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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구매한 뒤 오프라인서 픽업…O2O 지고 O4O가 뜬다

무신사 무탠픽업·LF 라움워치·GS 와인25플러스 픽업매장 운영…배송 기다릴 필요 없어 인기

2021.10.08(Fri) 18:31:04

[비즈한국] “오프라인 쇼핑은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 쇼핑 플랫폼부터 전통 유통업체까지 소매업계가 다시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이 부상하면서 한때 ‘오프라인의 몰락’까지도 점쳐졌지만, 치열한 온라인 경쟁의 출구 전략으로 오프라인과의 결합이 떠오른 것. 이에 업계는 온라인 서비스의 기술을 적용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해내는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플랫폼 기업과 전통 유통업계 등 소매업계가  온라인 채널의 기술, 데이터 등을 오프라인 영역에 적용해 새로운 매출을 만드는 O4O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2층에 위치한 무탠픽업 서비스의 픽업데스크(위)와 건물 외부 벽에 설치된 픽업락커. 사진=강은경 기자

 

#‘저녁 8시에 주문한 옷, 자정에도 픽업한다’

 

9월 30일 무신사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 ‘무탠픽업’ 서비스를 론칭했다. 무탠 픽업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서비스다. 오후 7시까지 상품을 구매하면 당일 2층의 픽업대나 매장 입구 옆 픽업라커에서 찾을 수 있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구매한 상품은 영업시간 이후에도 라커에서 수령이 가능하다. 픽업 서비스는 무신사의 자체 제작 상품에 한해 운영된다.

 

무신사 측은 영업시간 내에 매장을 방문하기 어렵거나 상품을 찾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고객이 무탠픽업으로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급하게 옷이 필요해도 배송을 기다려야 했던 애로사항을 보완했다는 뜻이다. 매장에서 만난 픽업 서비스 담당자는 “서비스 개시 일주일 만에 고객 반응이 오고 있다. 주문 확인 후 상품 준비부터 픽업까지 30분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오늘처럼 이용 고객이 많은 날엔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지난해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SPA(Specialty stores/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업계 신흥강자로 떠오른 무신사의 첫 번째 정식 오프라인 매장이다. 5월 말 오픈 이후 매월 평균 6만 명이 방문해 누적 20만 명이 다녀갔다. 매장은 지하 1층~지상 2층 총 850㎡(250평) 규모로, 자체 제작 상품 실착과 구매는 물론 공간 곳곳에 설치된 전시물 관람도 가능하다. 입점 브랜드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홍대 ‘무신사 테라스’와 달리 무신사 자체 상품에 집중해 플랫폼에서 패션 브랜드로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무신사는 매장 내 디스플레이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온라인으로 구매 유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탠픽업 서비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착-구매-픽업이라는 의류 쇼핑의 세 단계를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구현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자체 상품 구매 고객에게 온라인-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O4O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매 편의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롤렉스, 파텍필립 등 하이엔드 시계를 취급하는 LF그룹의 편집샵 ‘라움워치’도 O4O 전략을 접목한 매장이다. 사진=LF 제공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대응·큐레이션’으로 차별화

 

O4O는 온라인 채널의 기술, 데이터 등을 오프라인 영역에 적용해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의 중심축이 이동했지만, 성장률 둔화, 수익구조 악화, 고객응대의 문제가 온라인의 한계로 떠오르면서 보완 전략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온라인 기업들이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O4O는 매장 수 확대가 아닌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O4O 서비스는 명품 판매에도 활용되고 있다. 생활문화기업 LF는 9월 13일 서울 압구정 라움 건물 1층에 명품시계 편집숍 ‘라움워치’를 열었다. 롤렉스, 파텍필립, 브레게 등 10여 개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를 취급한다. LF몰에서 ‘라움워치’ 배너가 등록된 상품 구매 시 매장 픽업을 선택하면, 대기 시간 없이 매장에서 시계를 직접 확인하고 픽업할 수 있다. LF는 아침 일찍 대기를 해도 물량이 없어 ‘공기만 판다’는 롤렉스 등 고급시계를 실물로 비교하고 전문적인 큐레이션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상품 검수와 공식 재매입 서비스, 무료 외관 폴리싱 서비스 등 기존 온라인 명품 쇼핑의 제약 사항을 해소했다는 것.

 

LF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 경향이 확산되는 가운데, 눈으로만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고가 시계 쇼핑 프로세스의 한계를 고객의 관점으로 개선해 차별화된 만족감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O4O 멀티숍를 통해 고가의 명품시계를 믿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쇼핑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서울 강남과 영등포에 와인 특화 매장을 열고 고객이 취향 맞춤형 와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상권)’​ 와인샵으로 부상하고 있는 편의점 3사도 과거 ‘구색 맞추기’에 그쳤던 와인 판매에 O4O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류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편의점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으며 와인 고객을 매장으로 이끌어 낸 셈이다.

 

특히 GS25는 3월 서울 강남구에 와인 특화 매장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와인만 130여 종을 취급한다. 4월 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두 번째 와인 특화점을 열었다. GS리테일 모바일 앱에서 와인25플러스로 와인을 주문한 후 매장에서 직접 픽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유기농·프리미엄·국가 등 다양한 분류에 따라 제품의 특성을 확인하고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옴니가 필수가 된 오프라인 기업과 상품·서비스의 질적 차별성이 떨어지는 온라인 기업에게 온·​오프라인 연계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과 쿠팡 등의 기업은 투자의 관점에서 오프라인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를 홍보한다. 무신사도 핵심 타깃인 MZ세대에게 좀 더 어필하고 새로운 고객경험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성격, 카테고리에 따라 O2O, O4O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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