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C제일은행이 박종복 은행장 취임 이후 고배당정책을 이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당국의 권고에 잠시 배당성향을 낮췄지만 올해 6월 말 자본관리 권고가 해제되자 높은 수준의 중간배당을 결정해 국부유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 확대에 나섰지만 SC제일은행만 소극적인 지원을 보여 ‘높은 배당, 낮은 지원’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2009년부터 이어진 고배당 논란
SC제일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17조 원이 투입돼 회생했으며 2005년 영국 SC그룹에 인수됐다. SC그룹이 지분 100%를 소유한 SC제일은행의 고배당 논란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SC제일은행은 순이익 4300억 원 중 2500억 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58%를 기록했다. 2010년엔 순이익이 3224억 원으로 줄었지만 62%인 2000억 원을 배당했다. 2011년, 2012년에도 순이익이 각각 2560억 원, 1947억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SC그룹에 배당된 금액은 2000억 원으로 같았다. 심지어 2012년에는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2011년, 2012년 배당성향은 78.14%, 102.73%였다.
2013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390억 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2014년엔 7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1500억 원을 배당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지속적인 고배당 논란 속에서 2015년 박종복 은행장이 취임했다.
박종복 은행장은 첫 취임사에서 “소매금융과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을 균형 있게 성장시킬 것”이라며 “한국 현실에 맞는 경영 활동을 통한 국제은행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복 은행장 취임 첫해 SC제일은행은 2857억 1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6년 SC제일은행은 224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이 중 800억 원을 SC그룹에 배당했다. 2017년에는 273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1250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각각35.64%, 45.68%였다. 국내 시중은행이 20~3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종복 은행장은 재임 기간에 SC제일은행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과 수익성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이후에도 높은 배당성향은 이어졌다. 2018년 순이익 2214억 원 중 1120억 원(배당성향 50.6%)을 배당했다. 2019년엔 6550억 원을 배당해 역대 최대 배당을 실시했다. 그해 순이익은 3113억 7700만 원으로 배당성향 208.31%를 기록했다.
다만 2020년엔 257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490억 원을 배당(배당성향 20%)했다.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권고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후 멈칫했던 배당은 금융당국의 권고 조치가 풀리며 재개됐다.
#한국 현실 맞는 경영한다더니…배당 확대에 3연임 성공?
SC제일은행은 지난 9월 12일 이사회를 개최해 800억 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SC제일은행 노조는 “SC제일은행의 배당을 국부 유출로 규정, 규탄하는 것은 배당이 지극히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배당성향은 통상 20~30%지만 SC제일은행은 2019년 6500억 원을 배당해 208%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자본관리 권고가 해제된 직후 800억 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감독기관의 고삐가 풀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비판했다.
이에 SC제일은행은 “이번 배당은 회계결산 결과에 따른 일상적인 경영 관점에서 결정됐으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유지 측면과 국제 기준, 국내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종복 은행장은 2020년 9월 1일 3연임을 확정해 2024년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박종복 행장은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은행의 재무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향상했다. 비재무적 성과에서도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조직 안정화와 최적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한편 박종복 은행장이 2015년 취임사에서 약속한 것과 달리 SC제일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지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타 시중은행들은 코로나 이후 기술신용대출을 늘렸지만, SC제일은행은 예년보다 확연히 적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 낮고 담보가 없는 기업이라도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90조 4179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 다른 은행들도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가 전년보다 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SC제일은행은 작년부터 274억 원의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9년 1358억 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답변을 주겠다”고 한 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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