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참가자 456명 중 나를 제외한 455명과 경쟁해 최후의 승자가 되면 받는 상금.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의 상금은 456억 원이다. 한낱 아이들 게임에 목숨을 걸고 참가해 끝까지 살아남아야 받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세계적인 드라마 흥행과 더불어 ‘456억 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456억 원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3816만 달러. 지난 5일(현지시각) 폭스 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원화는 구글에서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화폐를 기록했다. 해외 팬들이 드라마 속 상금인 456억 원이 자국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 알기 위해 원화 환율을 검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가자 수는 왜 하필 456명일까. ‘참가자 수 456명×1억 원’인 456억 원에 숨은 뜻이 있지 않을까. 황동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2008년 만화가게에 다니며 서바이벌 만화를 보다가 한국식으로 만들면 어떨지 구상했다. 10년이 지나고 다시 꺼내 보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스토리가 코인 열풍 등에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최초 기획된 2008년, 그리고 이후 한국 사회에서 456억 원이 어떤 장면에 등장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일 터. 우리 사회에서 456억 원이 등장한 순간을 되짚어봤다.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서 유죄로 인정된 조세 포탈 세액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최초 기획된 2008년. 같은해 7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우연히도 재판부가 인정한 조세포탈 액수는 양도소득세 456억 원이다. 이후 삼성 특검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총 4조 5373억 원(2007년 12월 평가 기준)이며 예금 2930억 원, 주식 4조 1009억 원(삼성생명 주식 2조 3119억 원 포함), 채권 978억 원, 수표 ‘456억 원’으로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은 결국 456억 원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2010년 3월 다시 경영에 복귀했지만 2008년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발표한 차명재산 실명 전환과 사재 출연 방침의 이행 여부는 생전 내내 이 회장을 따라다녔다.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 삼성전자의 로고와 오징어게임 로고의 유사성이다. 오징어게임 속 서바이벌 초대장에는 ‘ㅇ·ㅅ·ㅁ’이 적혀 있다. 삼성전자의 로고에도 ‘ㅇ·ㅅ·ㅁ’이 전부 들어가 있다. 14개 한글 자음 중 어째서 이 세 개의 자음이 사용됐는지도 묘한 여운을 자아낸다.
#2010년 로또복권 회차당 평균 판매금액, 2012년 정몽구 회장 배당금
2008년 이후에도 456억 원은 한국사회의 여러 중요한 순간에 등장한다. 2012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차그룹 배당금은 456억 원. 2011년 399억 4000만 원에서 14.2%나 급증한 금액이다. 그해 10대 재벌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배당금을 기록했다.
2013년 8월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배임·횡령 구속기소 액수도 456억 원이었다. 당시 장재구 회장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한국일보사의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일보와 계열사인 서울경제신문의 돈을 횡령하거나 담보 제공 등의 방법을 동원해 두 회사에 총 456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456억 원은 2015년 금융감독원이 밝힌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피해환급금 계좌 중 100만 원 이상 남아 있는 계좌의 총 합계 금액이기도 하다. 2015년 7월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피해자가 환급신청을 하지 않은 돈이 539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84%인 456억 원은 건당 피해액이 100만 원이 넘는데도 찾아가지 않은 계좌의 총 합계 액수다.
마지막으로, 2010년 로또 복권의 평균 회차당 판매 금액 역시 456억 원. 팍팍한 인생살이에 ‘볕들 날’을 꿈꾸는 서민들의 바람이 담긴 액수다. 그러고 보면 오징어게임 속 상금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아준 욕망 혹은 염원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당장 목숨이 걸려 있지는 않지만, 2021년 우리네 삶도 오징어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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