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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외계인이 아직 지구에 찾아오지 못한 이유

'페르미 역설'에 대한 최신 시뮬레이션의 새로운 해답

2021.10.11(Mon) 15:09:22

[비즈한국] 올해 2021년은 인류가 아주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을 맞이한 해다. 올해를 기점으로 인류가 지구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행성의 진짜 지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2월 ‘네이처’에는 한 편의 놀라운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은 현재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들의 총 질량과 인류가 만든 건축물, 도로, 쓰레기 등 인공물의 총 질량을 비교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세균 등 수분을 제외한 생명체들의 전체 건조 질량(Dry mass)는 약 1조 톤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인 9000억 톤은 식물이 차지한다. 순수한 동물만의 질량은 40억 톤이다. 

 

그런데 인류가 지구에 남긴 콘크리트 빌딩, 아스팔트 도로, 스마트폰, 머그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공물의 총 질량이 이 지구 생명체들의 건조 질량을 넘어섰다. 인류가 남긴 플라스틱의 총 질량만 80억 톤이다. 동물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두 배나 더 많다. 인류가 지은 건축물과 도로 인프라의 전체 질량은 식물들의 총 질량보다 더 많은 약 1조 1000억 톤이다. 

 

인류가 남긴 인공물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증가해왔는지 비교한 그래프. 금속, 아스팔트, 벽돌 등 인류가 남긴 인공물의 질량을 모두 합하면 모든 지구 생명체의 질량을 추월했다.


21세기 인류는 이제 지구의 순수한 생명체보다 더 많은 인공물로 지구를 덮어버린 존재가 되었다. 행성의 과반 이상을 장악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100년 사이 증가폭이 가장 가파르다. 이 추세라면 2040년이면 인공물의 총 질량이 지금의 세 배를 넘게 된다. 인류는 나무와 풀로 덮여 있던 지구를 콘크리트와 금속으로 덮인 하나의 거대한 둥근 우주선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빠른 속도로 지구를 정복해나가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정말 ‘인류세’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보다 더 일찍 역사가 시작된 또 다른 문명이 있다면 이미 자신들의 행성을 넘어 우리 은하계를 정복해나가고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들은 이미 우리 지구도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껏 태양계에 직접 찾아오거나 우리에게 신호가 발견된 외계 문명은 없다. 

 

100억 년이 넘는 아주 긴 우리 은하의 전체 역사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우리 은하계 곳곳에 우주급 외계 문명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기대와 달리 우리 은하계는 너무나 조용하다. 대체 왜 우리는 지금껏 다른 우주 문명과 접촉하지 못했을까?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이런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가 남긴 페르미 패러독스는 지금까지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많은 천문학자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최근 페르미 패러독스에 대한 가장 세련된 해답이 담긴 논문이 발표되었다. 과연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까지 외계 문명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정말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입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도 지구에 찾아올 수 없었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 은하에는 얼마나 많은 문명이 있을까? 있다면 왜 그들은 아직 우리를 방문하지 않았을까?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 한 곳에서 성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출현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주변 별들을 정복해나갈 수 있을지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했다. 특히 이번 분석에선 앞선 다른 연구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중요한 요소를 함께 고려했다. 바로 우리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움직임이다. 

 

우리 은하 속 별들은 함께 궤도를 돌며 움직인다. 그래서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약 4.3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이다. 하지만 앞으로 약 3만 5000년이 더 지나면 그 사이 별들이 움직이면서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에서 멀어지고 Ross 248이라는 또 다른 별이 더 가까이 태양으로 접근한다. 지금 당장 인류가 진출을 꿈꿀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겠지만, 앞으로 3만 5000년 후 인류는 Ross 248이라는 또 다른 별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반영해야 은하계 속에서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는 우주 문명의 확장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시간에 따른 태양과 주변 별의 거리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현재는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가장 가까운 별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거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그리고 다른 별들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이 된다. 그래프=Wikimedia commons

 

