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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쓰도요,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사건 부적절 대응 물의

내부 조사 후 '직원 간 갈등' 결론, 노동청은 과태료 및 시정 지시…회사 측 "법에 따른 충분한 조치 이뤄져"

2021.10.07(Thu) 18:48:07

[비즈한국] 일본계 정밀 측정기 제조업체 미쓰도요의 한국지사인 ‘한국미쓰도요’에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미쓰도요는 자체 조사결과 ‘직원 간 갈등’​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이후 조사에 나선 노동청은 한국미쓰도요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결국 회사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미쓰도요에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미쓰도요는 고발자의 신고에도 이를 직원 간 갈등으로 여겨 즉각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노동청은 한국미쓰도요에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미조치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시정 지시를 내렸다. 사진=한국미쓰도요 홈페이지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한국미쓰도요에서 약 4년 간 근무했다. 2019년 5월 A 씨는 상사인 B 씨로부터 성희롱 발언 듣고, 수차례 폭언과 업무 외 부당한 간섭, 차별 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타 부서 남자 직원과 거래처 여자 직원의 미팅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나와 후임에게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증거를 찾아오라고 시켰다. 특별할 게 없다고 여겼지만, B 씨는 다음날 진지하게 ‘휴지통을 뒤졌어야지. 왜 안 뒤졌냐. 거기에 콘돔이 있었을 텐데. 너희가 그 직원을 날릴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우리를 꾸짖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거래처 직원과 미팅한 것을 두고, 증거를 찾아오라는 것도 이상했지만, 다음날 있었던 B 씨의 발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나만 여자였기에 괜히 별나 보이고 싶지 않아 당시에는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여름부터 A 씨는 B 씨로부터 각종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A 씨는 “B 씨가 수시로 내게 고함을 쳤고, 행동거지에 일일이 간섭하기 했다. 유독 나에게만 일간·주간·월간에 나눠 동일한 내용을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업무상 필요한 회의나 일들에서 나를 배제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당했던 폭언·욕설·험담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나를 무시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이 모든 일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상처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참다 못한 A 씨는 지난해 11월 B 씨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적극적인 조사 대신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B 씨는 회사에 근무 태만, 하극상 등을 이유로 A 씨와 일하기 어렵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A 씨는 “사측이 B 씨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다. 둘이 술 한잔하면서 푸는 게 어떻겠나. 본사 여직원들만 해도 약은 사람이 정말 많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A 씨가 곱게 자라서 세상이 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등 사건에 대한 조사 대신 갖은 회유와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A씨는 피해를 호소하는 본인에게 회사 측이 부서 이동을 강요했다고도 폭로했다. A 씨가 제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 미쓰도요는 “두 사람의 주장을 확인한 결과 솔직히 징계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중립적으로 그냥 둘 사이가 나쁘다고 판단했다. 사이가 나쁜 건 해소할 수 없다. 그런데 B 씨 측에서는 A 씨를 지도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사이가 나쁘면 상사를 이동시킬 수 없다. 부하가 이동해야지. (A 씨가) 피해자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회사로서는 갈등을 해소하는 조치로 부서 이동을 시키는 것이다. A 씨에게 선택지는 없다. 명령이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A 씨는 B 씨의 행위에도 상처를 받았지만, 고발 당시 사측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A 씨는 결국 노동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한국미쓰도요는 A 씨의 인사이동을 보류하고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여 조사 결과 한국미쓰도요는 B 씨의 행위가 괴롭힘과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미쓰도요는 둘 간 분리 조치를 해제하면서 두 직원에 정상 출근을 요청했다. A 씨는 사측에 B 씨의 부서 이동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A 씨는 현재 휴직 중이다. 

 

그러나 3개월 뒤 결과는 바뀌었다. 노동청은 지난 5월 제보자 A 씨가 한국미쓰도요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한 결과를 통지했다. 노동청은 한국미쓰도요가 근로기준법 제76조3과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 2항과 5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들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바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그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B 씨가 A 씨의 근무 태만과 하극상을 문제 삼더라도 법적으로 권리를 구제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B 씨의 주장은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대로 A 씨의 주장은 사건에 해당하기에 기업에서는 이를 직원 간 갈등으로 처리해선 안 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청에 따르면 한국미쓰도요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미조치 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납부하고 노동청의 지시에 따라 시정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한국미쓰도요 관계자는 “해당 건은 노동청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당사에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 당사는 근로기준법과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를 충분히 하였고, 위법 사항은 없다. 이와 관련하여 만약 보도된다면 사실 보도가 이뤄지길 바라며, 그렇지 못 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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