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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리는 목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수백 년째 계속되는 태풍 '대적점'의 기원, 구름 속 진짜 모습도 여전히 '미지'

2021.10.18(Mon) 10:54:07

[비즈한국] ‘목성 공포증’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태양계 행성 중 유독 목성의 사진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공포증이다. 사실 정식으로 연구되거나 인정되는 정신 질환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일종의 도시 전설, 밈에 가깝다. (환공포증도 비슷하다.) 

 

그런데 실제 탐사선들이 보내오는 디테일한 목성의 모습을 보면, 목성 공포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이지 않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지구의 11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 그리고 오묘한 빛깔로 복잡하게 소용돌이치는 구름. 낯설고 거대한 목성을 보다보면 구름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목성 남반구에 있는 거대한 태풍, 대적점의 모습. 사진=NASA


특히 목성의 압도적인 느낌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은 목성의 남반구에서 거대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붉은 태풍, 대적점(Great Red Spot)이다. 단 하나의 와류, 소용돌이지만 이 안에 지구가 통째로 쏙 들어갈 만큼 아주 거대하다. 재밌게도 이 거대한 태풍은 목성의 남반구에 있지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지구에서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목성의 대적점은 역태풍(Anticyclone)이라 볼 수 있다.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한 뒤 17세기에 많은 천문학자들이 목성 표면의 대적점의 존재를 눈치챘다. 프랑스 천문학자 지오반니 카시니는 1665년에서 1703년 사이에 꾸준히 목성을 바라보며 계속 목성 표면의 같은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영원한 반점(permanent spot)’을 발견했다. 이후로 지금까지 대적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백 년째 아주 거대한 태풍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거대한 태풍이 목성에 존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인류가 300년 전부터 그 존재를 눈치챘을 뿐 그보다 훨씬 전부터 대적점은 존재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과거에 기록된 모습과 현재 관측되는 모습을 비교하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대적점은 훨씬 크게 찌그러진 타원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너비만 지구가 세 개는 들어갈 만큼 아주 넓었다. 하지만 현재 관측되는 대적점은 훨씬 좁고 둥근 원에 가까워졌다. 100여 년 사이에 너비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천문학자들은 언제부터 지속되었는지 알 수 없는 목성의 거대한 태풍이 드디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대적점은 그리 쉽게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최근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새로운 관측에 따르면 대적점 소용돌이의 속도가 10년 사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이 거대한 목성의 태풍은 다시 되살아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목성의 구름 깊은 곳에 숨어 이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목성의 구름 속에는 대체 어떤 세계가 숨어있을까? 

 

최근 목성 태풍의 풍속이 빨라지는 현상이 확인되었다. 목성의 태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800년대까지만 해도 목성의 대적점의 크기는 약 4만 1000km 정도로 보였다. 이후 1979년 보이저 1호와 2호가 연달아 목성 곁을 지나가며 관측한 대적점의 크기는 이보다 더 작아진 2만 3000km였다. 허블 우주 망원경도 꾸준히 목성의 대적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목성이 자전하면서 지구에서 대적점이 보이는 방향에 놓일 때마다 대적점을 관측한다. 1995년에는 2만 1000km 크기였던 대적점이 2009년에는 1만 8000km로 보였다. 원래는 아주 길게 찌그러졌던 대적점의 폭이 해마다 평균 930km 정도씩 꾸준히 쪼그라들면서 더 둥근 원 모양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목성의 태풍 크기를 바꾸는 걸까? 지구에선 따뜻한 수증기를 머금고 성장한 태풍이 이동하면서 육지에 의한 마찰 때문에 꾸준히 에너지를 잃어간다. 그래서 거대했던 토네이도, 태풍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육지 위를 지나가면서 사그라든다. 하지만 목성은 구름 아래 태풍을 방해할 만한 육지가 없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목성의 태풍 크기가 줄어드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995년, 2009년, 2014년에 관측한 목성의 대적점 크기를 비교하면 작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 ESA, and A. Simon(Goddard Space Flight Center)


그런데 단순히 이 대적점의 면적만 좁아지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대적점을 이루는 태풍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있다. 회전판 위에 반죽을 돌리면서 도자기를 빚는 것과 비슷하다. 넓고 납작하게 퍼져 있던 반죽을 길게 세우면 길이가 길어지고 입구는 좁아진다. 이와 비슷한 과정이 대적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자기 같은 뽀얀 피부를 갖고 있는 목성이 정말 대적점으로 도자기라도 빚는 듯이, 대적점의 입구는 더 둥글게 다듬어지고 깊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적점 태풍의 깊이가 더 깊어지면서 2014년에는 확연하게 대적점의 색이 더 진한 주황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관측됐다. 대적점의 독특한 붉은 빛깔이 만들어진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름 깊이 태풍 아래 쪽에 숨어 있는 성분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대적점의 깊이가 더 깊어지면서 이 구름 아래 쪽의 성분이 더 효과적으로 구름 상층부까지 뒤섞이면서 대적점의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인공적으로 구현한 우주 방사선을 수황화 암모늄에 쪼여주며 어떻게 색깔이 변하는지를 확인한 실험 장면. 사진=Mark Loeffler/Cosmic Ice Laboratory, NASA GSFC

