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아들의 증여세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청담동 고급빌라 ‘효성빌라청담101’을 매각했다. 그런데 현 시세보다 20억 원 이상 저렴하게 매각해 부동산 업계에서 매수인과의 내부거래 및 다운계약을 의심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년 전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그 약속을 지켰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 서종석 오리엔탈정공 회장은 30년 넘게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 24동 복층 세대(217.72㎡, 66평)를 2015년 12월 사위인 금태섭 전 의원과 딸 서현정 투어메디치 대표, 그리고 두 손자에게 4분의 1 지분씩 증여했다. 금 전 의원의 첫째아들은 1994년 7월생으로 당시 만 21세, 둘째아들은 1999년 5월생으로 당시 만 16세였다. 금 전 의원은 “두 아들을 대신해 납부한 증여세만 10억 원 이상”이라고 29일 비즈한국에 밝혔다.
금 전 의원 가족이 이 빌라를 증여받고 나서 7개월 후 인근에서 재건축 사업이 시행됐다. 효성빌라가 재건축 부지에 포함돼 금 전 의원 가족은 새로 지어질 공동주택의 분양권을 받았다. 2019년 4월 상위 1% 부호들을 겨냥한 고급빌라 ‘효성빌라청담101’이 이곳에 지어졌다. 금 전 의원 가족은 추가 분담금을 납부한 후 B동 4층 빌라의 소유권을 갖게 됐다. 이 빌라의 전용면적은 226.74㎡(81평), 대지권보유면적은 216.45㎡(66평)에 달한다.
금태섭 전 의원, 서현정 대표, 두 아들은 증여받은 지분 그대로 ‘효성빌라청담101’ B동의 3층 빌라를 각 4분의 1 지분씩 나눠 가졌다. 이 빌라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9년 6월 29억 2000만 원, 2020년 1월 33억 7600만 원, 2021년 1월 40억 2100만 원으로 평가됐다. 네이버부동산에서 확인한 B동 다른 세대의 현재 매매 시세는 73억~75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금 전 의원 가족이 이 빌라를 지난 9월 3일 53억 원에 매각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매매가가 현 시세보다 20억~22억 원이나 적은 셈이다. 부동산 등기부에는 등기 원인 날짜가 2019년 5월 21일, 등기 접수 날짜가 2021년 9월 3일로 적혀 있었다. 매매 계약이 2년 4개월 전에 체결됐고, 2년 4개월에 걸쳐 잔금이 치러졌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금 전 의원은 “빌라가 완공되자마자 전세 매물로 내놓았는데, 한 달 만에 지 아무개 씨가 세입자로 들어왔다. 당시 지 씨가 전세 계약이 끝나자마자 이 집을 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전세 계약과 동시에 매매 계약까지 체결했다”면서 “당시 ‘효성빌라청담101’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던 때였는데,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매매가를 53억 원으로 잡았다. 계약서상 53억 원에 매매하기로 약속한 만큼, 시세가 20억 원 이상 올랐지만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담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금 전 의원의 설명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A 중개업자는 “분양 당시 이 빌라의 시세가 65억~70억 정도였다. 현재는 최소 85억 원 이상이다. 계약 당시보다 현재 시세가 20억 원 이상 올랐다.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더 남길 수 있는데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매도자가 어디 있겠는가”라면서 “양도소득세를 아끼려고 매수인과 내부거래를 했거나 다운계약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B 중개업자도 “잘 알지 못하는 전세입자와의 2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억 원이나 싸게 집을 팔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매수인은 서명 하나로 앉아서 20억 원 이상을 번 셈이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특수관계자가 아니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아무리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약속을 깰 수 없었다. 아들 증여세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집이라 어떠한 불법도, 편법도 쓰지 않았다. 그저 약속을 잘 지켰을 뿐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9월 29일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는데, 그 금액만 5억 원 이상이었다.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냈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선 매수인인 지 씨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지 11일 만에 주식회사 ‘지이’로부터 채권최고액 13억 원의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식회사 지이가 금 전 의원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주식회사 지이의 최대주주는 상장사 이아이디, 이아이디의 최대주주는 상장사 이화전기공업, 이화전기공업의 최대주주는 상장사 이트론이다.
이에 대해서도 금 전 의원은 “매수인에게 빌라를 판 이후 매수인이 어디서 얼마의 대출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매매 계약을 할 때 지 씨가 남편으로 보이는 한 남성분과 동행했는데, 그 남성이 단독 명의로 매입하거나 아니면 그 남성과 공동 명의로 매입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의아했다”면서 “매수인이 대출을 받은 회사에 대해 알지 못하며, 연관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빌라청담101’은 국내 재력 상위 1% 부호들을 겨냥해 지어진 고급빌라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허준 삼아제약 회장, 방송인 유희열 안테나 대표,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대표 등이 보유하고 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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