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자연만물 속에 과연 선이 존재할까.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선. 그림을 볼 때 우리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도 선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선은 존재할 수 없다. 면과 면이 마주친 결과가 선으로 보이는 것이지 선 자체는 없다고 하겠다.
보이는 세계에 충실했던 서양미술에서 선은 독자적 성격의 조형 요소로 대접받기가 어려웠다. 서양미술에서 선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다. 그동안 선은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한 윤곽이나 면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보조 수단 또는 그림의 기본 구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내는 데 쓰였다.
20세기 초 선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독자적 성격의 선을 보여준 작가로는 표현주의 계열의 화가들이었다. 그중 라울 뒤피나 조르주 루오가 먼저 떠오른다. 뒤피는 선에다 음악적 성격을 담아 감각적 즐거움을 보여주었고, 루오는 종교적 정신세계의 깊이 감을 굵은 선으로 표현해 미술사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되었다.
추상미술의 등장과 함께 선은 가장 중요한 조형 요소로 떠올랐다. 선 자체가 독립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선에 의한 드로잉 개념이다.
이에 비해 동양미술에서는 선은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동양회화는 선의 운용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선 자체를 다양하게 변화, 발전시켜 가장 성공한 예술로는 서예를 꼽을 수 있다.
서예에서 선은 의미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정신성을 담아내기도 했다. 조선말에 이르러 서예의 선은 새로운 회화를 창출하는 경지에까지 오른다. 미술사에서는 ‘신 감각산수’라는 유파로 불린다.
현대적 개념의 선으로 새로운 산수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가 백설아다. 그는 전통 회화를 전공한 작가로 선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 만물 모습의 가장 작은 단위를 점으로 보고, 점의 연결의 결과물인 선을 강조하는 풍경을 그린다. 그가 표현하는 풍경은 실제 경치를 바탕으로 한 선에 의한 독특한 풍경화다. 그 선들은 점의 연결 흔적이 보이는 거친 선이다. 마치 컴퓨터로 그린 선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백설아의 회화를 ‘픽셀 산수화’라 부른다.
따라서 그가 만들어내는 선에서는 독자적 성격이 나타난다. 가장 현대적 감각의 선으로 전통 회화 세계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가는 많다. 작가마다 자신의 독자적 언어와 화법으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우리 미술의 튼실한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다. 같은 선상에 백설아 작가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는 동양미술의 정수인 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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