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산업은행의 고민이 있다. 바로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인수하기로 결정됐지만, 기업결합 승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 두 매각 건 모두 유럽연합(EU)이 암초다. 지난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대한항공마저 올해 안에 승인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반발에 인수 포기 가능성?
지난 2018년 말 기준 세계 수주물량 1위는 현대중공업그룹(1만114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2위는 대우조선해양(5844CGT)이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지난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로 현대중공업을 낙점했다. 현대중공업의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하게 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거대 조선사의 합병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여섯 국가(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한국·유럽연합(EU)·일본) 중 한국과 EU, 일본의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EU다. 유럽 조선사들은 LNG선 수주의 대다수를 국내 3사(삼성중공업 포함)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독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국내 상반기 기준, LNG선 발주량인 152만 9412CGT(표준선 환산 톤수) 중 143만 352CGT를 국내 3사가 수주한 점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아예 기업결합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1960년대부터 30년 동안 조선업 왕좌를 지키다가 2000년 전후로 한국에 밀려난 일본 역시 이번 M&A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본계약 체결 후 1년 안에 완료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계약 종결 시한만 네 차례 연장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안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이는 물 건너간 분위기”라며 “EU 쪽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내년이라고 해도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이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실적 악화로 인수 포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조 74억 원을 기록했다. 연말 즈음,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덜 심각? 역시 EU가 관건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 품에 넘어간 매각 건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한국(공정위)과 미국·EU·터키·중국·일본·대만·태국 등 9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EU와 미국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와 대만, 태국 등에서는 이미 통과했지만, 미국와 유럽연합의 경우 국제선 중복노선에 경쟁 제한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EU는 아직 통합에 관한 정식 심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9개 나라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양사 통합 일정을 예상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 안에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만큼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승인도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EU는 독과점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 역시 “내년에는 국내 대선도 있어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올해나 내년 초까지는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하는 게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 매각 건”이라며 “EU를 얼마나 빠르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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