중고도서 서비스 및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운영해온 알라딘의 노하우가 담겼다. 도서 외에도 의류, 잡화, 가구, 전자기기, 공연·티켓· 쿠폰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알라딘 관계자는 “서비스를 기획한 건 3년, 실질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건 1년 반 정도 됐다. 준비하는 동안 시장이 빠르게 컸다.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 안전거래에 중점을 뒀다. 대면 거래는 물론 사기 거래 사례가 많은 배송 거래에도 사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사기당할 염려 없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알라딘마켓, 중고시장의 메기 될까
알라딘마켓과 타 중고거래 플랫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사기방지 기능’이다. 대면 거래 시에도 현금을 준비할 필요 없이 사이트에서 미리 결제하는 기능을 마련했다. 또 비대면 거래 시 상품 발송 직전 영상으로 최종 상태를 증명하는 ‘굿바이 동영상’ 서비스도 최초로 도입해 중고거래 과정의 분쟁 소지를 줄였다.
택배 거래 시 물건을 보내러 직접 가거나 택배사를 호출할 필요 없이 알라딘마켓 앱을 통해 지정 택배사, 화물운송, 퀵배송까지 신청할 수 있는 한 기능도 있다. 지정택배사의 배송 단가는 3500원. 편의점 택배와 우체국 택배 가격의 중간 수준이다.
알라딘마켓 앱은 출시 2개월이 조금 지난 10월 27일 현재 구글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5만 회 이상, 별점 2.7점을 유지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적립금, 택배거래 배송비 할인, 판매상품 등록 시 적립금 등의 이벤트로 이용자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까진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알라딘 관계자는 “시작이 늦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가 들어갈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근마켓은 동네 대면 거래에, 번개장터는 MZ세대와 취향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사이에 비대면 안전거래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안전거래’가 차별점 되긴 어려워…새로운 경쟁자 계속 등장
‘안전거래’는 최근 중고거래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시장의 확대와 함께 사기 피해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만 5877건이던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2019년 8만 9797건으로 6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에는 12만 3168건을 기록해 집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관련 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중고나라가 간편결제 시스템인 중고나라 페이를 도입했고, 당근마켓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당근페이를 준비 중이다. 번개장터는 이미 2018년부터 번개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자가 결제를 하면 플랫폼이 대금을 보관했다가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한 뒤 거래 완료를 누르면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는 식이다. 플랫폼이 중간에서 거래 대금을 관리해 사기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전거래 시스템 자체가 차별점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기본값이 됐다는 것. 중고거래 업계 관계자는 “알라딘마켓이 내세우는 안전결제 시스템이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앱 사용이 편리하지도 않고 물건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데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다고 사람이 몰리겠나. 어떤 부분에서 차별점을 갖고 갈지 아직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알라딘마켓 외에도 중고거래 시장에는 꾸준히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있다. 10월에는 롯데하이마트가 ‘하트마켓’이라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사 온라인쇼핑몰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중고제품뿐만 아니라 전국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상품까지 거래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기존의 업계 강자들을 제칠 만큼 차별점이 강하지는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의견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시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각 서비스 수준도 상향 평준화된 단계라고 본다. 2~3년 전과 달리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가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영역이 됐다. 짧은 시간에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가 각자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당근마켓은 이용하기 쉬운 UI를 통한 동네 대면 거래, 중고나라는 긴 업력을 통한 다양한 물건과 간편결제, 번개장터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취향 중고 물품에 강점이 있다. 시장을 확대하고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해선 또 다른 상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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