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원문화길 제2구간은 ‘역사문화길’이다. 중원의 역사는 깊다. 일찍이 삼국시대에 중원을 차지하는 나라가 한반도의 패권을 쥘 수 있었다. 맨처음 백제, 다음은 고구려, 마지막은 신라. 한반도의 배꼽에 세웠다는 통일신라의 중앙탑, 남한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고구려비, 삼국이 번갈아 차지했다는 장미산성에는 그 깊은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다.
가운데 중(中)에 들판 원(原). 글자 그대로 넓은 들의 한가운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천하의 중앙을 가리킨다. 중원이란 이름도 한자처럼 중국에서 유래했다. 역사적으로 중국 제일의 곡창지대이자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황허강 중류의 남북 양안 지역을 중원이라 불렀다. 한반도의 중원은 충주 일대를 가리킨다. 삼국시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한강유역’이 바로 중원이다. 중원을 차지하는 나라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백제가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다음으로 고구려가 차지했고, 최후의 승자였던 신라가 접수하고는 ‘중원경’이란 이름을 붙였다. 신라의 뒤를 이은 고려가 중원경을 충주로 바꾸면서 오늘에 이른다.
중원문화길, 그 중에서도 역사문화길은 한반도 중원의 깊은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다. 그 시작은 중앙탑공원. 한반도의 배꼽쯤에 자리를 잡아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본명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100여 년쯤 뒤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라의 탑으로는 유일한 7층 석탑으로 현재 국보6호로 지정되어 있다. 맑은 날 푸른 들판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중앙탑에선 통일신라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비록 수도는 여전히 경주였으나 삼국 통일의 자부심을 중앙탑으로 세워놓은 것이다.
#통일신라인들의 자부심 중앙탑과 남한 유일의 고구려비
맑은 날 중앙탑공원에서 볼만한 것은 중앙탑만이 아니다. 푸른 잔디를 뜨문뜨문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 남한강의 풍광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는 탄금호, 중원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충주박물관까지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중앙탑공원을 나서서 강변길을 따라 30분쯤, 중앙탑면사무소 맞은편에 탄금호철새조망대를 만난다. 정자 모양의 조망대 2층에 있는 망원경으로 탄금호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운이 좋아 ‘숨은 철새 찾기’에 성공한다면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중원고구려비’로 널리 알려진 ‘충주고구려비’는 국사 시간에 배운 ‘장수왕의 남하정책’을 입증하는 유물이다. 1979년에 발견된 충주고구려비는 지금까지 확인된 남한 유일의 고구려비다. 조선시대에는 아낙네들의 빨래판으로 쓰일 정도여서 비문은 많이 닳았지만 역사적 중요성은 전혀 마모되지 않았다. 충주고구려비를 소중히 모셔놓은 ‘충주고구려비 전시관’에는 고분벽화와 개마무사(고구려의 주력 기마병)를 통해 고구려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충주고구려비 전시관 뒤편으로는 장미산성으로 향하는 산길이 나 있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길도 어렵지 않고 이정표도 눈에 띄어서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느껴지지만, 나무계단을 지난 뒤부터는 장미넝굴이 뒤덥혀 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여름철 장마 뒤라면 산길보다는 좀 돌더라도 포장도로를 따라 장미산성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장미산성·목계나루서 옛 시절 떠올려보고
어렵사리 올라간 장미산성이 그냥 동네 축대처럼 보인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지금 보이는 장미산성은 백제와 고구려, 신라가 격전을 벌이면서 번갈아 점령한 역사의 현장이니. 잠시 눈을 감고 삼국통일전쟁의 말발굽 소리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장미산성 옆에 자리잡은 봉학사에서 시원한 생수로 목을 축인후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내려오면 자그마한 댐이 눈에 들어온다. 1985년 충주댐의 보조댐으로 건설된 조정지댐이다. 이 댐 덕분에 아름다운 탄금호가 생겨났다.
여기서부터 목계솔밭까지는 남한강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이렇게 한 시간 남짓 걸으면 널찍한 캠핑장과 푸른 소나무숲, 꽃길산책로가 어우러진 목계솔밭공원이다. 나무와 꽃을 따라 걷다 목계교를 건너면 조선시대 5대 나루터 중 하나였다는 목계나루다. 이곳은 서울과 경기, 강원, 충주, 경북을 잇는 물길의 요지였단다. 한창때는 백여 척이 넘는 상선이 북적이고 물건과 돈이 넘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생기면서 상선과 물건들이 뚝 끊기고, 목계교가 생기면서는 나룻배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옛 목계나루터 자리에는 강배체험관과 저자거리 등이 들어서 그 시절 나룻터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여행정보>
중앙탑공원
△위치: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12-28
△문의: 043-850-0762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탄금호 철새조망대
△위치: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206-9
△문의: 043-842-053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충주고구려비
△위치: 충주시 감노로 2319
△문의: 043-850-5980
△관람시간: 09:00~18:00, 월요일 휴관
장미산성
△위치: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산77-1
△문의: 043-842-053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목계솔밭공원
△위치: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412-2
△문의: 043-842-053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목계나루
△위치: 충주시 엄정면 동계길 29-1
△문의: 043-853-1929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강배체험관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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