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돌아온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첫 타깃에 하나금투 선택한 까닭

"너무 작은 사건" 지적에 "첫 수사 상징성과 성공 가능성 모두 고려한 듯"

2021.10.18(Mon) 14:39:08

[비즈한국] 지난 9월, 검찰 내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금융범죄를 전담해온 서울남부지검 내 금융범죄합수단이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것. 그리고 지난달, 협력단은 공식적인 1호 사건에 착수했다. 하나금융투자 대표의 선행(先行) 매매 의혹이다. 선행매매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투자 관계자가 미리 매수를 하는 방식으로 부정한 수익을 내는 경우다. 

 

하지만 주가 조작 등 훨씬 더 중대한 범죄들이 판을 치는 상황이라 법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 내에서는 ‘첫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라는 대형 금융기관의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한 선행매매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건이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 입증의 용이성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월 1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 왼쪽부터 김문규 수사과장, 박성훈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장, 문홍성 반부패·강력부장, 심재철 남부지검장, 김오수 검찰총장,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 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박연서 예금보험공사 이사. 사진=연합뉴스

 

#부활 후 1호 사건이 하나금투 선행매매 의혹

 

수사의 시작은 금융감독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하나금투 종합검사 중 이진국 전 대표의 선행매매 정황을 포착했다. 하나금투 운용 담당 직원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관리했던 이 전 대표 명의 증권계좌에서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를 발견한 것. 코스닥 상장사 관련 기업분석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해당 주식을 사들인 정황을 확인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법령,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회사에 신고한 대표이사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이며, 주요 현안들로 인해 직원에게 계좌를 맡겼고 매매를 직접 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금감원은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전 대표의 비서 계좌를 살피는 과정에서 수상한 지점이 포착돼 이 전 대표까지 수사를 확대했고, 그 결과 일반적인 투자 패턴으로 보기 어려운 투자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검찰 정기 인사와 함께 다시 서울남부지검에 만들어진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1호 사건으로 이를 낙점했다. 그동안 금감원 등에서 수사 의뢰를 한 사건 등 금융범죄 사건은 여러 건이 있었지만, 검찰은 하나금투 선행매매 의혹 사건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이 전 대표의 선행매매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은 하나금투 본사와 이 전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설왕설래? 검찰 내에서는 ‘첫 사건’ 고려해야 한다 설명

 

지난 9월 출범한 협력단의 1호 사건을 놓고 법조계와 증권가에서는 여러 말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 과거 금융범죄합수단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은 이런 ‘작은’ 사건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금융범죄 수사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 합수단을 만든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주가조작이나 각종 금융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번 협력단의 1호 사건은 꼭 협력단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사건”이라며 “이런 단순한 사건을 금융범죄를 전담으로 하는 협력단에서 꼭 해야만 했는지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조작 같은 사건에서 발생하는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금융범죄 피해액보다 현격하게 작은 피해액도 이 같은 지적의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협력단 1호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협력단의 상징성과 성공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합수단이 없어진 것은 검찰의 특수수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사건 중에 과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수사로 빠르게 입증할 수 있는 사건이어야 했고 하나금투의 선행매매 의혹 사건은 이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증권사의 리포트 발행 전후 비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를 대형 금융기관의 대표도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금감원의 입장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 자체가 복잡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1호 사건은 마무리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계좌 등 관련 증거가 검찰에 넘어간 상황. 자연스레 2호 사건 등 앞으로 펼쳐질 협력단의 수사에 더 관심이 쏠린다. 

 

앞서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합수단이 사라졌던 공백기 동안 엄청난 양의 금융범죄 첩보가 들어갔고 이런 사건 대부분은 이미 금감원 등에도 첩보나 고발 등의 형태로 접수돼 언제든 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이를 알기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를 끼고 주가조작을 했던 기업들은 금감원 차원에서부터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들 엄청나게 애를 쓰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사이언스] 우리는 목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 '부동산 리치' 아모레퍼시픽 오너 일가 잇단 부동산 매각, 왜?
· [기업의 흥망] 한국 최초 백화점의 탄생과 몰락…영욕의 화신그룹
· 저출산, 기업 규제, 투자 감소…한국 잠재성장률 15년 전의 절반 아래로
· '중국 C뷰티에 밀리나' K뷰티 대표주자 LG생활건강 실적 회복 변수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