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던 올여름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추석 이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고, ‘급매’ 물건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출 규제에 거래절벽 현상, 추석 이후 급매물도 늘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2100건으로 8월(4175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3주 연속 내림세다. 9월 첫째 주 107.2였던 매매수급지수가 둘째 주에는 107.1, 셋째 주에는 104.2, 넷째 주에는 102.9로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 100 이하는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3차(전용면적 135㎡, 약 40평)가 지난달 30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8월에 31억 9000만 원, 7월에 31억 3000만 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억 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1도 7월 8억 9900만 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68㎡(약 20평) 형이 9월 8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생겼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거래절벽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에는 추석 이후 급매물이 크게 늘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매수가 뜸해지면서 조금씩 가격을 내리는 매물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실거래가나 호가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급매’ 등이 있는데 그런 매물도 매수자 찾기가 힘들다. 추석 즈음 나온 급매 물건이 아직도 안 나간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A 아파트에서는 10억 5000만 원(전용면적 84㎡, 약 25평)의 급매물도 나왔다. 비슷한 층수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 호가가 11억~13억 원 선으로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낮은 가격이지만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물건을 10억 5000만 원에 내놓은 지 한참 됐는데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어제 매도자가 가격을 좀 더 내리겠다고 해서 10억 3000만 원으로 조정했는데 매수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사할 집을 먼저 매수한 1주택자들이 급매를 많이 내놓는다. 사는 집이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대출 규제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시흥시 은계지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은계지구에서 전용면적 84㎡(약 25평) 매매가가 7억 8000만~8억 원 정도 한다. 최근 급매로 나온 물건이 7억 5000만 원에서 7억 3000만 원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석 지나고 부동산시장이 조용하다. 연말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세입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다 보니 거래가 정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거래 둔화에도 집값 상승세는 여전할 것”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급매로 가격을 크게 낮췄음에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는 푸념 글이 크게 늘었다. 한 매도자는 “전세 끼고 파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집을 내놨는데 문의가 전혀 없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부동산에서도 손님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공인중개소 대표는 “원래대로라면 지금이 부동산 성수기인데 대출 규제 때문에 매수가 많지 않다”면서 “급한 매도인들은 가격을 계속 조정하면서 빨리 팔아보려 하는데 이런 물건조차도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급매 물건도 매수자를 찾기 힘든 분위기지만 호가를 고집하는 매도인들도 상당하다. 수지구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급하게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분들은 호가 그대로 내놓은 뒤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실거래가보다 2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을 부르는 분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시장 거래가 완전히 끊긴 상황인데도 가격을 내리겠다는 사람이 없다. 계속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거래량 감소를 집값 하락 신호로 보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급매물이 많이 늘고 이로 인해 집값 하락을 이끌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양이 많지 않다. 현재는 집주인과 매수자가 줄다리기하는 형국”이라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전보다는 둔화한 정도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바로 집값 하락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에는 20, 30대도 자금 여력만 있다면 바로 매수에 뛰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주택은 입주 시점과 무관한 실수요이므로 매입가격 이하로는 쉽사리 시장에 매물로 내놓지 않는다”며 “본전심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대출 등을 규제하더라도 주택 매수와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 가능한 실물 주택이 대량으로 단기에 공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는 꺾이기 어려워 보인다”며 “주택시장의 매물은 지금처럼 잠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규로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는 적더라도 존재하기 때문에 매매 건수는 줄더라도 신고가가 체결되는 양상이 지속할 것”으로 바라봤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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