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질질 끌어오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해외 경쟁당국들의 더딘 심사와 상이한 입장으로 인해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 결론이 해를 넘길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올 6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거쳐 확정되면서 공정위와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 관문만 남아 있다.
PMI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기업결합 심사를 끝내고 연말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해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나아가 오는 2023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가 출범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직원 고용 유지 등에 대한 방안도 담겨 있다.
대한항공은 올 1월 공정위를 포함해 9개 필수신고 국가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필수신고 국가 중 현재 터키, 대만, 태국 경쟁당국의 심사는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내외 6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두 항공사간 통합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필수신고 국가 중에서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 승인이 안돼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불발된다. 임의신고 국가 중에서는 영국, 호주와 싱가포르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 경쟁당국 일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합병을 승인해도 일부 항공 노선의 축소나 사업권 매각 등 조건부 승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자 아이사나항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섭섭하고 유감스럽다.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정부 부처인 공정위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공정위는 두 항공사간 기업결합 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업무현황으로 이러한 입장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그간 기업결합심사 지연 이유로 먼저 승인을 해도 해외 경쟁당국과 조율이 되지 않거나 불허될 경우 해당 노선 취항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아 왔다. 하지만 국회 보고를 통해 ‘연내 마무리’로 먼저 심사를 마치고 해외 경쟁당국의 조치를 살피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1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63.9%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대한항공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9월 30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3개월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해외 경쟁당국들의 더딘 기업결합 심사 추이에 따라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5조 원이 넘고, 부채비율만 무려 2016%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는 일단 연말로 연기된 상태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등은 기업결합 심사만 신속히 진행될 경우 PMI 계획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PMI 계획의 주요 골자 중 하나인 두 항공사의 자회사 LCC 3곳의 통합 문제는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수요 감소로 이들 LCC 3개사는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통합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PMI 계획의 다른 주요 골자인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고용승계는 대한항공이 필수적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용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은 합의서에 따라 5000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업결합 심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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