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저출산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꿈비채).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할 경우 자녀 수에 따라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해 ‘무상 임대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을 벤치마킹한 부동산 정책의 필요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좁은 평수·까다로운 기준…임대료까지 오르니 ‘안 행복한 주택’ 비아냥
‘행복주택’은 2013년 신혼부부·청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도입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 대비 60~8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돼 사회초년생 및 신혼부부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집값 급등으로 행복주택의 임대료도 동반 상승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동작구 래미안 로이파크(사당1구역) 전용면적 59㎡형은 2018년 임대보증금 1억 2600만 원, 월 임대료 47만 5000원에 입주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평형의 임대보증금이 2억 1440만 원, 월 임대료는 63만 3000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의 소형평형만 공급돼 신혼부부가 자녀를 낳고 살기에는 비좁다는 불만이 크다. 또한 입주 기간 동안 자산 기준이 2억 원대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그런데도 입지 환경이 좋고 임대료가 시세 대비 낮다는 장점에 무주택자의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선호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행복주택을 ‘안 행복한 주택’이라 부르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행복주택 공실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복주택 장기 미임대율은 2020년 말 기준 8.2%(5519가구)로 나타났다. 공실률이2017년 4.4%(580가구), 2018년 4.4%(1274가구), 2019년 4.1%(2009가구)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충청남도에서는 2018년부터 자녀 출산으로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는 행복주택 모델을 도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저출산 극복 및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해 충청남도에서 도입한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이다.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은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한 자녀 출산 시 임대료 50% 감면, 두 자녀 출산 시에는 임대료 전액을 감면해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을 ‘매력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꼽아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충청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 둘 낳으면 ‘임대료 공짜 아파트’, 서울·수도권에도 가능할까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은 2022년까지 1015호 공급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2018년 정책 도입 후 아직까지 공급된 주택 수는 총 24가구에 불가하다. 충청남도개발공사 측은 현재까지는 매입형 주택 공급으로 속도가 더뎠지만, 올해부터는 건설형이 공급돼 목표량을 채우는 데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충청남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직접 행복주택을 짓는 건설형의 경우 설계부터 분양까지 통상 4년이 걸린다. 아산시 배방 월천지구에 600여 세대 공급 모집을 이달 진행하고, 내년에는 5개 시군에서 315호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입형의 경우 예상치 못한 집값 상승 분위기에 공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앞선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입형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소형 평형 기준 호당 2억 원 수준의 예산을 잡았는데 주택 가격이 5억 원을 넘어서면서 공급이 어려웠다”면서 “또한 매입 과정에서 자문이나 감정 등의 절차 이행이 복잡한데 그 사이 개인끼리 매물을 거래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는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 1000호 공급에 예산 2330억 원을 투입한다. 임대보증금은 369억 원, 나머지는 국고 보조금 389억 원, 주택도시기금 504억 원, 도비 1068억 원 등이 쓰인다. 충청남도개발공사 관계자는 “건설비의 경우 한 호당 임대보증금이 5000만 원, 국비 4000만 원, 도시기금 5000만 원, 도비 6200만 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은 임대료 감면 등의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과 비교하면 월 임대료가 상당히 저렴하다. 임대료를 감면해주더라도 그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예산 내에서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다.
오는 11일부터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는 충남 꿈비채 아산배방 행복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36~59㎡(약 11평~18평)형으로 총 600세대가 공급된다. 보증금 및 임대료는 36㎡(약 11평)형은 3000만 원/9만 원, 59㎡(약 18평)형은 5000만 원/15만 원이다.
충청남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보통 월 임대료는 행복주택의 유지관리비로 사용된다. 감면 혜택으로 임대료가 줄어든 부분은 공사에서 매년 영업이익을 내는 비용을 공익 개념에서 재투자해 충당한다”며 “아직까지는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는 세대가 3가구 정도”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 및 수도권의 임대료는 두 배 이상 비싸다. 12일부터 입주자를 모집하는 서울번동3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44㎡(약 13평) A형 기준 보증금이 9960만 원, 월 임대료는 36만 5200원이다. 7일부터 모집을 시작하는 서울리츠 행복주택은 왕십리 자이 전용면적 38㎡(약 12평) 기준 임대보증금이 1억 4889만 원, 월 임대료는 54만 6000원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공공주거 복지 측면에서 유효한 정책일 수 있다. 출산 장려정책으로 실효성 있다”며 “다만 해당 주택은 예산 등의 문제가 있다. 지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주택 형태다. 서울, 수도권 등으로까지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도입할 경우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해 초 입주한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가 대표적인 예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월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삼각지역 인근에 있으면서 저렴한 월세로 공급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규모 부지에 최대한 많은 가구를 공급하려다 보니 건폐율 57%에 용적률이 962%에 달하는 고밀도 주택으로 설계됐다. 두 동짜리 건물에 1000세대 이상이 배치되며 ‘닭장 임대주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주택 건설에 들어간 금액 등을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 보통 호당 들어간 건설 비용을 계산해 적자를 피할 수 있는 적정 임대료를 산정한다”며 “때문에 충남형 행복주택이 서울 및 수도권까지 확대 가능할지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서울은 집을 지을 토지도 부족한 상황이라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같은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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