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1’의 주제(NEW START: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하기)에 걸맞은 연사였다. 김 대표는 ‘쌀’이라는 어떻게 보면 흔한 콘텐츠로 브랜딩하고 있는 라이스 큐레이터다. 김 대표는 이날(14일) 쌀을 주제로 사업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양껏 털어놨다.
김하늘 대표는 늘 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음식점마다 각양각색의 형용사로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를 표현하는데 밥은 그냥 밥이었다. 밥도 품종이 지역과 품종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데 말이다. 심지어 커피마저 원두를 선택해 먹는 시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쌀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과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며 현장 목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국내 유일한 ‘라이스 큐레이터’가 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왜 밥맛이 없을까. 김 대표가 쌀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쌀을 섞었기 때문. 그는 “모든 관계자들이 혼합미가 밥의 맛을 그르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우선적으로 품종이 단일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쌀은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가는 데 많은 유통과정을 거친다. 쌀값은 무게로 매겨진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쌀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혼합미가 보편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밥으로 배를 채우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미식의 시대다. 쌀의 품종이 300가지가 넘는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쌀에 대한 수요는 더욱 특별해졌다. 하지만 세상은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유통과정에 있는 여러 관계자를 하나로 연결할 플랫폼 기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쌀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던지기 시작하면 산업도 변화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쌀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쌀이라는 콘텐츠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기획한 것이 ‘밥업스토어(bop-up store)’다. 그는 “쌀에 관심이 많다보니 쌀독이 넘쳐나더라. 친구들을 모아서 파티를 열어보자 생각해 소셜미디어에 이를 알렸는데 300명이 지원했다. 쌀의 차이점, 왜 쌀을 가려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다행히 공간 협찬이 들어오면서 많은 이를 수용할 수 있었다”며 “여러 지역의 쌀을 셰프들에게 제공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고, 한 지역의 식재료로 한상 차림을 해 먹는 ‘로컬 콘텐츠’도 기획했다. 또 쌀로만 코스요리를 꾸며보는 등 다양하게 밥업스토어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딩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건 칼럼을 쓰면서다. 김 대표는 “바이라인에 들어가는 내 수식어를 확인하면서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던 내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였다. 콘텐츠는 내가 팔고 싶은 것을 고객에게 찾아가서 팔아야 하는 것이라면, 브랜드는 고객이 사고 싶은 것을 고객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보이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을 비하하면서 나를 높이지 않고, 자기 연민 없는 주체적인 태도를 지녀야 하며,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야 한다. 또 명확하고 선명한 문장을 매일 쓰고, 수용력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떡을 팔기 시작하면서 김 대표의 생각은 명확해졌다고. 일반 쌀로 판 게 아니라 특별한 품종으로 만든 가래떡을 팔았다. ‘가래떡계의 에르메스’라고 홍보했다. 시루떡의 경우 ‘시루떡계의 티라미수’라 해서 ‘시라미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밥업스토어가 쌀이라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고객에게 찾아가는 자리였다면, 브랜드는 고객이 찾아와서 ‘떡 언제 팔아요. 기다리고 있어요’라며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쌀 하면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가 떠올랐으면 한다. 제가 하는 시도로 이 산업의 패러다임에 전환이 일어났으면 한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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