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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모델 포즈·스타일링 따라한 쇼핑몰, 저작권 침해일까

법원, 제품 광고용 사진 저작물성 인정은 '인색'…사진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이 최선

2021.10.25(Mon) 15:48:1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A 업체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운영한다. 쇼핑몰 상품 판매 게시판은 주로 모델이 의류를 입고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을 촬영한 착장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착장 사진은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큰 비용을 들여 제작됐다. 모델과 사진작가를 섭외했고 패션 트렌드에 따라 의류, 액세서리를 선택하고 구성했다.

 

그런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B 업체는 A 업체의 착장 사진을 모방해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자신의 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광고 사진 등으로 사용했다. 이 경우 A 업체는 어떠한 대책을 취할 수 있을까?

 

우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자체를 복사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사진에 표시된 모델의 포즈, 제품의 배열·구성 등을 비슷하게 꾸며서 촬영한 사진이라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 자체를 복사한 것이 아닌, 사진 모델의 포즈와 제품의 배열·구성 등을 비슷하게 꾸며서 촬영한 사진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은 제품 광고용 사진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데 다소 인색하다. 예를 들어 대법원 98다43366 판결은 제품에 대한 광고용 카탈로그에 사용되기 위해 촬영된 사진은 ‘표현에 있어서 창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어느 영국 작가가 솔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는데 대한항공 역시 솔섬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을 광고에 사용한 것이 영국 작가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법 2013가합527718 판결은 ‘전체적인 콘셉트 등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결국 스타일링 모방 사진에 대해 저작권 침해만을 주장할 경우 스타일링 사진은 저작물이 아니라거나 사진 콘셉트를 따라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반박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카)목 위반을 주장해 볼 수 있다. 위 조항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2013년 개정으로 신설됐다.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은 새로운 유형의 권리침해 행위를 구제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위 조항이 신설된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네이버 팝업 광고 사건이 있다. 업링크 솔루션은 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은 컴퓨터에서 네이버 홈페이지의 광고 화면을 업링크 솔루션이 제공하는 광고로 대체·추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업링크 솔루션의 광고가 네이버의 광고를 덮게 되므로, 네이버에 접속한 사용자는 업링크 솔루션의 광고를 네이버의 광고로 오인하게 된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 2009도12238 판결은 업링크 솔루션이 타인의 영업표지와 동일·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영업 주체 혼동행위)를 함으로써 부정경쟁방지법 (나)목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광고를 대체한 것이 영업 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되는 행위 유형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해 시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침해에 대한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타인의 상당한 투자·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반조항 (카)목이 도입됐다.

 

쇼핑몰의 경우 미리 실물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착장 사진, 스타일링 사진, 실물 사진 등은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나 쇼핑몰은 사진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이는데, 병행수입 업체 등 제조업체와 정식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은 유통업체가 그 사진을 그대로 복제·사용하다가 저작권 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제조업체와 정식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은 유통업체가 착장·스타일링 사진 등을 그대로 복제해 사용하다가 저작권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앞서 본 저작권법의 한계 상 모델의 외형, 포즈, 상품의 선택·구성·배열 등을 그대로 모방해 사진을 새로 촬영함으로써 저작권 침해를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는 것과 사진의 내용을 모방해 촬영하는 것은 남의 사진에 담겨있는 창작성 요소를 따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따라서 양자 간 권리침해의 책임을 달리 평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일반조항인 부정경쟁방지법 (카)목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의 권리침해 행위를 구제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적용 법조를 정했으면 어떠한 법적 절차를 선택하면 될까?

 

민사소송은 크게 본안소송과 보전소송으로 구분된다. 본안소송은 판결로서 권리·의무관계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소송절차를 말한다. 보전소송은 본안 판결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거나 본안 판결 선고(확정) 시까지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현상을 동결하거나 임시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결정을 내리는 소송절차(가압류·가처분)다.

 

부정경쟁방지행위 등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본안소송에 앞서 보전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리는데 그사이에 패션의 트렌드, 시즌이 지나 모방사진의 사용이 자연스럽게 종료되어 버리면,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빠르면 1개월 내 결정이 내려지는 가압류·가처분 등의 보전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만 보전소송은 조기에 종료되므로 시간이 충분치 않다. 또 만약 보전소송을 기각당하면 차후 진행할 본안소송에서 지장이 초래될 여지가 있으므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타일링 모방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게재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이 현 제도상 가장 유효한 법적 조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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