천문학자들은 더 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광속을 돌파해 순식간에 은하계를 여행하는 방식의 우주선은 가정하지 않았다. 한 별에서 최대 10광년 범위 안에서만 진출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문명도 30만 년 넘게 우주를 여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또 시뮬레이션 속에서 생성된 모든 가상 문명은 인접한 별을 향해 1만 년에 한 대 정도의 그리 높지 않은 빈도로 우주선을 보내도록 했다. 다른 별로 날아가서 그곳에 정착한 이후 그 문명이 가장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1억 년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가정에서 우리 은하 속 우주 문명은 얼마나 넓은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태양이 위치한 우리 은하 외곽의 한 지점에서 우주 문명이 우주 여행을 시작하자 단 300만~400만 년 만에 은하 중심부까지 문명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특히 별들이 더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은하 중심부에 문명의 손길이 닿자마자 아주 빠른 속도로 문명이 은하 중심부에 퍼지기 시작했다. 은하계 버전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의 전체 러닝 타임 10억 년이 지났을 때 은하계 거의 모든 별들에 문명이 들어섰다. 우주선이 이동한 평균 속도는 겨우 초속 수십 Km다. 이는 현재의 인류 기술로 날려보낸 보이저 탐사선이 우주를 항해하는 속도 정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SF 속 탐사선을 가정하지 않아도 10억 년의 시간이면 충분히 은하계 전체를 정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0억 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우리 은하에 정말 외계 문명이 있다면 진작에 우리가 그들에게 발견됐어야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껏 지구에 찾아온 손님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지금껏 우리 은하에서 우주를 자유롭게 항해하는 수준에 도달한 우주 문명이 탄생한 적이 한 번도 없음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 은하 외곽의 한 별에서 시작된 문명이 주변 별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ESA

 

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별들의 실제 움직임을 반영했을 때 더 빠르게 우주 문명이 퍼져나간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집 안에만 갇혀 있을 때보다 활발하게 돌아다닐 때 사람과 사람 사이 바이러스 전파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별들이 서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며 우주선 자체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셈이다. 

 

하지만 이 시뮬레이션에서 한 가지 중요하게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은하계 문명이 모든 별에 동시에 정착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한 별에 정착한 문명이 계속 사라지지 않고 그 별에 존재한다고 가정하지 않았다. 일정한 문명의 수명이 끝나면 원래 살던 별에서 문명이 사라지도록 가정했다. 원래 살던 별을 떠나 주변 별로 날아가 이주하고 정착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나면 원래 살던 별의 문명은 사라진다. 이런 식의 개척이 계속되면 결국 동시에 모든 별에 살지는 못한다. 다만 한 별을 중심으로 인접한 별 몇 개 범위 안에서만 존재하는 방식이 이어진다. 이처럼 매순간 한 묶음의 좁은 영역 안에서만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좁은 거주 영역은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은 거대한 미개척지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만약 우리 지구가 이런 거대한 미개척지에 속한 행성이라면 왜 이들이 존재하는데도 아직까지 우리가 그들과 접촉하지 못했는지를 묻는 페르미 패러독스에 대한 가장 세련된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우주 문명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존속할 수 있는지, 그 문명의 수명과 주변 인접한 별들 가운데 정착할 만한 행성이 얼마나 많은지 그 비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천문학자들은 이 두 가지 주요 변수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깔끔한 수학적 모델로 구현한 것이다. 

 

이 외에 실제로 정착이 가능한 다른 미개척지가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높은 확률로 이주를 결정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하는 문명의 감정적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세월이 흐르고 문명의 수준이 더 발전되면서 문명의 수명이나 우주선 비행 속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단순한 계산을 위해 세월이 흘러도 우주선이 나가는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그래서 더욱 보수적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과연 우리 은하 안에는 얼마나 많은 문명이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은하 속 다른 문명들도 이제서야 우리처럼 자신들의 행성 절반을 갓 장악한 수준인 건 아닐까? 인류를 포함한 우리 은하 속 모든 문명이 더 발전되고 함께 조우하기까지는 아직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푸르렀던 지구를 만끽하기엔 너무 늦은 시기에 태어났지만, 함께 우주를 누비며 다른 우주 문명과 조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에 태어난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너무 늦게 태어났고, 동시에 너무 일찍 태어난 존재인 걸까?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0-3010-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c0910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bfd36

https://ui.adsabs.harvard.edu/abs/1975QJRAS..16..128H/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b31a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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