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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은 그저 거들 뿐' 올해 '따상' 공모주 공통점 3가지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은 기본 조건…시총 및 유통 물량 적고 의무보유확약 비율 높아야

2021.10.08(Fri) 17:13:11

[비즈한국]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1위 아스플로가 상장일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무조건 따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제대로 보여준 것. 그렇다면 올해 가장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 10곳의 상장일 성적은 어땠을까. 이와 함께 올해 따상을 기록한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1위를 달성한 아스플로가 7일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일 따상에는 실패했다. 낮은 의무확약비율과 높은 유통 물량이 가격 상승을 저지한 요인으로 꼽힌다.사진=아스플로 홈페이지


아스플로는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무려 2142.7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 이후 경쟁률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기관투자자들의 청약은 공모가가 정해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희망 수량과 함께 희망 가격도 함께 적어 내야 한다. 희망 가격은 대체로 기업이 원하는 공모가 범위에서 정해지지만, 기업의 인기가 높을수록 공모가 범위를 넘어서서 금액을 적어내는 기관투자자의 비율이 높다. 즉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이 사전에 해당 기업의 매력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스플로는 상장일 성적은 1위라는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7일 상장한 아스플로는 공모가보다 9000원 높은 3만 6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3550원이 더 오르며 3만 9550원까지 올랐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주가는 10분 후부터 시초가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하락 폭은 더 커졌다. 결국 시초가보다 7650원 떨어진 2만 8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인 2만 5000원보다 3350원 높은 수치다.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위 기업…차익 실현은 100% 가능

 

그렇다면 올해 역대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개 기업은 어떤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아스플로 아래로 SK아이테크놀로지(1882.88:1)·HK이노엔(1871.36:1)·현대중공업(1836:1)·아주스틸(1776.9:1)·삼영에쓰엔씨(1762.39:1)·카카오뱅크(1732.83:1)·와이엠텍(1696.19:1)·자이언트스텝(1691.65:1)·플래티어(1631:1)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개 기업의 상장일 성적표. 자료=네이버 금융


이중 상장일 따상을 달성한 기업은 삼영에쓰엔씨·자이언트스텝·플래티어로 총 3곳이었다. 이들은 모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000억 원대 미만인 기업이었다. 공모가도 낮았다. 이들의 공모가는 모두 1만 1000원으로 따상(2만 8600원)을 기록해도 주당 수익은 1만 7600원에 불과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카카오뱅크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으면서 상장일 유통 가능 금액도 1조 원을 넘는 기업이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상장일 더블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10만 5000원으로 높다 보니 시초가에 매도했어도 10만 5000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다만 몸집이 워낙 컸던 탓인지 시초가보다 낮은 15만 4500원에 거래를 마쳐야 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모가보다 약 38% 오른 가격에 장을 시작했다. 더블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상한가를 기록하며 6만 9800원에 장을 끝냈다.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개 기업의 주요 지표. 자료=각 사 증권신고서


나머지 기업 역시 상장 첫날 매도를 했다면 차익을 실현할 수는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장일 종가는 11만 1500원으로 공모주 투자자라면 5만 15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아주스틸의 경우 장 중 따상(3만 9000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마감까지 그 힘을 이어가지 못하며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수익은 1만 8400원이었다. 와이엠텍은 종가 기준 3만 3200원, HK이노엔은 주당 9500원의 차익 실현이 가능했다. 

 

#시총 낮고,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적어야 가능성 높아져…실적주보다는 성장주에 무게

 

그렇다면 따상을 기록한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올해 상장한 기업은 리츠와 스팩을 제외하면 8일 기준 67곳이었다. 이 가운데 따상을 기록한 기업은 14곳이었다. 이들은 일단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경쟁률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은 오로스테크놀로지였는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1260:1’로 높았다. 삼영에쓰엔씨는 가장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그 수치가 무려 ‘1762.39:1’에 달한다. 

 

올해 상장일 따상을 기록한 14개 기업 주요 지표. 자료=각 사 증권신고서

 

따상 기업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공모가 기준 시총이 낮았다는 점이다. 앞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 10개 기업에 속했던 삼영에쓰엔씨·자이언트스텝·플래티어를 포함한 12개 기업이 공모가 기준 시총 2000억 원을 넘지 않았다. 12개 기업 중 오로스테크놀로지가 약 1956억 원으로 가장 높은 시총을 기록했다. 따라서 공모가도 그리 높지 않은 편에 속했다. 12개 기업에서는 브레인즈컴퍼니가 가장 높은 2만 5000원을 공모가로 책정했다. 오로스테크놀로지(2만 1000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공모가가 2만 원 이하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도 적은 편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올해 따상에 성공한 14곳의 평균 유통 가능 물량은 28.31%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은 38.76%로 가장 높았지만 40%를 넘지는 않았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상장일 가장 낮은 유통 물량(13.48%)을 기록했다.

 

올해 상장일 따상을 기록한 14개 기업 상장일 시세. 자료=네이버 금융


일진하이솔루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을 기록한 기업 중 공모가 기준 시총이 1조가 넘는 기업이다. 공모가도 각각 3만 4300원과 6만 5000원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두 기업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높은 50% 이상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기록했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역시 25% 이하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즉 시총이 높을 경우 상장일 주식 공급량을 제한할 만한 요인들이 명확해야 따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따상을 기록한 기업 14곳의 업종은 주로 미래 먹거리와 관련이 있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메타버스·수소·바이오·반도체·AI·게임 등의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었다. 즉 당장의 실적이 안정적이거나 좋은 기업보다는 미래에 성장가치가 높은 업종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따상 조건에 가까웠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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