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신설법인 ‘SK온’이 10월 1일 공식 출범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사업 분리를 시행한 것. 하지만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공급량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분할을 의결한 후 지난 9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80.2%의 찬성률로 이 안건을 승인했다. 배터리 사업은 ‘SK온’, 석유 개발 사업은 ‘SK어스온’으로 분사됐다. 분할 방식은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이며 SK이노베이션은 두 사업을 자회사로 두고 지분 100%를 보유한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법인명 ‘SK온’에 대해 ”배터리 사업으로 깨끗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전동화의 핵심 역할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으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이어 EU·미국까지 뛰어든 배터리 경쟁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0년부터 10년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3배, 전기차 시장은 1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약진하고 유럽과 미국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기업에게는 도전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올해 1~7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전 세계 누적 점유율 2위(26.2%)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5.4%)과 삼성SDI(5.1%)는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한국 3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 같은 기간 중국은 점유율 1위 CATL(27.1%)을 비롯한 5개사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국내 3사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게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와 맞먹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133만대)은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의 41%를 차지하며 단일 국가로는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판매된 139만대(43%)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폐쇄적인 정책을 반복해왔다. 2020년부터 국내 3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일부 중국 전기차도 보조금 명단에 포함돼 당장 숨통은 트였지만 앞으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은 언제라도 되풀이 될 수 있다.
SNE리서치 측은 “지난해 견조하게 성장했던 국내 3사가 2021년 들어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에 직면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하게 버티고 있다”면서도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가 당분간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지 않아 향후 국내 3사의 앞날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쟁력 강화와 성장 전략 확보를 통한 활로 개척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수주 물량 못 따라가는 공급량…자금 확보 관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분사 결정에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투자 비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 규모는 글로벌 3위 수준이지만 아직 판매량은 수주량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업계 선두두자로서 다수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산업 보고서에서 한국 배터리가 가진 경쟁 우위 요인으로 △하이니켈 등 특허력과 양산 능력 △유럽 및 미국 현지 공장의 대응력 △공격적인 생산력 △리더십을 꼽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산 역량 확대가 필수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최근 테슬라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배터리 양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의 CATL도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올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40GWh로 수주 잔량에 못미친다. 미국과 유럽(헝가리 코마롬·이반차), 중국(창저우·옌청·혜주)에서 생산시설이 증설되고 있지만 2025년까지 200GWh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인력 유출’ 갈등 끝에 결정된 2조 원의 합의금도 걸림돌이다. LG화학에 지급해야 할 합의금이 1조 원이나 남은 SK이노베이션에게는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7월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를 처음 거론하며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 속도가 빨라 전체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분사 속도전’을 언급한 바 있다. 지동섭 당시 배터리 사업 대표(현 SK온 대표)도 이날 “2022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분사를 통한 생산능력 개선을 기대했다.
SK온은 이번 분사를 계기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2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목표치도 세웠다. 다만 기업공개(IPO)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조달을 서두르기보다는 사업 역량을 키우는 게 먼저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자금 확보를 통한 생산 능력 확대를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수주와 양산 사이에 2년 정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사전 투자가 중요하다. 분사 직전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미국 포드사와 배터리 합작법인(BlueOvalSK)를 세우고 총 114억 달러(약 13조 원)의 투자를 감행한 것. 양사가 예상하는 총 합작법인의 생산능력은 129GWh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분사 결정 후 10%의 주가하락을 겪은 LG화학의 사례와 달리 8% 수준의 하락을 겪은 후 바로 회복됐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로 인한 지분 희석 우려보다 시장점유율 상승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며 “2019년 5G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생산 능력이 올해 40GWh로 증가했고, 소송 이슈 제거, 시장 성장, 분할 등으로 인한 투자 확대로 2025년 생산능력이 200GWh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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