 

대적점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긴 구름 띠 사이에서 형성된 소용돌이다. 그래서 마치 컨베이어벨트의 바퀴처럼 위아래 구름 띠와 맞물려 빠르게 회전한다. 대적점 소용돌이의 가장 바깥 최대 풍속은 약 시속 650km다. 지구에서 건물 하나쯤은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5급 태풍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속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적점의 회전 속도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안 그래도 빠른 회전 속도가 2009년에서 2020년 사이에 8% 가까이 더 빨라졌다! 이 기간 동안 관측된 주변 구름 띠의 흐름 속도 변화만 가지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대적점이 둥글게 변하고 회전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09년과 2020년에 분석한 목성 대적점의 풍속을 비교하면 약 8% 빨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 ESA, Michael H. Wong(UC Berkeley)

 

수백 년째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더 난폭해지고 있는 대적점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지구에선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다가 에너지를 얻어 태풍의 씨앗이 형성된다. 2016년 천문학자들은 목성의 태풍도 이와 비슷한 열원에 의해 형성되고 있을 것이란 새로운 증거를 포착했다. 하와이 지상 망원경의 적외선 분광기로 목성 표면을 관측한 결과, 마침 대적점이 있는 영역의 상공 800km 구름에서 주변보다 더 많은 열이 방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태양으로부터 지구보다 다섯 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목성에서 받을 수 있는 희미한 태양 빛만 생각하면 이런 높은 온도는 설명할 수 없다. 분명 구름 밑에 어떤 미지의 열원이 뜨겁게 달궈져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열원은 최소 수백 년 이상 식지 않고 계속 그 열을 머금은 채 대적점 태풍을 일으켰을지 모른다. 

 

목성 대적점 상층부에서 유독 주변에 비해 많은 열이 방출되고 있다. 사진=Art by Karen Teramura, UH IfA with James O’Donoghue and Luke Moore


아쉽게도 목성 구름 속에 들어가볼 수 없기 때문에 구름 속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2016년 목성에 도착한 이후 가장 최근까지 목성 곁을 맴돌고 있는 주노 탐사선이 이 무모한 탐사에 가장 근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주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면서 빠른 속도로 주기적으로 목성 구름 표면 바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며 구름 바로 아래 숨어 있는 미지의 세계를 들춰내려 한다. 그리고 주노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목성의 비밀을 한 가지 밝혀냈다. 

 

오랫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은 목성이 단순히 오래전 뭉쳐진 하나의 단단한 암석/금속 핵을 중심으로 주변에 가벼운 가스 물질이 모이면서 형성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중심에는 아주 단단한 경계를 갖고 있는 암석과 금속으로 이뤄진 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노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주노는 목성 곁을 지나면서 목성의 중력을 측정해 목성 내부의 밀도 분포를 그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성 중심에는 분명한 경계로 구분되는 단단한 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 물질이 분명한 경계 없이 중심에서부터 외곽까지 펑퍼짐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놀라운 사실은 오래전 목성이 또 다른 거대한 행성과 충돌하며 핵 물질이 펑퍼짐하게 흐트러져 퍼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갓 태어난 어린 목성이 단단한 핵을 갖고 있던 지구의 열 배 정도 무거운 또 다른 암석 행성과 충돌했을 때 이런 펑퍼짐한 중심부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 순간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는 오랜 시간(어쩌면 지금까지도) 목성이 강한 자기장과 거리에 비해 뜨거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목성이 다른 암석 행성과 충돌하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아쉽게도 목성보다 더 멀리 떨어진 다른 비슷한 가스 행성인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서는 이와 같은 자세한 관측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성과 그 대적점에서 발견된 여러 특징이 목성만의 특징인지, 아니면 태양계 가스 행성들이 모두 다 갖고 있는 공통된 특징인지 이야기할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선 또 다른 새로운 탐사선들을 수년에 걸쳐 태양계 외곽 가스 행성 곁으로 보내야 한다. 

 

목성의 태풍은 이미 수백 년째 인류가 바라본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지만 애석하게도 대체 이들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애초에 태양풍과 우주선 입자와 같은 목성 바깥 외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목성 내부의 자기장이나 열원에 의해 생긴 건지도 확실치 않다. 인류는 목성 구름의 가장 바깥 껍데기만 보고 있을 뿐, 두꺼운 구름 속 감춰진 진짜 목성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목성에 대한 공포증은 단순히 압도적인 덩치, 징그러운 구름 때문이 아니라, 아직 우리가 목성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 대체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지 때문이 아닐까.

 

참고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18/jupiters-great-red-spot-getting-taller-as-it-shrinkshttps://www.nasa.gov/feature/jupiter-s-great-red-spot-likely-a-massive-heat-source

https://science.nasa.gov/science-news/science-at-nasa/2006/02mar_redjr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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