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모든 것에 항상 있는 것은 ‘시작’이다. 시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시작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작은 새롭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한다. ‘시작에 공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1’에 강연자로 나온 염지현 아크앤파트너스 디렉터는 애석하게도 “공식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시작하는 것에는 꼭 있는 것이 있고, 반드시 없는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디렉터는 언제나 누구보다 새로운 시작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부한다. 학창 시절에는 83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매 순간이 새로웠다. 배낭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온갖 아르바이트도 새로웠다. 졸업 후 입사한 스타트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중견기업에서의 일도 모두 겹치는 업종이 없었다. 마케팅이라는 공통점은 존재했지만 모두 전략을 달리해야 했다.
경험이 많다 보니 그에게 쏟아진 질문도 공통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였다. 염 디렉터는 “우리는 늘 시작을 해야 하는 처지다. 만약 이 시작에 공식이 있다면 어떨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공식은 없다. 다만 반드시 필요한 것과 없어야 하는 것 정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작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목표’다. 염 디렉터는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목표는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 목표가 흔들릴 때도 있고 중간에 수정될 수도 있지만, 없어선 안 된다. 목표가 있어야 나아가려는 방향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다. 프로는 잘해야 한다. 잘하려면 방향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를 브랜드에 비유하면 존재의 이유이며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목표가 있으면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의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 중에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그러나 모든 KPI를 챙길 수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모든 KPI를 챙기면 어떤 것도 얻기 힘들다. 그러나 사람, 시간, 돈은 한정돼 있다. 어느 KPI에 먼저 투자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표가 있으면 다음이 있다. 시작은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 목표를 통해 잘했다 못했다 기준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했으면 더 나은 목표를 설정하고 못했으면 왜 못했는지 회고할 수 있다. 또 목표는 우리를 단순하게 한다.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다. 남은 내게 관심이 없다. 단순화해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딱 하나만 잘 전달해도 성공이다.”
새로운 시작에 꼭 있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얼라인먼트(alignment)’다. 염 디렉터는 “조직 내부와 외부뿐만 아니라 나 자신까지도 얼라인먼트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멤버들이 얼라인먼트가 잘 돼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결과물이 계획한 대로 나온다. 속도도 얼라인먼트가 만들어낸다. 회의가 많은 회사일수록 평소에 얼라인먼트 구축을 해둬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얼라인먼트는 동기부여도 가능하다. 얼라인먼트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 재밌어지고, 책임감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직원들이 모여 얼라인먼트의 중심을 잘 구축하면 무한한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에 꼭 있는 것은 용기다. 염 디렉터는 그 용기가 다소 무모할 정도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시작을 해야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브랜딩에 두 번째는 없다. 이 업계는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쓴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용기가 필요하다”며 “그 용기는 객관화에서 나온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내가 상대보다 잘하는 게 있는데 굳이 못하는 것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대로 성공한 뉴스타트에 절대 없는 것은 무엇일까. 염 디렉터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이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다른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 타깃 오디언스면 좋다. 내게 애정을 가진 사람의 조언이면 더 좋다. 그 조언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며 “특히 열린 환경에서의 피드백은 중요하다. 회사를 예를 들어보자. 사내 우편함, 이메일을 통해 불만, 불편 사항을 언제든지 접수받는다고 하면 어떤 직원이 불만을 적어서 내겠나. 소통에 대한 포맷을 만들기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 디렉터는 ‘완벽과 정답에 대한 집착’과 ‘내게만 베푸는 관용’도 성공한 새로운 시작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벽을 찾다 보면 시작할 수 없다.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최초의 사업 모델과 지금의 사업 모델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시작해보고 시장의 반응에 맞게 변화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라며 “또 시작을 하면 내게는 철저하게 냉정해야 한다. 즉 내게만 베푸는 관용은 없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최선이었다는 선택을 떠올려봐라. 그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핑계인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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