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자리와 주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창업지원주택’이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득 및 재산 등의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지자체 전략산업 종사자로 지원자격을 한정하다 보니 신청률이 턱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지원자에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꼼수’까지 알려주는 상황이다.
#창업지원주택, 임대료도 저렴한데 공실 남아도는 이유
창업지원주택은 청년 창업자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과 창업지원 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주택 내에 주거공간과 사무공간이 동시에 마련된 형태 또는 오피스 공간과 주거공간이 한 건물에 입주하는 복합비즈니스센터 형태 등으로 공급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약 70%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LH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공급된 창업지원주택은 총 1588가구다. 2018년부터 광주, 판교, 부산좌동, 의왕포일 등에 순차적으로 창업지원주택 공급을 시작했다. LH 관계자는 “2018년부터 공급을 시작했고 2020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창업지원주택은 만 19세에서 만 39세로 입주자 나이가 제한되며 소득 및 재산 기준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월평균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120% 이하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총자산가액 합산기준도 2억 원대로 한정된다.
또한 지자체 전략산업 종사자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인정하는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창업인,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동대구벤처 창업지원주택의 경우 콘텐츠 산업 및 대구 10대 전략산업 종사자(미래형 자동차, 물, 로봇, 스마트에너지, 의료, ICT 융합, 섬유, 지능형 기계, 뿌리/소재, 도시형)를 모집대상으로 했다. 부산좌동 창업지원주택은 1인 창조기업 창업자 또는 부산시 7대 전략산업 창업자(스마트 해양산업, 지능형 기계산업, 미래수송 기기산업, 글로벌관광산업, 지능정보서비스산업, 라이프케어산업, 클린테크산업)에 한해 지원을 받았다.
까다로운 입주 조건으로 창업지원주택은 입주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창업지원주택이 입주자 신청 미달로 몇 회에 걸쳐 추가모집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동대구벤처 창업지원주택은 지난 6월 입주대상자를 추가 모집했다. 지난해 6월 100가구 모집을 진행했으나 지원자가 적어 2차 추가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하지만 2차 모집에서도 지원율이 낮아 11월 3차 모집까지 예정하고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12월 개관을 앞둔 상황인데 현재 공급량의 절반가량이 공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 분야가 한정적이다 보니 입주자 모집이 쉽지 않다”며 “종사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신청자 중에서도 소득 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LH에서도 더는 공실로 둘 수 없으니 모집 기준을 낮춰 곧 일반 대상으로 추가 모집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위례창업지원주택은 지난해 1월 470가구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단 44가구만 계약했다. 결국 8월 중 2차 모집을 추가로 진행했고 이때는 소득 기준 및 입주자의 전략산업 분야 사업장 소재지 조건을 성남지역 본점에서 지점으로 확대 및 지점 근로자도 입주 대상에 포함하는 등 자격 조건을 완화했다.
LH는 창업지원주택의 공실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입주하고 통상 6개월 이후가 돼야 공실 산정을 하는데 중간에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 등 일시적으로 공실이 생기는 사례가 다양하다”며 “그때마다 추가 모집 공고를 하고 있어 현재는 공실 현황을 파악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입주자 모집에 골머리 앓는 지자체 “유인 효과 위해서는 기준 완화 필요해”
지자체에서는 모집에 애를 먹다 보니 지원 자격에 맞지 않는 지원자들이 선정될 수 있는 꼼수를 알려주기도 한다. 최근 박 아무개 씨(34)는 창업지원주택 모집공고를 보고 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박 씨는 지자체에서 지정한 전략산업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략산업에 해당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없는지 물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담당자가 먼저 ‘선정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며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박 씨의 말에 따르면 창업지원주택 담당자는 사업분야를 변경해 신청하는 방법과 이 경우 부과될 수 있는 세금 납부 등을 피할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박 씨는 “관련 산업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담당자가 나서 꼼수를 알려주니 당황스러웠다”며 “담당자가 말하길 지원자가 너무 없다면서 ‘꼭 좀 지원해달라’고 말하더라. 얼마나 지원율이 떨어지면 당첨될 수 있는 편법까지 알려줄 정도일까 싶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청년창업지원주택의 지원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담당자들이 모집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홍보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대상자가 한정적이다. 소득이나 자산 등의 기준이라도 일부 완화가 있어야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H 관계자는 “창업지원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른 기준에 맞춰 대상자를 선별한다. 기준 완화를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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